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 가을호 반경환 {사상의 꽃들}에서
‘ㅅ’과 ‘ㄹ’ 읽기
이 용 우
웃음과 울음,
둘다 끝은 눈물이어니
강물은 푸르리라
둘의 차이는
‘ㅅ’과 ‘ㄹ’ 뿐
때로 웃음보 터져 오색지 나부끼고
때로 울음보 터져 도랑길 파헤쳐지나
둘은 한 집에 동거하니
‘ㅅ’과 ‘ㄹ’을 빼면
우음羽音처럼 가벼운 사이
‘ㄹ’로 시작된 화통한 인생
‘ㅅ’으로 한 세월 살고 싶었지만
울음보 포자처럼 쉬이 터져
눈가 매양 짓물렀다
‘ㅅ’과 ‘ㄹ’ 초성만 써놓고 본다면야
삼척동자도 사랑이라 읽지 않겠나
사람 웃고 울리는 게
사랑이라 했지
빠알간 동지 딸기
개똥쑥 버무려진 인생길이어도
‘ㅅ’과 ‘ㄹ’같은 눈송이 펑펑 쏟아지니
좋지 아니한가
이용우 시인의 「‘ㅅ’과 ‘ㄹ’ 읽기」는 언어의 유사성과 차이성에 착안하여 그의 삶의 철학을 노래한 대단히 아름답고 탁월한 시라고 할 수가 있다. 언어는 우리 인간들의 지식의 총체이며, 언어가 없었다면 만물의 영장이기는커녕, 먹이사슬의 최하동물로서의 생존 자체가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코끼리와 코뿔소처럼 힘이 센 것도 아니고, 사자와 호랑이처럼 사납고 무서운 것도 아니다. 제비와 수많은 철새들처럼 하늘을 자유자재롭게날아다닐 수 있는것도 아니고, 백상어와 고래처럼 푸르고 푸른 바다의 제왕이 될 수 있는 것도아니다. 언어는 이처럼 우리 인간들의 나약성을 극복하고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을 하게했는데, 왜냐하면 모든 사건과 현상들을 기록하고 그 지식을 활용하여 수많은 문명의 이기들을 개발해냈기때문이다. 산업혁명이나문화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사상의 혁명이 먼저 일어나고, 사상의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언어의 혁명이 먼저 일어난다. 새로운 언어의 탄생은 새로운인간의 탄생이 되고, 새로운 인간의 탄생은 새로운 우주의 탄생이 된다. 모든 사물의 기원도 언어이고, 모든 사상의 기원도 언어이다. 이용우 시인의 「‘ㅅ’과 ‘ㄹ’ 읽기」는 대단히 역사 철학적이고, 그 언어의 유희를 통하여 이 세상의 삶을 찬양하고 자기 자신의 행복한 삶을 연주하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이용우 시인은 “웃음과 울음,/ 둘 다 끝은 눈물이어니” 그 강물은 푸르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웃음과 울음의 차이는 “‘ㅅ’과 ‘ㄹ’ ”의 차이뿐이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푸르고 푸른 강물에서“때로 웃음보 터져 오색지 나부끼고/ 때로 울음보 터져 도랑길 파헤쳐지나/ 둘은 한 집에 동거하니/ ‘ㅅ’과 ‘ㄹ’을 빼면/ 우음羽音처럼 가벼운 사이”일 뿐이다. 웃음과 울음은 일란성 쌍둥이, 또는 동조동근의 연리지와도 같고, 그 차이는 새의 깃털처럼가벼운 차이라고 할 수가 있다.
우리는 누구가 다같이 “‘ㄹ’로 시작된 화통한 인생”이며, “‘ㅅ’으로 한 세월 살고 싶었지만” “울음보 포자처럼 쉬이터져/ 눈가 매양 짓물렀”던 것이다. 울음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의 신호탄이 되고, 웃음은 그 주체자의 삶의 꽃이 된다. “‘ㅅ’과 ‘ㄹ’ 초성만 써놓고 본다면야/ 삼척동자도 사랑이라”고 읽겠지만, 그러나 “사람 웃고 울리는 게/ 사랑”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없다. 사랑은 가난과 질병과 다툼이 없는 최고의 선이며, 모든 행복은 이 사랑의 힘에 의해서 꽃피어난다. 우리는 사랑 때문에 웃고, 우리는 사랑 때문에 운다. 웃음과 울음은 사랑에서 솟아나온 쌍둥이이며, 그 차이는 ‘ㅅ’과 ‘ㄹ’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빠알간 동지 딸기/ 개똥쑥 버무려진 인생길이어도” “‘ㅅ’과 ‘ㄹ’같은 눈송이 펑펑 쏟아지니/ 좋지 아니한가?”
그렇다. 우리들의 인생은 ‘ㅅ’과 ‘ㄹ’, 또는 웃음과 울음 사이에 있으며, 때때로 그가 처한 위치와 입장과 환경에 따라서 그 역할을 달리 할뿐이다. 바보역할이면 어떻고, 울보역할이면 어떤가? 부자역할이면 어떻고, 거지역할이면 어떤가? ‘ㅅ’과 ‘ㄹ’의 뿌리가 사랑이듯이, 바보와 울보의 차이도 없고, 부자와 거지의 차이도 없다. 우리는 모두가 다같이 ‘모노 드라마의 주연 배우’이며, 그때, 그때의 처지와 입장과환경에 따라서, 온몸으로, 온몸으로 ‘명품연기’를 펼쳐보여야 할 역사적 사명과 그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용우 시인은 이제 마악 출발한 신인으로서 ‘ㅅ’과‘ㄹ’의 유사성과 차이성에 주목하여 「‘ㅅ’과 ‘ㄹ’ 읽기」의 명품 연기를 펼쳐 보인다. 웃음과 울음은 ‘한 뿌리-한 조상의 형제’이고, 사랑을 쟁취하고 그 행복을 연주하기 위하여 그 희비극을 펼쳐나가는 우리 인간들의 초상이라고 할 수가 있다.
참으로 새롭고 탁월한 언어학적 성찰의 결과이며, 그 즐겁고 유쾌한 웃음으로 그 모든 슬픔과 비극적인 사건들마저도 다 녹여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