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부모님께서는 6남매를 두셨다.
그 6남매 중 첫째 딸이자 대한민국 식품명인이었던 우리 시누이가 첫째 딸을 낳았고,
그 첫째 딸이 또 첫째 딸을 낳아, 우리 시어머니의 증손주 4대에서
처음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
시누이는 아까운 나이에 담낭암으로 하늘나라로 갔는데, 그 딸이 이제 장모가 되는 것이다.
이 자리에 함께했다면 얼마나 빛나는 결혼식이 되었을까.
가슴 아프고 아쉬움이 남는 날이었지만, 화창한 봄날의 날씨는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는 듯했다.
안동 그랜드호텔에서 많은 축하객을 모신 가운데 치러졌다.
우리 3대의 결혼식은 사촌들까지 거의 마무리되고, 이제는 4대에서 시작되었다.
예식장에 모인 가족들을 보니 세월이 흐른 만큼 1대는 102세 우리 시어머니를 제외하고는
모두 돌아가셨다. 어느새 우리 2대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가장 큰 어른이 되었음을 실감했다.
오랜만에 만난 조카들과 질녀들을 보니 우리가 참 많은 세월을 살아왔음을 느꼈다.
정이 많은 김씨 집안의 후손들은 오늘 결혼식만 보아도 그 우애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었다.
2대 가족들만 해도 자식들과 손주들까지 모이면 한 집에 열 명 가까이 됐다.
요즘 아이들 수가 줄어든다는 사회적 걱정이 이 자리에서는 무색할 만큼,
6남매의 4대는 그 수를 헤아리기도 벅찰 정도로 번성했다.
어릴 적 보던 아기들이 훌쩍 자라 이제는 얼굴도, 이름도 기억하기 어려울 만큼 변했다.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
결혼식은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서
함께 삶을 엮어가겠다는 첫 다짐이다.
신랑과 신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눈빛과 환한 미소로 보여주며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겠다는 약속을 하는 듯했다.
그 모습을 보니 문득 내 결혼식 날의 기억도 떠올랐다.
돌아보면 결혼하는 그날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던 것 같다.
이날 인상 깊었던 장면도 있었다.
친정엄마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직접 낭독하는 모습은 많은 결혼식 중에서도
처음 보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눈물을 훔치며 읽어 내려가는 그 목소리에 모두의 가슴이 뭉클해졌다.
또 신랑이 신부를 바라보며 사랑의 축가를 부르는 모습 역시 신선하고 특별했다.
결혼식 후 가족사진을 찍을 때는 신랑 측과 신부 측 가족이 한 화면에 다 담기지 않아
각각 따로 사진을 찍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식사 자리,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정겹고 따뜻한 시간을 나눌 수 있었다.
질녀는 어른들께는 ‘홍삼 이야기’ 선물 꾸러미를,
젊은 층에게는 여비를 따로 챙겨주는 세심함을 보였다.
그 마음이 참 고맙고 대견했다.
사위가 된 신랑은 경찰공무원으로, 첫인상부터 예의바르고 듬직했다.
“잘 살겠습니다.”라고 인사하는 모습이 참으로 믿음직스러웠다.
신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 두 사람 모두 탄탄한 길을 걷고 있어 더욱 마음이 놓였다.
앞으로 아들딸 낳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길 진심으로 바랐다.
오랜만에 많은 가족들과 함께한 이 봄날의 결혼식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마도 머지않아 102세 되신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5대 고손주를 맞이하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