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오월 껍데기</p><p> </p><p>박두규</p><p> </p><p>껍데기는 가라고 외쳤던 시인이 있었지.</p><p>오월의 녹슨 훈장을 달고 아직도</p><p>팔십 년 오월의 한복판을 사는</p><p>오월의 껍데기들</p><p>그들의 따귀를 후려치는</p><p>시인의 상기된 얼굴을 본다.</p><p> </p><p>팔십 년의 오월은 아직도</p><p>오월 사냥꾼의 덫을 피해 잠수 중이다.</p><p>지금도 어느 낯선 골목길을 돌아</p><p>가쁜 숨을 몰아쉬는 오월은</p><p>해마다 덧씌워지는 껍데기를 피해</p><p>오월이 없는 달력으로 숨고 싶다.</p><p> </p><p>오월은 그저 지금의 오월을 살고 싶다.</p><p>장사꾼에 팔려다니는 오월 말고</p><p>껍데기에 덧씌워진 오월 말고</p><p>씀바귀와 냉이가 수북한 노점 시장의 오월</p><p>미세먼지 가득한 오월</p><p>아직도 살아남은 세월이 서러운 오월</p><p>오월은 있는 그대로의 오월을 살고 싶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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