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문장의 구조
1.나(우리): 정결-그러나 삶에 천민(적의와 죽음)도 필요하다는 인식 - 조심스럽게 나의 계단을 올라감 - 나의 구역질이 스스로가 날개를 만들어 샘물로 다가가는 힘 - 우리는 미래라는 나무 위에 보금자리를 짓고, 독수리는 그 부리로 우리들 고독한 자들에게 음식을 날라다주리라! - 천민의 머리 위에서 살게 됨 - 언젠가 바람처럼 천민 사이로 불어 들어가 나의 정신으로 그들의 정신의 숨결을 빼앗을 것
(교집합) 삶은 기쁨의 샘
2. 천민: 불결 - 샘에 독을 탐 - 그들의 눈은 과일나무 꺾이게 하고 나무 꼭대기를 시들게 함 - 천민은 악취가 진동하는 불, 더러운 꿈, 생명의 빵에서 우글거리는 구더기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
천민에 대하여
삶은 기쁨의 샘이다. 그러나 천민과 더불어 마시는 곳에 서는 모든 샘이 중독된다.
나는 모든 정결한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를 드러내며 웃는 입이나 불결한 자들의 갈증은 보고 싶지 않다. 그들이 샘물 속으로 그 시선을 던지면, 그 역겨운 미소가 샘물로부터 나에게로 반사되어 올라온다.
그들은 이 신성한 샘물에다가 음욕의 독을 탔다. 그리고 그들 자신의 더러운 꿈을 기쁨이라고 부르면서 기쁨이라는 말까지도 중독시켰다.
그들이 그 축축한 심장을 불에 쪼이면 불꽃도 싫어한다. 천민이 불 가까이 다가오면 정신 자체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증기를 내뿜기 때문이다.
과일은 그들의 손에서 달짝지근하게 짓물러진다. 그들의 눈길은 과일나무를 바람에 꺾이도록 약하게 만들며 나무 꼭대기를 시들게 한다.
삶으로부터 등을 돌린 적지 않은 사람들은 다만 이 천민들로부터 등을 돌렸을 뿐이다.
그들은 샘물과 불꽃과 과일을 천민들과 더불어 나누는 것을 바라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사막으로 가서 맹수들과 함께 갈증에 시달렸던 많은 사람들은 다만 불결한 낙타 몰이꾼들과 함께 물통 둘레에 앉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파괴자와도 같이, 그리고 열매가 익어가는 들판에 쏟아지는 우박과도 같이 나타난 많은 사람들도 자신의 발을 천민들의 크게 벌린 입 속으로 밀어 넣어 그 목구멍을 틀어막기를 바랐을 뿐이다.
삶 자체에 있어서 적의와 죽음, 게다가 순교의 십자가가 필연이라는 사실을 알긴 했지만, 그것이 가장 삼키기 어려 운 음식물은 아니었다.
뭐라고? 삶에 있어서는 천민도 필요하다고? 나는 언젠가 이렇게 물었고, 내가 거의 질식할 뻔했던 것은 바로 이 물음 때문이었다.
독을 탄 샘물, 악취가 진동하는 불, 더러운 꿈, 그리고 생명의 빵에서 우글거리는 구더기도 필요하다고?
나의 증오가 아니라 나의 구역질이 내 생명을 굶주린 듯이 먹어치웠다! 아, 나는 천민에게도 상당히 풍요로운 정신이 있음을 볼 때마다 나의 정신은 피곤함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지배자들이 지배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
가를 알고 나서는 그들로부터 등을 돌렸다. 그것은 권력을 잡기 위해 천민을 상대로 벌이는 홍정이자 거래일뿐이었다. 군중들 사이에서 나는 낯선 혀를 가지고 귀를 닫은 채 살아왔다. 그들의 흥정하는 말이나 권력을 위한 거래로부터 멀리 멀어져 있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코를 쥐고서 어제와 오늘이고 불쾌한 마음으로 지나왔다. 참으로 어제고 오늘이고 글을 쓰는 천민의 악취로 가득했다! 나는 귀먹고 눈멀고 벙어리가 된 불구자처럼 오랫동안 살아왔다. 권력의 천민, 문필의 천민 그리고 쾌락이나 좇는 천민들과 함께 살지 않기 위해서.
힘겹게 조심스럽게 나의 정신은 계단을 올라갔다. 기쁨이라는 적선이 내 정신에게는 청량제였다.삶은 지팡이에 의지한 채 눈먼 이 사람 곁을 살금살금 지나갔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어떻게 하여 나는 구역질로부터 자신을 구하였는가? 누가 나의 눈을 젊게 만들었는가? 어떻게 하여 나는 어떠한 천민도 더 이상 샘가에 앉아 있지 않은 드높은 곳으로 날아올랐는가?
