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며칠에 걸쳐 장황하게 15년이나 지난 옛이야기 하나를 길게 늘어놓은 것은,
그 제목처럼 '이것도 운명일까?' 하는 심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저에겐, 뭔가 예삿일은 아닐 것 같아서요.
그 당시 '방랑길' 비슷하게, 걸어서 '되는 대로 여행'을 하다가 (사전 지식 하나 없이)오지의 겨울산을 넘게 되면서 겪었던 얘기였는데요,
'왜, 하필이면 거길까?' 하는 일이 지금 저에게 벌어지고 있어서랍니다.
무슨 얘기냐구요?
제가 바로 그 곳에 가서, 당분간 지낼 일이 생겼다는 겁니다.
제가 우리 까페에, 지난번에 글을 올렸잖습니까?
(아래 '헛된 꿈'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한 달도 전이었는데요,
그 당시 제가 한 지방자치단쳬라고 거명한 곳은 '경북 봉화군'이었고,
그 때야, 어차피 이뤄지지 않을 꿈이라 여겼기에 구체적인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던 건데요,
저야 꼭 그곳(봉화)이 아니었다 해도, 그 어디라도 이런(한번 가서 지내 볼)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저는 그런 산골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은 꿈은 가지고 있었답니다.
제가 2003 년 '몽상'이라고 이름붙인 시골 생활을 한 이래,
비록 동해안에서는 아직 못 살아봤지만, '제주도' '비안도' 같은 섬에서도 1년 여씩을 살았던 사람이고,
그 밖의 '삼척' '양산' '군산' '난팡교' 등에서도 지내봤고,
이번에는 어디 깊은 산골에서도 한 번 살아보고 싶은 생각은 꽤나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는데요,
강원도 '정선' '평창' '삼척' 등도 괜찮을 것 같았고, '지리산' 주변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고, 경북의 '봉화' '영양'도 좋을 것 같았답니다.
그러다가 올해 4월에,
(최근에는 각 지자체마다 뭔가 '귀농, 귀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얘길 듣고 알고 있었던 지라)
그 중에서도 저는 '경북 봉화'를 지목하고는(어쩐지 그곳이 딱 떠오르더라구요. 거기는 교통이 나빠서 쉽게 갈 수도 없었고, '찜질방'도 없어서 저 같은 가난한 사람이 여행하기엔 뭔가 항상 동떨어진 오지 느낌이 강했던 곳이라),
그 일을 시도하기에 이릅니다.(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그 얘기는 이미 '헛된꿈'에 다 나오기 때문에 여기선 생략하겠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요구하는 조건에, 저는 '해당사항이 없는 사람'이더라구요.
'귀농 귀촌'하려는 사람도 아닌데다가, 대부분 젊은 사람을 원하던데, 저는 이미 늙어도 너무 늙어있고, 거기로 주소를 옮겨 살 수도 없는 무자격자드라구요.
그러니 스스로도,
'꿈도 커......' 하게 되었지요.
누가 저 같은 사람을 뽑아주겠냐구요.
그렇지만 그 바람이 너무나 컸기에, 그리고 그냥 포기하기엔 너무 안타깝기도 해서(그냥 물러날 수만은 없을 것 같아서),
'봉화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거기와 관계가 될 사람을 추적하기 시작했답니다.
그렇게 몇 군데 전화를 걸어서 제 얘기를 전달했는데,
거기서는 단번에 저를 내치지는 않고,
"이 전화번호에 한 번 연락해 보세요." 하기까지 하기에,
그 전화번호(알고 보니, 이 일을 담당(관리?)하는 분)에 전화를 걸어,
'귀농, 귀촌도 아니지만, 봉화에 꼭 한 번은 살아보고 싶어서 연락을 드린다'면서 제 상황을 설명했더니,
한 번 기다려 보라는 말을 해주더라구요.
그렇게 조그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기는 했지만,
그러기를 몇 달,
제 애가 타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오질 않더라구요.
그러니, 실망도 컸답니다.
안 되려나 보다......(특히, 누가 저 같이 낼 모레 70이 되는 사람을 원하겠습니까? 현지에 주소지를 옮겨, 농사지을 사람도 아닌데.) 하고 포기하기에 이르렀는데,
그러면서도 후회는 되드라구요.
그렇게 기다리느라 버린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던 거지요.
진작 포기했다면, 다른 곳에... 다른 식으로라도 알아봤을 거를 생각하면, 허송세월한 것 같기도 했구요.
(그렇지만 저는 어떤 경우에도 '양다리'를 걸치지는 않는 사람인데요.)
그런데 결국 제가 포기한 뒤에, '봉화군'에서 '한 번 신청이라도 해 보라'는 연락이 왔고,
여전히 '무자격자'였던 저는,
정말 자신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뻔뻔하게(? 그렇지만 신청서에 솔직하게 제 뜻을 기입) 그런 절차를 밟게 됩니다.
'밑져 봐야 본전'이란 생각이었지요.
그러면서도 안 된다는 쪽으로만 생각이 갔는데,
웬걸?
얼마 전에 연락을 받았는데,
합격했다잖습니까?
아, 어찌 아니 반가울 수가!
그리고 어찌 아니 고마웠겠습니까? 그 담당자들에게(봉화군)......
근데요, 그때(신청하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제가 가서 지낼 곳이 '봉화군의 어떤 한 곳' 정도로 만 생각했는데,
(워낙 봉화군 자체가 넓은 산골이라, 면도 많고 그 어디라도 대충 산골일 걸로만 여긴채)
알고 보니,
'아니! 내가 옛날에... 그 죽을 뻔하게 겨울산을 넘었던, 바로 그 '소천면' 아닌가.' 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물론 지도상으로 보면(아직 현장에 가보지 않은 상태),
'봉화군'에서도, 옛날 제가 겨울산을 넘었던 곳이 '소천면'에 속해 있던데(거기서 제일 높은 산이 1132 미터 '비룡산'),
이번에 제가 가서 살게 될 곳이 바로 그 '소천면'이라잖습니까?
그래서 정확하게 검색해 보니,(아래 지도 참조)
15년 전 제가 '현동역'에서 겨울 산을 넘어 '승부역'에 닿는 과정의 얘기를(운명일까?) 올렸는데,
이번에 제가 갈 곳이 같은 '소천면'이면서,
'분천리'라니,('분천역')
'거참, 희한하네!'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거지요. 저는, 지금......
물론 15년 전에 제가 직접 '분천역'에 들른 건 아니지만,
그 동네가 그 동네 아니겠습니까?
그 '비룡산'을 끼고 도는 '낙동강'에 자리한 마을일 테니까요.
그렇게 제가, 이번엔 경북 봉화군 '소천면'에 있는 한 마을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이 무더운 여름의 한 절정에 가서, 거기서 가을을 다 보낼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이것도 운명일까? 어째, 그런 거 같어......' 하고 있답니다.
(물론, 앞으로 당분간은 그곳에서의 제 살아가는 이야기가 이 까페를 채울 것입니다......)
첫댓글 새로운 곳에서 지내시는 이야기 많이 기대가 됩니다.
재미가 있을 게 분명한데, 제가 시간이 없어서... 그런 얘기를 다 올릴 수가 없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