흰 여름의 포장마차
나에게는 집이 없어.
반짝이는 먼지와 햇빛 속의 창(槍)대가,
휠, 휠, 타오르는 포플린 모자.
작은 잎사귀 속의 그늘이
나의 집이야.
조약돌이 타오르는 흰 들판,
그 들관 속의 자주색 입술.
나에게는 방도 없고
테라스 가득한 만족도 없네.
식탁가의 귀여운 아이들.
아이들의 목마는 오직 강으로 가고
나는 촛불이 탈 만큼의
짧은 시간 동안
아이들이 부를 노래 지었지
내 마차의 푸른 속력 속에서
그 날리는 머리카락.
머리카락으로
서투른 음악을 켜며
하루의 들판을 무섭게 달리는 나의 마차를
시간보다도 더욱 빠르고 강하여
나는 밤이 오기 전에
생각의 천막들을 다 걷어버렸네.
그리고 또한 나의 몇 형제들은
동화의 무덤 곁에 집을 지었으나
오. 나는 그들을 경멸했지.
그럼으로써 낯선 풍경들을 잃고 싶지 않아서
나에게는 꿈이 없어..
해가 다 죽어버린 밤 속의 밤이
별이 다 죽어버린 밤 속의 정오가
그리고 여름이 다 죽어버린
국화 속의 가을이
나의 꿈이야.
콜탈이 눈물처럼 젖어 있는 가을 들판.
그 들판 속의 포장마차의 황혼.
===[한국인의 애송시 II, 신예시인 48인선 중에서, 청하]===
김승희(金勝熙): 1952년 전남 광주 출생.
서강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으며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데뷔했다.
그의 시세계는, 오직 빛으로만 향해 내닫고 있는 참신한 언어와 밝은 톤으로 죽음의 빛을 형상화시킨 엑스레이 빛과 대조를 이루면서 백열의 광도를 보여주고 있는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집으로 『태양미사』와 『왼손을 위한 협주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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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다 죽어버린 밤 속의 밤이
별이 다 죽어버린 밤 속의 정오
여름이 다 죽어버린 그 때에는 꿈이 없다가
국화 속 가을에
꿈이 생겼다는 ...
가랑비인지
이슬비인지
종일 비가 내립니다.
내일도 비가 오려나 봅니다.
=적토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