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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2)고창 선운산 복분자주 |
선운산 복분자주는 전북 고창의 고찰(古刹) 선운사 주변 고을에서 1,400년전부터 내려온 전통주다. 독하지도, 약하지도 않고 달콤한 맛과 향이 일품인 복분자주는 입소문을 타고 퍼져 찾는 이가 늘어나면서 1990년 중반 들어 대량생산체제를 갖췄다. 선운산 복분자주는 98년 현대그룹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선물해 일약 유명해졌다. 2000년 농림부가 주최한 우리 식품 세계화 특별품평회에서 주류부문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해 ‘명주’의 위치를 굳혔다. #풍경소리가 녹은 술 선운산 복분자주는 선운사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신라 진흥왕이 부처님의 계시를 받고 선운산에 찾아와 진흥굴에서 수양하며 검단선사의 도움으로 선운사를 창건하고 왕비의 이름을 딴 도솔암을 세우면서 마셨다는 술이 복분자주다. 복분자 술을 맛본 진흥왕이 “무엇으로 만든 술이냐”고 묻자 스님들은 “복분자로 만들었다”며 이 술에 얽힌 전설을 들려주었다. 옛날 한 늙은 부부가 대를 이을 자식이 없어 고민하던 중 늦둥이를 얻어 애지중지 길렀으나 병약해 걱정이 컸다. 하루는 지나가던 스님이 허약한 늦둥이를 보고 산딸기주를 먹이라고 권해 꾸준히 복용시켰더니 몰라보게 튼튼해졌다. 늦둥이가 오줌을 누면 오줌항아리가 엎어져 ‘뒤짚어진다’는 뜻의 복(覆)과 ‘항아리’란 분(盆)자, ‘아들’ 자(子)를 써 복분자라 불리게 되었다. 고창군 문화원 이기화 원장은 “진흥왕이 선운산에 온 것이 서기 572년 백제 위덕왕 24년 무렵이니 복분자주의 역사는 최소 1,400년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시력·기억력 증진에 특효 복분자는 정식 이름이 복분자딸기이고 식물학적으론 장미과의 딸기속으로 분류된다. 산딸기·곰딸기·멍석딸기·줄딸기 등 20여종이나 되는데 이들은 각각 모양과 특성이 다른 별개의 딸기로 복분자딸기와는 구별된다. 복분자딸기의 주성분은 포도당(43%)·과당(8%)·펙틴 등 탄수화물과 레몬산·사과산·살리실산·개미산 등 유기산과 비타민 B와 C, 그리고 색소로 카로틴·폴리페놀·안토시안 등이 함유돼 있다. 복분자는 동의보감·당본본초·본초종신록 등에도 항암작용, 노화억제, 동맥경화·혈전 예방 등에 효능이 뛰어나고 시력과 기억력 증진에도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운산 중심 특구 조성 계획 복분자주는 현재 전국적으로 34개 업체가 제조면허를 받아 이 가운데 18개 업체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고창군은 선운산 복분자주를 타지역산과 차별화하기 위해 시험장을 설립하고 특화작목으로 시범 육성하고 있다. 재배면적은 2000년 35ha에서 지난해에는 484ha로 늘려 전국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재배면적의 증가로 가공업체도 지난해말 기준 복분자주 5곳, 음료 및 기타 제조업체 5곳으로 늘어났으며 올해도 3곳이 신설될 예정이다. 고창군은 복분자 상표등록을 마치고 선운산 도립공원을 중심으로 부안면 선운리, 심원면 용기리·하전리·월산리·연화리·도천리, 아산면 구암리·성산리, 부안면 용산리, 아산면 반암리 등 5개지구 3,900필지 1백53만9천평을 복분자산업 특구로 신청했다. 올해부터 5년동안 매년 100ha의 생산단지를 조성해 생산거점을 벨트화할 방침이다. #풍천장어 찰떡궁합 도솔암에서 발원한 풍천은 선운사 삼거리에서 밀물 때 바닷물과 합류하는데 이곳에서 잡히는 민물장어가 유명하다. 복분자주를 마시며 안주로 풍천장어를 곁들이면 술 맛과 장어 맛이 조화를 이룬다. 풍천장어가 없으면 해리 앞바다에서 철따라 잡히는 주꾸미, 백합 등 어류와 패류가 모두 궁합이 맞는 안주다. 〈고창|정건조기자 jgj@kyunghyang.com〉 |
[전통주]세계를 적시는 복분자 |
