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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신부
저는 이주사목과 해양사목을 맡고 있습니다. 이주사목은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이주민과 난민을 사목 대상으로 한다면, 해양사목은 선원과 어선원을 대상으로 합니다.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목 대상자이기 때문에 저는 인천항과 도서지방을 다니며 사목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세관을 방문하고 임시 승선권에 도장을 받습니다. 세관 직원 중 천주교 신자로 구성된 ‘세관성우회’는 이런 방문에 큰 도움을 줍니다. 서류 작성을 하고 신분증을 맡기면 이제 비로소 인천항 내부로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상선들이 인천항에 정박해 있습니다. 아파트를 옆으로 길게 누인다면 그 크기와 길이가 비슷할 것입니다. 한번 도착하면 일주일 정도 머뭅니다. 코로나19 이전에 이렇게 들어온 외국인 선원들은 내륙으로 휴가나 외출을 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 시기 이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 항에 정박해 있어도 배에서 나올 수 없습니다.
해양사목부가 방문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준비한 한국 기념품, 후원회원들이 손수 만든 묵주와 생일 케이크, 인천교구 해양사목 로고가 적힌 모자 등 선물을 들고 높은 배 갑판에 있는 선원들에게 손을 흔듭니다. 선원들은 ‘STELLA MARIS(해양사목)’이라는 부서를 알고 있기에 환대해줍니다. 해양사목은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로 이뤄져 있습니다. 바티칸을 중심으로 대규모 항만이 인접한 교구에 해양사목을 할당해 줍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공식적인 해양사목은 부산교구와 인천교구 둘뿐입니다.
선원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필리핀ㆍ중국ㆍ베트남ㆍ말레이시아ㆍ미얀마ㆍ우크라이나 등 출신이 다양합니다. 두고 온 가족과 자녀 생각에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1922년 비오 11세 교황에 의해 공식 승인된 해양사목은 100년 이상 해양의 아들들을 ‘바다의 별’이신 성모님의 보호에 맡기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들은 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누군가의 형제입니다.“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김현우 신부(인천교구 사회사목국 이주·해양사목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