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직장인 진모씨는 최근 잠못는 밤이 오는 것이 괴롭다. 졸리다가 눕기만 하면 말똥말똥해지고, 가까스로 잠이 들어도 하룻밤에 2∼3번 깨거나, 꿈이 많아 자도 잔 것 같지가 않았다.
진씨는 잠을 청하기 위해 잠자기 전 술을 마시거나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는 등 다양한 민간요법(?)을 시도했지만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진씨는 밤이 되면 잠이 안 올까 두려워지고 낮에는 극도의 피로감에 ‘지옥’ 같은 나날을 견디지 못해 병원을 찾았다.
지금도 열대야 현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여기에 경기침체의 불안감이 수많은 가장들에게 ‘잠 못이루는 밤’을 선물(?)하고 있다.
◇30대 불면증 환자 증가=경기도 수원의 가톨릭 의대 성빈센트병원 연구팀은 최근 ‘불면증에 대한 원인 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여름은 열대야와 경기불황에 대한 불안감 등이 겹치면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는 ‘최악의 여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병원 연구팀은 또 20대 이상 성인 남녀 484명을 대상으로 불면증 여부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30대가 일주일에 평균 3번이상 불면증을 시달려 병원을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령별로는 30대가 가장많은 불면증 증상을 보였다.
이 병원 신경정신과 홍승철 교수는 “일반적으로 불면증은 60대 이상 고령층에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지만 최근 20대 후반∼30대에서 불면증이 빈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교수는 “경기불황 여파로 인해 직장내 경쟁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며 “30대 직장인들이 경쟁관계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음주 및 커피 섭취의 증가, 잦은 야근 등으로 인한 불규칙한 생활습관이 수면장애를 유발하는 것 같다”며 30대 불면증 환자가 증가 원인을 이같이 진단했다.
◇불면증은 질병이다=현재 불면증은 국내 성인 인구의 30% 정도에서 나타난다고 학계에 보고돼 있을 만큼 흔한 질병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불면증을 질병이라는 생각보다는 일시적으로 왔다가는 감기정도로 여기고 있다.
전문의들은 일주일에 3일이상 3주 동안 불면증 증세가 지속될 경우, 병원을 찾으라고 권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은 이같은 가이드라인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1년 홍교수가 미국의 스탠퍼드대 수면센터와 공동으로 국내 인구 3719명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 결과 불면증 환자의 6.8% 만이 병원을 찾아 전문적인 치료를 받았고 나머지는 전문적이 치료보다는 대부분 술에 의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신과를 방문하는 것과 불면증 치료에 사용되는 수면제는 ‘자살’을 바로 떠올릴만큼 국민적인 인식이 좋지 않다는 점 등이 병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한국수면학회의 최근 조사결과를 보면 불면증 경험환자 10명중 7명은 약물치료에 대해 중독성과 자신이 이같은 질환으로 병원에 다닌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을 피하려는 성향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치료법이 있나=불면증은 개인에 따라 우울증, 스트레스, 약물의 영향, 수면시 호흡장애, 일주기 리듬장애 등 원인이 다양하다. 병원은 불면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수면다원 검사와 진찰을 통해 수면의 양과 질에 대한 평가를 해 증상에 맞는 처방을 하게된다.
치료는 검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해 이를 제거하며 심리적·신체적 영향이 있을 경우, 수면유도나 수면유지에 필요한 약물을 처방한다.
현재 불면증 치료시 수면을 유도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물은 비벤조디아제핀 계열 수면제로 졸피뎀(상품명 스틸녹스)가 대표적이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물이다. 졸피뎀은 기존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이 습관성과 내성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