복분자주가 유명세를 타면서 크고 작은 생산공장이 얼굴을 내밀고 있지만 간판기업은 전북 고창의 ‘선운산 복분자주 흥진’이다. 가정에서 근근이 제조돼 돌아다니던 복분자주가 상품화된 것은 1995년. 태동 이후 경영난을 겪던 흥진을 현 장현숙 사장(60)이 2001년 인수하면서 복분자주 산업은 일약 부흥기를 맞았다. 복분자주 시장은 연간 5백억원 정도. 선운산 복분자주 흥진은 지난해 매출액 1백70억원으로 전체시장의 34%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300㎖ 병제품 기준으로 4백20만병을 생산했다. 흥진의 복분자주가 소비자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발효과정을 거친 독특한 맛과 향 때문이다. 일반 복분자주가 술과 복분자를 혼합해 담그는 것이라면 흥진의 복분자주는 복분자 열매에 효모를 첨가해 발효시키는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3개월간의 압착기간에 8개월 저온숙성을 거쳐 탄생되는게 이 회사 복분자주다. 널리 애용되는 흰 도자기병 선운산 복분자주는 18개월을 숙성시켜 맛의 기품이 더 깊다. 열악한 민속주 시장의 한계를 극복한 흥진은 자체 판매망도 구축했다. 서울에 영업본부를 두고 전국 68개 대리점을 확보해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선운산 복분자주는 2000년 우리식품 세계화 특별품평회에서 주류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당시 심사위원 50명 중 35명이나 됐던 외국인들은 복분자주의 향긋하고 달콤한 맛과 와인보다 짙은 진홍색에 갈채를 보냈다. 지난해 1억원을 투자해 고유브랜드 ‘산뫼수’를 출시한 흥진은 올해를 해외진출 교두보로 삼아 복분자 재배농가에 희망을 안겨주겠다는 생각이다. 장현숙 사장은 “대기업들이 외면하던 90년대 말 천신만고 끝에 복분자주 생산기반을 마련해 시장이 커지자 뒤늦게 대기업이 뛰어들어 영세업체들을 벼랑끝으로 몰고 있다”며 “중소기업이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이나 법률적 검토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창|박용근기자 yk21@kyunghyang.com〉 |
[전통주]‘맥분자’를 아시나요
고창 삼미(三味)’는 장어와 복분자 술, 그리고 녹차다. 선운사와 도솔암을 다녀와서 장어와 선운산 복분자주를 곁들여 마시고 난 후 녹차로 입맛을 개운하게 하면 부러울 것이 없다. 고창 풍천장어는 괭이갈매기 천국인 칠산도 앞 바다에서 새우를 배부르게 먹어서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 구시포와 동호 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마음껏 즐겨 육질이 쫀득쫀득하고, 국내 최대라는 하전리 개펄에서 머드 팩을 하고 올라왔으니 흠집 하나 없는 몸매다. 과연 국내 최고의 장어라 할 만하다. 장어만 먹으면 영양이 너무 많아 느끼하여 많이 먹을 수 없다. 장어에는 선운산 복분자술이 제격이다. 미당 서정주가 말했듯 ‘7할이 바람’인 고창, 그것도 바닷가 자갈밭에서 해풍 맞고 자란 복분자로 빚은 선운산 복분자주가 풍천장어와 찰떡궁합이다. 피아골의 3홍은 단풍과 행락객의 인홍, 그리고 명경지수에 비친 수홍을 들듯, ‘고창의 3홍’으로는 이른 봄 동백꽃, 양념장으로 구운 풍천장어, 그리고 선운산 복분자주의 선홍을 말하고 싶다. 그렇다. 고창 3홍은 웰빙 그 자체이다. 영양 만점의 장어와 혈액순환을 증진시키는 복분자주는 몸을 튼튼하게 하고 선운사와 동백꽃 군락이 만드는 경관은 정신을 맑게 하는 원동력이다.
선운산 복분자주는 발효 탱크에 열매와 효모균을 넣고 장기간 숙성시켜 만든 발효주로서 리큐르주가 아니다. 발효주의 향기 성분은 78종류이고 그 중 메틸 부탄올과 에틸 락테이트가 주성분으로 향기로우면서 진하지 않고 담백한 맛을 풍긴다. 또 발효가 진행될수록 유기산인 숙신산·말산 및 구연산 등이 증가하여 감칠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복분자에 많이 들어 있는 비타민C나 무기물질은 체력을 증진시켜주고 혈액을 맑게 한다. 이런 맛과 향, 그리고 몸에 이로운 성분이 많은 것이 선운산 복분자주이다.
선운산 복분자주의 멋은 첫째, 빛깔이 붉은 장밋빛이고 둘째는 술을 마시고 빈잔에 찌꺼기가 남지 않는 것이다. 셋째 멋은 맥주와 섞는 선운산 복분자주 칵테일이다. 발효 선운산 복분자주는 비중이 낮아서 찬 맥주에 칵테일을 하면 황금빛 맥주는 아래에, 붉은 장밋빛 복분자주는 위에 층을 이루므로 애주가들 사이에 많이 음용되고 있다. 경험하지 못한 분들은 한번 복분자주 칵테일을 만들어 먹어보길 바란다. 선운산 복분자주 칵테일을 마시는 날, 연인이나 사업 파트너와의 대화에서 당신은 승리자가 될 것이다.
〈임동옥/ 호남대 생명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