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은 오직 믿음으로만 의롭게 될 수 있다는 이신득의(以信得義)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 유대인들이 믿음의 조상으로 삼고 있는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들어서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미 오늘 본문의 이전에서도 아브라함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다는 말씀을 했었지만, 오늘 본문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택하셔서 수많은 민족의 조상이 되게 해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17절, 18절, 창 17:5). 아브라함을 세상의 상속자가 되게 하시겠다고 약속하신 것인데, 아브라함에게 이런 언약을 주신 것은 율법을 지켜 행해서가 아니라 오직 믿음으로 인한 것이라고 말씀합니다(13절). 만약 아브라함에게 주신 언약이 율법으로 말미암는 것이었다면, 아브라함의 믿음도 헛것이 되고, 하나님의 약속도 파기(破棄)되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브라함이든, 아브라함의 후손이든 율법을 온전히 지키기는 어려웠을 것이기에 결국 하나님의 진노를 부를 것이기 때문입니다(15절). 아브라함이 수많은 민족의 조상이 되어 믿음의 조상이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약속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씀합니다. 아브라함 자신의 나이가 백 세가 되었고, 자기의 아내인 사라는 임신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지 않고 그 약속을 굳게 믿었기에 하나님께서 그를 의로 삼으셨다고 말씀합니다(19절~22절). 아브라함은 바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그 약속을 그대로 바라보면서 믿었다는 것입니다(18절). 그 믿음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의로 삼게 된 이유였습니다(22절). 아브라함의 이러한 믿음은 모세를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율법을 주시기 훨씬 이전에 일어난 것입니다.
바울은 이러한 아브라함의 믿음에 대해서 하나님은 죽은 자를 살리시고,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부르시는 분이심을 믿은 것이라고 말씀합니다(17절). 자기의 아내 사라가 아기를 낳을 수 없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라를 통해 아들을 주실 것이라 믿었고, 나중에 이삭이 태어난 이후에도 약속의 아들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하나님의 명령 앞에서 이삭을 죽여 제물로 바칠 수 있었던 것도 이삭이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그 아들이기에 어떻게 해서든 다시 살리실 것을 믿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을 향한 아브라함의 믿음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의 하나님은 죽이신 자도 살리시는 분이시라는 믿음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부활의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바울은 이러한 아브라함의 믿음을 이야기하면서,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의 믿음을 보시고 아브라함의 의로 여기셨던 것은 아브라함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죽은 자도 살리실 수 있는 하나님으로 믿었던 것처럼,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대신 죽으셨다가 다시 살아나셔도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와 주님으로 믿으면 우리를 의롭게 하신다고 말씀하십니다(23절~25절). 즉 우리는 율법이 아니라 우리를 다시 살리시는 부활의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의롭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가 지은 죄 때문에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고, 우리를 죄에서 해방되어 의롭다 하심을 받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활하셨다고 말씀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도 율법이 아니라, 우리의 행위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의롭게 하심을 얻는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머리로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의 행위로 하나님께 인정받으려고 하고, 우리가 뭔가를 좀 잘하면 남들과 비교하여 뻐기기도 하고, 자기의 의(義)를 자랑하려고 하기도 하면서 영적으로 교만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의(義)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얻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물론 행위로 말미암지 않고 오직 믿음으로, 오직 은혜로 의롭다 하심을 얻는다고 하여 내 욕심대로 살아가서는 안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안에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태도도 포함되어 있기에, 진정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살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갈라디아서 5:24에 나오는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욕과 탐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는 말씀처럼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은 자기의 모든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은 자들이기에 예수님처럼 살아가려고 몸부림치는 자들입니다. 그러니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얻는다고 해도 자기의 욕심대로만 살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얻는 그리스도인들입니다. 그렇다면 그 믿음을 붙들고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행위로는 하나님의 의(義)에 이를 수 없습니다. 행위에 기대지 말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며 살아가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겸허하게 오직 믿음으로만 살아가는 하루의 삶이 되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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