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이 미국 포드사와 제휴를 맺을 때 내용이 불합리하다고 여겨 계약을 파기하려 했다. 그러자 포드사는 ‘우리와 계약해도
겨우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을 텐데 독자적으로 생산하겠다니 가당키나 한 것인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왕 회장’이 독자적으로 자동차를
만든다고 결심하고 담당자에게 이를 지시했을 때 그 담당자는 항상 안주머니에 사직서를 넣고 다녔다고 한다. 그런 우여곡절을 거쳐 현대자동차는
마침내 1976년 대한민국 최초의 고유 모델인 포니를 생산했다.
1886년 독일의 카를 벤츠가 세계 최초의 가솔린 내연기관이 달린 자동차를 세상에 선보였다고, 1895년에는 프랑스의 미쉐린 형제가
공기압 타이어를 발명해 편안한 승차감과 일정속도 확보 및 정비 편의성을 갖추게 되었다. 또 1908년 포드사에서 컨베이어 벨트로 대량 생산방식을
개발하였다. 이런 환경은 자동차 생산 방식의 일대전환을 가져왔고, 근대적 자동차의 탄생이라는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예전에는 나라에 긴급한 일이 생기면 봉화를 피어 올렸다. 또 파발마를 띄워 전령이 급한 소식을 알렸다. 이후 통신기술의 발달로
전화나 전보를 통해 속보를 알리다가 지금은 인터넷 시대의 개막으로 속보경쟁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대신 보안을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되었다.
자동차의 역사에서도 마찬가지 흐름이 이어졌다. 일반 대중들은 소유는커녕 타보지도 못했던 승용차가 지금은 대량생산으로 보편적인 이동수단이
됐다.
필자는 최근 3박4일의 일정으로 제주여행을 하면서 렌터카를 빌려 이곳저곳 둘러봤다.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네거리에 위치한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도 방문했다. 2008년 4월 개관한 자동차박물관은 우리나라 최남단 환상의 섬 마라도가 한 눈에 들어오는 이색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특히 놀라운 것은 아시아 최초의 개인소장 박물관이라는 점이다.
이 박물관을 건립한 김영락 회장은 해외여행을 하던 중 미국 비행기박물관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은 건립된 지 60년 넘어서야
겨우 구경하는 것을 6살 어린이가 관람하는 것을 보고 자동차박물관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는 2002년 세계자동차 제주박물관
기획 및 자동차 수집에 들어갔다. 세계의 명차를 수집하는 일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박물관에 역사적인 기념물로 전시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시될 것’이라는 말에 소유주들이 흔쾌히 기증했다고 한다.
수십 년 세월의 흔적이 지니고 있는 자동차를 들여와 자체 정비소에서 수개월 간 정비를 하고 새로 꾸며 원래 모습으로 복원한다.
이곳에는 이런 과정을 거친 벤츠, 폭스바겐, 포드, 롤스로이스, 페라리, 올즈모빌, 벤틀리, 포르쉐, 재규어 등 세계적인 클래식카 90여대가
전시돼 있다. 또 어린이들이 직접 시운전을 해볼 수 있는 미니 자동차 체험관과 전 세계의 모형 미니카를 구입할 수 있는 자체매장과 커피숍도
마련돼 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인 자동차는 이제 이곳에서 단순한 운송 수단을 넘어 역사의 상징으로 남아 기념되어지고 있다. 앞만 보고 달려온
길에서 대나무처럼 매듭을 짓는 일이라면 이것이 인생의 황혼녘에서 마지막 매듭일 것이라는 김영락 회장의 소신이 담겨있는 제주자동차박물관은
‘인생이라는 길 위의 우리에게 자동차는 무슨 의미인가’를 돌아보게
한다.
기사입력: 2017/03/26 [16:11]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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