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월요일 7시간, 화요일 6시간, 오늘 수요일은 오후 2시부터 시작되었으니 족히 5시간은 계속 될 듯합니다. 완이의 하루 바닷물 놀이 시간입니다. 보통 저녁 7시가 되어야 끝내니 입추가 지난 후 확실히 해가 좀 짧아졌기에 저녁 6시 정도되면 바닷물에 석양이 비추기 시작합니다.
월요일 오전, 태균이와 준이가 주간보호센터에 가는데 태균아빠가 데려다주는 바람에 좀 느긋한 마음으로 화장실에 잠시 들어가 있다가 볼 일끝나고 나와보니 완이가 보이질 않습니다. 혼비백산해서 뛰쳐나와보니 대문을 태균아빠가 열어놓고 그냥 가버렸으니 이미 완이는 대문 밖을 나선 듯 합니다. 낮은 문이지만 닫혀있으면 나가지는 않은데 열려있었으니...
마침 옆에 카페사장님이 있길래 물어보니 온평 쪽으로 갔다고 하기에 급하게 차몰고 가려는데 집 앞 바다 너럭바위 주변에 서있는 완이가 보입니다. 매일가는 곳이라 자신있게 거기로 간 듯 합니다. 오전 10시도 안된 시각이니 이렇게 시작된 바닷물놀이는 결국 태균이가 돌아오는 오후 4시반까지 계속되고...
월요일 집에 도착한 태균이는 집에 엄마가 없으니 바다로 나가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었지만 이미 완이를 데리고 집에 가니 다시 나갈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7시간이나 완이 지키느라 기진맥진... 너무 지루한 나머지 구글퍼즐게임까지 할 수 밖에...
바다못간 태균이 섭섭해하니 저녁먹고 산책을 나섭니다. 간만에 저녁시간 동안의 둘만의 산책이자 데이트입니다.
하루 바다수영 못한 태균이 산책 중에 신산리항 포구에서 수영하겠다고 폼을 잡는데 포구에 갇힌 물들은 꽤 깊기도 해서 다시 혼비백산으로 말리고... 순순히 말을 듣는데 자기도 웃긴가 봅니다.
화요일 하원하던 태균이, 바닷가에 우리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집에 안 들어가고 바다로 곧장 오고야맙니다. 아이고 태균이가 여기로 곧장 왔으니 준이는 어쩐담... 바다로 올리도 없지만 현관문 비밀번호를 아무리 가르쳐 주어도 배울 생각을 안 하니 집에 못 들어가고 있을겁니다. 실생활 적응력 꽝인 준이, 수동형의 전형입니다.
일단 태균이가 있으니 잽싸게 집으로 돌아가서 준이들여보내고 태균이 물안경과 아쿠아슈즈 챙겨서 돌아옵니다. 요즘 태균이는 완이의 훌륭한 수영교사입니다. 완이가 태균이 하는 짓을 지켜보다가 그대로 하곤 합니다.
그렇게 만족한 물놀이 후에 태균이는 자기짐 챙겨 집으로 돌아가고 완이랑은 석양이 바다에 잠길 때까지, 도대체 언제끝날껀지 소리질러대는 태균아빠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 됩니다. 화요일은 저녁먹고나니 저녁 9시였으니 끈질지게 길게 간 셈입니다.
오늘은 12시에서 1시까지 격한 소나기가 쏟아졌기에 그 시간까지 완이의 바다가자는 울고불고 작전부터 뗏장과 기다림 등등을 이겨내고 소나기끝나자 바로 왔습니다. 깔깔거리는 소리가 드높으니 그만큼 강한 촉각자극이 그립고 또 그리울겁니다.
월요일 우연한 계기로 시작된 긴 물놀이가 완이에게는 지금 최고의 선물이기에 저도 말없이 따라줍니다. 집 앞이 바다이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아무도 오지않는 바닷가, 며칠 일본 지진때문인지 일본쓰레기가 물살에 떠밀려 여기까지 왔지만 오늘은 맑은 물 자체입니다.
완이가 있는 동안, 집으로 돌아가서는 절대 할 수 없는 끝장 물놀이의 진수를 지칠 때까지 해야 되겠습니다. 태균이 어릴 때 편식개선책으로 일단 집착하는 음식있으면 죽도록 그것만 먹여서, 결국 물려서 다른 새로운 것으로 갈아타는 수법이 잘 통한 것처럼 끝장대처는 괜찮은 대책입니다. 때로 그 음식이 라면, 초콜릿같은 것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 잘 먹지않으니 잘 통한거죠.
몇 시간 버틸 채비 속에 다행히 몸 하나 편하게 자리잡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으니 우산으로 지붕 만들고 필요한 물품들 잘 놓아두고 아이스라떼 한잔두고 음악들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갖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달 간의 완이를 위한 마지막 노력이니 최선을 다하기로...
갑자기 우산지붕이 부서지는 소리... 놀라서 보니 일기쓰는데 열중하다 태균이 오는 소리도 놓쳐버렸네요. 반가운 얼굴, 나의 뚱땡!
첫댓글 진종일 바닷속 즐기기, 아마도 완이의 평생 최고의 경험일듯 싶습니다.
본가에 가서도 주말은 진종일 수영장 보내라고 조언하셔야 할듯요.
형님께 수영 배우듯 그렇게 모든걸 배운다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