나의 구역질 스스로가 날개를 만들어 샘물로 다가가는 힘을 주지 않았던가? 참으로 나는 기쁨의 샘을 다시 찾으려고 가장 높은 곳으로 날아올라야 했다!
아. 형제여. 나는 그 샘을 찾았다! 여기 가장 높은 곳에서 나를 위해 기쁨의 생물이 솟아오른다! 어떠한 천민도 함께 마시지 않는 삶이 여기 있다!
너무도 격렬하게 흘러나오는구나, 그대 기쁨의 샘이여!
잔을 다시 가득 채우려고 그대는 거듭 잔을 비우는구나!
나는 좀 더 겸손하게 그대 곁으로 다가가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내 심장이 너무나 격렬하게 그대를 향해 홀러가고 있으니 말이다.
짧고 무덥고 우울하면서도 행복에 넘치는 나의 여름이 내 심장 위에서 불타오르고 있다. 너무도 뜨거운 이 여름의 심장은 그대의 냉기를 얼마나 애타게 갈망하고 있는가!
머뭇거리고 망설이던 내 봄날의 비애는 지나갔다! 6월에 날리는 내 눈송이의 심술굿음도 지나갔다. 나는 온통 여름이 되었고 여름의 한낮이 되었다!
시원한 샘물과 행복의 고요함이 함께 있는 더없이 높은 곳에서의 여름. 아, 오라, 벗이여, 이 고요함이 한층 더 행 복해질 수 있도록!
여기야말로 우리의 드높은 경지이며 우리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여기, 모든 불결한 자들과 그들의 갈증이 도달하기에는 너무나 높고 가파른 곳에 우리는 살고 있다.
벗들이여, 그대들의 맑은 눈길을 나의 환희의 샘 속으로 던져보라! 그렇다고 해서 그 샘이 흐려지겠는가! 샘은 자신의 순결한 눈길로 그대들에게 웃음을 보내리라.
우리는 미래라는 나무 위에 보금자리를 짓고, 독수리는 그 부리로 우리들 고독한 자들에게 음식을 날라다주리라!
참으로 독수리는 불결한 자들과는 함께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날라다주리라! 그자들이 그런 음식을 먹는다면 불을 먹기라도 한 것처럼 그 주둥이를 태우게 되리라!
참으로 우리는 불결한 자들을 위하여 여기 집을 마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행복은 그들의 몸과 정신에게는 얼음의 동굴이리라!
거센 바람처럼 우리는 그들 머리 위 높은 곳에서 살고자 한다. 독수리를 벗 삼고, 눈을 벗 삼고, 태양을 벗 삼는 거 센 바람으로 살고자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바람처럼 그들 사이로 불어 들어가 나의 정신으로 그들의 정신의 숨결을 빼앗으리라. 나의 미래는 이것을 바라고 있다.
참으로 차라투스트라는 모든 평지 위를 스쳐가는 거센 바람이다. 그리고 경멸하며 침을 뱉는 모든 적들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바람을 향해 침을 별지 않도록 조심하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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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천민에 대하여와의 상관관계 탐구
꽃은 뱀을 몰고 온다 / 김미나
꽃은 뱀을 몰고 온다고 하였다(뭐라고? 삶에 있어서는 천민도 필요하다고?)
그때 나무는 아득히 묻힌 땅 속의 긴 폭풍을 가지고 왔다
소용돌이치면서 피어나는 것은
꽃이 아니라 꽃살문에 비치는 햇볕(선과 악은 한몸, 선만 이 존재하는 것은 환상)
흙 속에 허물을 길게 벗어두고 튀어 오르는 뱀을,
우리는 구불거리는 나무라고 불렀는데
가지 끝에 매달린 그늘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데
나무는 두근거리는 비을을 안은 채
대가리로 공기와 흙을 밀어낸다, 그때
꽃은 독을 질질 흘리고(너무도 격렬하게 흘러나오는구나)
입에선 한 점 봄이 질질 새어나오고
툭 불거진 뱀을 보고
그만 발자국은 꽃잎을 밟고 혼비백산,
산안개 자욱했던 봄도
발이 달려 있는지
발톱만큼, 개미걸음만큼
꽃이 비늘을 몰고 오듯이
걷고 있었다
꽃을 먹는 것들이 사는 마을(천민)
지붕 너머 쓰러진 사람들 두고
불쑥 떠오른 구름인 줄 알고
딴청 피우듯이 새소리를 (귀에) 찔러 넣고 다녔다
2019 제18회 김포문학상 수상작
*비을: 별의 방언
*이탤릭체는 공부를 위해 임의 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