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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문명답/難問名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젊음이다.
꽃도 봉오리에서 막 핀 꽃이 아름답고 짐승도
태어나 스스로 걸을 수 있을 때가 아름다우며 태양도 노을보다 아침햇살 떠오를 때 아름답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젊음이 한창 여물 때는 어떤 옷을 입어도 어떤
짓을 해도 아름답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때는 여자가 사랑을
받을 때다.
채은숙은 자신이 큐피트화살에 맞았다는 진회장의
말을 듣는 순간 본인은 느끼지 못했겠지만 얼굴에 짙은 분홍빛 홍조를 띄었다.
수많은 담장미 속에서 눈에 띈 한 송이 찔레꽃
같았다.
순수함과 흥분이 적당히
배합된 채은숙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퍼졌다면 화장발정도 밖에 안 되었겠지만 놀라움으로 얼굴을 덮은 채은숙은 에메랄드보다 더 신비롭고 루비보다 더
열정적으로 보였다.
그 놀라움은 경이롭고
섹시해보였다.
중년여자의 얼굴에서 이토록 청순하고 수줍은 표정이
발산한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 광경을 바라보는 최사장의 표정도 철부지 소년 같아 마치 비밀의 정원 한 장면 같았다.
아니야.
오랜,
사라진
세월.
이제는 완전히 잃어버린
깟년이를 떠 올리게 했기 때문에 꼭 로미오같았다.
최사장은 얼핏 생각했다.
핑크빛 깟년이의 분홍팬티보다 채은숙이 더 곱다고
생각했다.
깟년이의 팬티 색보다 눈앞에 서있는 채은숙의 굳은
얼굴이 더 선분홍이라 생각했다.
너무 고와 눈이
아팠다.
깟년이가 떠나고 미치도록 그리워 몸부림쳤을 때처럼
격렬하게 채은숙을 향해 10m를 내달리고 싶었다.
질풍처럼 달려가 와락 포응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아니 사력을 다해 자제하고
있는데 진회장이 스피커를 통해 상황을 중계했다.
“네,
채은숙
님.
채은숙님께 화살을 쏜
범인은 바로 조금 전에 섹스폰 ‘가슴아프게’
불어주신 우리 올인의
총무님 최점기사장이어유.”
“네에?
총무님이요?”
채은숙은 프로포즈한 사람이 최사장이란 사실을
확인하고 눈을 더 크게 떴다.
금세 터트려버릴 것처럼
눈알을 부릅떴다.
채은숙의 하얀 눈자위가
야릇한 흥분을 자아내게 했다.
진회장이 채은숙의 놀라는 품새가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아니면 사태를 가능한 평화적으로 풀려는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분위기와 영 동떨어진 말을 했다.
“놀라셨쥬?
저도
놀랐어유.
경찰에
신고할까유?”
장내에서 또 소요가 일어났다.
그 소요는 뻔했다.
찬반이었다.
그러니까 ‘오징어’
와 ‘꼴뚜기’
였다.
오징어쪽은 어울린다고,
꼴뚜기편은 영 아니다 또는
한쪽이 너무 기운다였다.
오징어가 이쪽이다 꼴뚜기가
저쪽이다 딱 까놓고 말하긴 뭐하지만 생각하나마나,
보나마나 한쪽은
뻔하다.
채은숙이 진회장에게 대답했다.
“화살을 쏘긴 했지만 물증이 없는데 어떻게
신고하세요?”
채은숙의 말에 진회장이 할 말을 잃고
기우뚱거렸다.
“증인이 있잖어유?”
채은숙이 야무지게 반박했다.
“증인만으로 안 되죠.
위증이 심증은 될 수
있지만 물증은 아니잖아요?”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채은숙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증인이 있으니 범인이 이제 어디로
튀겠어요?
앞으로 물증을 찾을 때까지
보류하겠어요.”
우문현답이었다.
아니다.
이런 걸 두고 난문명답이라
해야 한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슬기롭게 대답한 채은숙에게
박수가 쏟아졌다.
부정적인 대답이 나올 까
고심초사했던 최사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이 세상 어느 여자가 첫
프로포즈에 한번 빼 보지도 않고 기다렸다는 듯 오 예스오케이 할로댕큐 하겠는가?
당당하지만 부드럽고 아름답지만 날
섰고,
만만해 보이지만 카리스마가
넘치는 채은숙에게 최사장은 완전히 매료 돠어 반쯤 얼간이처럼 되고 말았다.
겨우 채은숙에게 한마디 했다.
“본인에게 삶의 희망을 주신 채은숙님께 심심한
감사와 함께 징허게 사랑으로 보답하겠으라.
금일은 본인의 인생에
최고의 영광이어라.
채은숙님의 사랑이 확실히
날인될 때까지 본인은 허벌나게 기다리고 허벌나게 사랑해 뿐질꺼이요.”
채은숙이 빙그레 웃었다.
웃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너무 아름답다 못해 눈이
부실지경이었다.
뒤따라 축하의 메시지들이 무질서하게 터져
나왔다.
“와!
프로포즈
쥑인다.”
“우리 올인의 공식첫커플입니다.
멋집니다!”
“축하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대박친 남자,
우리
총무님!”
“세상에서 제일 아까운 여자,
채은숙!”
“우리 총무님 만세!
채은숙님
만세!
두 분 다
만세!”
그때 두 손을 X자와 Y자로 번갈아 흔들며 오른쪽에서 중년의 여자회원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선이 모두 그 회원에게
집중됐다.
중년의 여자는 무대 위의 진회장을 향해 정중하게
말했다.
“질문이 있는데요!”
진회장이 대답했다.
“네,
오진희님
말씀하서유.”
“사랑을 고백하려면 연필로 쓰는기 아이고 요새는
섹스폰 불어야 합니꺼?”
또다시 웃음소리가 카페아웃인을
진동시켰다.
첫댓글 그렇게도 바라던 최사장의 사랑이 이루어 지나요?~~
사랑이 그렇게 호락호락 한 마술이 아닐 것 같은데요...ㅎ
오늘부터 폭염해제되었네요
더 신나는 날되십시오
채은숙의 얼굴에 홍조를 띄우고
얼마나 아름 다웠으면 피어나는 했살처럼 이뻤을까요.
최사장 오늘은 살맛 나겠슴니다.
저는 이 글 쓰면서 가끔 젠틀맨님의 젊은 시절 상상해 봅니다.
뽕 밭에서 무슨 일 벌어졌을까?..ㅋㅋㅋㅋ
아마 젠틀맨님 이 댓글 보시는 순간 채은숙보다 더 얼굴 빨개지겠죠?..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