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불온도서 문제로 무척 시끄러웠는데,
헌법소원을 낸 법무관들에게 "북한 가서 변호사짓 해라"는 망발을 한 한기호 전 교육사령관이
이번 재보선 강원 지역에 당선됐습니다.
불온도서 문제로 싸웠던 출판인들이 알아야 할 사안 같아서 올립니다.
나는 지난 여름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한나라당이 성추행당에 이어 "북한이민 알선당"이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추가했네요.
문제의 사건은 이번 7.28재보선 당시 강원도 철원, 화천, 양구, 인제 지역에서 한나라당 한기호 의원의 당선에서 비롯됩니다.
철원 김화 출신으로 1971년 육군사관학교에 31기로 입학했고 육군 2사단장과 5군단장 교육사령관 등을 역임했죠.
특히 2008년 육군 교육사령부 사령관 시절 그 유명한 불온도서 파문이 벌어집니다.
2008년 국방부는 '북한 찬양',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 등 세 분야로 나눠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23권을 '불온서적'으로 선정하고, 이들 도서의 부대 반입과 유통을 차단한 조치입니다. 이에 군 법무관 5명은 알 권리와 학문.양심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 국방부는 해당 법무관들을 파면하는 등 중징계했다.
당시 헌법소원 법무관을 지냈던 민변 박지웅 변호사는 재보선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기호 사령관에 대한 이야기를 올렸습니다.
이재오의 당선소식을 넘어서 한가지 더 기가막힌 일이 있다. 그건 '한기호'의 당선이다.
그는 교육사령관시절 우리 법무관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사람이다.
"군법무관이 헌법소원을 제기해? 니들은 다 북한에 가서 변호사나 해"라고 했다.
그 렇게 법무관들을 빨갱이 몰이 하시며 국가에 충정을 다하시던 사령관님께서- 정치와는 무관한 길을 걸으실 뿐이라 생각했던- 한나라당에 공천을 받아 당선까지 되셨을 줄을 어떻게 지력이 미천한 법무관들이 알 수 있었겠는가. 우리의 단견에 통탄을 금치 못하겠다.
- 박지웅 전 법무관의 페이스북
한기호 사령관은 당선 인사에서 “민·관·군 접경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통일경제특구를 지정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는데 법무관들에게 빨갱이 딱지를 붙이면서 "통일"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어이상실이네요. 한나라당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버젓이 공천을 하는 행태...이제는 행태라고도 못하겠네요.
한나라당 집권정부의 외교장관은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북한 가서 살아라"고 대놓고 이야기했다는데, "북한가서 살아라"의 원조 격인 한기호 사령관이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입성했으니 한나라당은 성추행당에 이어서 "북한 이민 알선당"이라는 별명이 추가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