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는 돌은 이끼가 안 낀다’는 속담은 우리나라에도 있고 영국에도 있다.
그런데 그 의미에 있어서는 양자가 서로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돌도 한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이끼가 끼듯이, 사람이 활동이 없으면 폐인이 된다는 뜻으로 쓴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한 곳에 자리 잡지 않고, 자꾸 옮겨 다니면 이익이 없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그 쓰임이 정반대다.
우리는 이끼를 나쁜 관념으로 떠올리지만, 저쪽 사람들은 좋은 개념으로 받아들인다. 문화의 차이다. 그러므로 ‘A rolling stone gathers no moss.’를 번역할 때는 직역할 것이 아니라, ‘새는 앉는 곳마다 털 빠진다’ 정도로 의역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외국에서 들어온 속담이나 격언은 그 본래의 뜻이 우리가 받아들이는 의미와는 다른 경우가 많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말도 그러하다. 이 말은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말을 보통 예술가의 생명은 짧지만, 그가 창조한 작품의 생명은 오래다란 뜻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이 말의 원래 의미는 그런 것이 아니다.
이 경구의 라틴어는 ‘Ars longa, vita brevis’이다. 영어로 옮기면 ‘Art is long, life is short’이 된다. 그가 말한 ‘art’는 ‘기술’을 의미하는바, 원래의 경구 전체는 이렇다.
“The art is long, life is short, opportunity fleeting, experiment dangerous, judgment difficult.”
이는 “의술은 길다, 생명은 짧다, 기회는 빨리 지나간다, 실험은 불확실하다, 판단은 어렵다.”는 뜻이다. 곧 ‘익혀야 할 의술은 많은데 익힐 시간은 짧다. 기회는 빨리 지나가고 실험은 위험하다. 그러니 판단은 어렵다’가 된다.
즉 익혀야 할 의술(기술)은 깊고 많은데, 인생은 유한하여 그것을 익힐 시간은 짧다는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란 말도 또한 그렇다. 이 말은 경험론의 창시자 베이컨이 한 말이다. 일반적으로 이 말은 무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배워야 한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이 말의 원뜻은 그런 것이 아니다.
베이컨은 학문의 목적을, 인간 생활을 개선하고 풍족하게 하는 데 있다고 보았다. 그는 학문을 목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수단으로 보아, 지적 생활의 즐거움을 찬양하기보다는 지식이 실생활에 미치는 효용성을 더욱 중시하였다.
그리고 인간은 우주의 주인으로서, 자연을 지배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므로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려면 자연의 이치를 알아야 한다. 알지 못하면 자연을 지배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는 것은 곧 자연을 지배하는 힘이 된다는 의미로 이 말을 한 것이다. 이때의 ‘아는 것’이란 단순한 무지의 상대적 개념이 아니다.
첫댓글 장박사님! 같은 속담이라도 각 나라마다 문화와 생활습관이 차이가 있어 해석과 의미하는 뜻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Art is long, Life is short.에서 Art가 의술이란 뜻이 있다는 것을처음 알았습니다.깊이 있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 선생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졸고를 읽어주시고 또 분에 넘치는 칭찬을 보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