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장 구속사 강해
아브라함의 언약을 확인한 야곱
야곱은 모든 식구들에게 “너희 중의 이방 신상을 버리고 자신을 정결케 하고 의복을 바꾸라 우리가 일어나 벧엘로 올라가자 나의 환난 날에 내게 응답하시며 나의 가는 길에서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께 내가 거기서 단을 쌓으려 하노라”(창 35:3)고 선언하였다. 이러한 야곱의 선언은 야곱이 자신의 일대기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점(時點)에 처해 있음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자칫 야곱의 생존에 치명적인 공격을 받을 지 모르는 극한적인 상황에서 내려진 결단이었다. 이러한 때에 하나님을 찾지 않고 다른 길이 없는 절대 절박한 상황에 야곱이 빠져 있는 것이다.
1. 하나님의 약속을 확인한 야곱
야곱의 말을 들은 자녀들은 모든 이방 신상을 제거하여 야곱의 손에 맡기자 야곱은 그것들을 상수리나무 아래 묻고 모든 식솔을 이끌고 벧엘로 출발하였다. 세겜에서 벧엘은 남쪽으로 직선거리로 40여 Km 떨어진 곳이지만 산악지대를 여행하여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먼 길이었다. 만일 도중에 가나안 사람들이 야곱의 일행을 공격한다면 큰 낭패를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나, 야곱은 하나님께서 지켜주실 것을 확신하고 담대히 벧엘을 향했다. 하나님은 가나안 사람들이 야곱의 일행을 두렵게 여기도록 함으로서 감히 야곱의 일행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서 야곱을 보호하셨다(창 35:5).
벧엘에 도착한 야곱을 향해 하나님은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이라고 한 얍복강의 사건을 확인하신 후 야곱을 이스라엘이라고 부르시며 그동안 야곱에게 행하신 일들을 재확인하시며 새롭게 약속해 주셨다.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은 세상의 그 어떤 세력이라도 능히 대항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비록 야곱은 가나안 사람들이 세겜 성의 사건으로 자기를 공격해 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을지라도 하나님은 야곱이야말로 그 어떤 세력이라도 감히 침범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시키기 위해 그의 이름을 이스라엘이라고 부르신 것이다.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니라 생육하고 번성하라 국민과 많은 국민이 네게서 나고 왕들이 네 허리에서 나오리라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준 땅을 네게 주고 내가 네 후손에게도 그 땅을 주리라”(창 35:11-12)는 말씀은 이미 벧엘에서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하신 말씀이었다. 야곱이 에서의 칼을 피해 도망하던 중 벧엘에 이르러 잠을 잘 때 하나님이 야곱에게 나타나 “나는 여호와니 너희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너 누운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네 자손이 땅의 티끌 같이 되어서 동서남북에 편만할찌며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을 인하여 복을 얻으리라”(창 28:13-14)고 약속하신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
특히 이 말씀은 “전능하신 하나님이 네게 복을 주어 너로 생육하고 번성케 하사 너로 여러 족속을 이루게 하시고 아브라함에게 허락하신 복을 네게 주시되 너와 너와 함께 네 자손에게 주사 너로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주신 땅 곧 너의 우거하는 땅을 유업으로 받게 하시기를 원하노라”(창 28:3-4)고 한 이삭의 축복을 이제 하나님께서 친히 야곱을 통해 이루시겠다고 한다는 점에서 매우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로써 벧엘의 경험과 브니엘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나안에 돌아 온 야곱은 벧엘에서 재차 새롭게 자신의 존재 의미를 확인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하나님은 야곱을 아브라함과 세우신 언약의 계승자로 인정하시고 이제 하나님께서 야곱을 통해 거룩한 민족을 형성하시리라는 의지를 강하게 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기에서 나온 ‘전능하신 하나님’이라는 성호는 하나님께서 언약을 성취해 나가시는 분이심을 연관지어 사용하는 매우 독특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우리는 주의하여 보아야 한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가리켜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니라’고 하셨다는 것은 자칫 야곱이 아브라함의 언약에 대한 확신을 잃어버리고 낙망할 수 있는 시점에서 언약을 성취하시는 하나님이심을 재확인시키셨다는 것은, 언약의 성취가 사람에게 있지 아니하고 전적으로 하나님에게 있음을 야곱에게 보여주시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야곱은 자기 스스로 새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새나라를 세워나가시되 그 일에 동참하고 있음을 재확인하게 됨으로서 혹시 자신의 본분을 수행해야 한다는 막중한 부담감을 제거할 수 있었을 것이다.
2. 야곱의 시대가 가지고 있는 특성
아브라함과 맺은 언약의 계승자로서 자신의 역사적 위치를 재차 확인한 야곱은 벧엘을 떠나 아버지 이삭을 향해 길을 떠났다. 야곱의 일행이 벧엘을 떠나 에브랏에 이를 때 라헬은 야곱의 12번째의 아들 베냐민을 생산하던 중 산고로 인해 라헬은 죽고 말았다. 에브랏은 예루살렘 북쪽 라마 근처라고 추정하는데(삼상 10:2, 렘 31:15) 에브라다라고 불리기도 했다(미 5:2). 후에 에브랏은 예수 그리스도의 출생지인 베들레헴과 동일한 곳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야곱은 라헬을 베들레헴에 장사하고 헤브론에 있는 이삭에게 이르러 이삭이 180세에 죽는 날까지 함께 거하였다.
이삭이 죽었다고 성경이 기록하는 것은 이삭의 시대가 끝이 났음을 의미한다. 실지로 야곱이 97세 경인 BC 1909년에 가나안에 입성한 후 요셉이 17세 경에 애굽으로 팔려가서 30세 경에 애굽의 총리대신이 된 이듬해인 BC 1886년경에 이삭이 죽었음을 볼 때, 이삭은 거의 20여 년 동안 야곱과 함께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이삭의 시대가 끝나고 새롭게 이스라엘, 즉 야곱의 시대가 시작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이삭이 죽은 것으로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서 비로소 이스라엘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금까지의 시대를 그 특징에 따라 구분한다면 아브라함의 시대는 새나라를 건설하기 위한 약속의 땅을 하나님으로부터 기업으로 받고 그 땅을 상속할 후손을 기대하는 것이라 특징지을 수 있는데 이삭의 출생으로 성취되었음을 볼 수 있다. 이삭의 시대는 새나라를 건설하기 위한 많은 후손을 얻는 것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데 마침내 이스라엘이 12 아들을 얻는 것으로 성취되었음을 그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이제 아브라함과 이삭의 뒤를 이은 이스라엘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따라서 이스라엘 시대의 특징은 어떻게 12 아들이 한 민족을 형성하게 될 것인가에 관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성경은 이스라엘의 12 아들들이 생육하고 번성하여 마침내 새나라를 건설할 하나의 민족으로 발전하게 될 것에 관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야곱이 하나 씨족 사회를 이끌어 가는 족장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마침내 야곱은 하나의 민족으로 장성하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의 성경의 관심은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니라 생육하고 번성하라 국민과 많은 국민이 네게서 나고 왕들이 네 허리에서 나오리라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준 땅을 네게 주고 내가 네 후손에게도 그 땅을 주리라”(창 35:11-12)고 벧엘에서 말씀 하나님의 약속이 어떻게 성취될 것인가에 관점을 가지고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