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수사본부장의 임명이 이뤄졌다. 제 2대 본부장이라고 한다. 국가수사본부가 출범할 당시 가장 강조된 사항은 바로 수사의 독립성이다. 경찰청소속이지만 경찰청장의 지휘도 받지 않고 수사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꽤 개혁적인 조직같아 보인다. 그동안 검찰 경찰 할 것 없이 정권의 눈치을 보았던 것이 사실이다보니 정말 윗선의 생각과 관련없이 수사를 한다는 것이 참으로 꿈같은 이야기로 들리기도 했다. 경찰에서도 그동안 검찰의 힘에 눌려 뒷전 신세였던 위상을 높이는 결정적이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크게 반기고 과연 누가 국가수사본부장이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렸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가수사본부장이 교체됐다. 경찰 출신이 아닌 검찰출신 인물이다. 물론 국가수사본부가 출범할 때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경찰 외부 인물이 본부장이 될 수 있다며 열린 제도를 표방하기는 했지만 하필 검찰 출신 인사가 자리에 앉느냐며 이런 저런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 경찰 고위관계자는 자괴감과 무력감이 상당하다면서 경찰조직을 잘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경찰들을 제대로 지휘할 수 있겠는가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검찰 편향적인 수사로 흐를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경찰청 내부 게시판에도 이런 사항은 이미 예견된 것 아닌가..그동안 그렇게 힘들게 추진했던 수사권 조정의 기본 정신이 뿌리채 흔들리는 처사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어떤 경찰은 그렇다면 앞으로 경찰 출신도 검찰총장이나 검찰의 고위간부가 될 수 있는 것이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도 이번 인사가 전 정권에 의해 추진된 검찰의 권한 축소를 다시 원위치시키고 더욱 확대하려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인사의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 학교 폭력으로 전학 조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유명 사립 고등학교에 입학한 국수본부장 아들은 동급생에 대해 1년 가까이 폭언을 하는 등 괴롭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패해 학생은 학교 폭력으로 인한 공황 증세를 보이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다는 것이다. 학교측은 이와 관련해 학교 폭력위원회를 열고 전학조치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수본부장 측은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등을 신청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학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도 진행했는데 1,2,3심에서 모두 기각됐다. 국수본부장 아들은 결국 전학 조치됐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국수본부장은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국가 주요 자리에 인사를 낼 경우 정말 이리저리 따져 보아야 한다. 특정인과 친분관계 등으로 허술한 인사검증을 하다가는 정말 망신당하기 십상이다. 특히 미묘한 갈등 구도속에 있는 조직일 경우 더욱 더 치밀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안그래도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놓고 얼마나 말들이 많았는가. 경찰 내부에서도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인물들이 있을텐데 왜 굳이 검찰 출신을 임명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든다. 그렇다면 위에서 어느 경찰의 말대로 경찰 출신들도 검찰 조직의 주요 보직을 맡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나라 최고 권력자가 검찰 출신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학교폭력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힘을 동원한 군면제와 동일하게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대표적인 사안이다. 이런 중대한 범죄와 연관관계가 있는데 그것을 그냥 흘렸다는 것은 치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의 수장을 임명하는 것은 그 조직을 위해 절대적이다. 그래서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2023년 2월 25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