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 시인은 ‘영혼의 정전’이라고 했고, 정진규 시인은 ‘어떤 빈틈도 행간도 없는 완벽한 감옥’이라고 했다. 신이 내린 가장 잔인한 저주, 기억의 유실과 궁극엔 나를 잃어버리게 하는 병, 치매(癡). 영어 디멘시아(dementia)의 어원 라틴어 데멘스(demens)는 ‘정신이 나갔다’는 뜻이다.
치매에 걸리지 않는 직업은 없다. 우리나라에서 치매의 심각성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8선의 정일형 전 의원의 부인이자, 정대철 헌정회장의 어머니 이태영 박사였다. 서울대 법대 1호 여학생, 대한민국 최초 여성 변호사인 그의 마지막 3년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것이었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고 이희호 여사가 가장 먼저 달려간 사람이 그였으나, “댁은 뉘시오?”라는 말에 억장이 무너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