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손가락 마디마디
굳게 새긴 마음무늬
또렷했던 그 무늬
햇살 따라 풀어져서
닳도록 믿고 싶었던
기억마저 흐려져서
내가 나를 증명 못한
한순간 뼈저리다
번번이 거절당한
낡은 지문 밖에서
시간은 또 누구 편에서
손 흔드나, 해맑게
하양을 지나며
도화지 한 장 위로 볕 바른 물결이네
가까워 멀어지는 저 눈물 가시광선
보얗게 이울 때까지 손 흔들던 어머니
대구서 영천 가는 그 길목 하양이네
닿을 둣 멀어질 듯 발목까지 끌고 와
옥양목 고운 빛으로 다녀가신 어머니
그 사이
남자가 친구로만 보이는 그 여자
여자가 친구로는 보이지 않는 남자
보이다 보이지 않는 사이, 달려가나 멈추나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리다는 것
지금 맞다 하면 그땐 어쩜 틀렸을까
틀리고 맞는 그 사이, 머무르나 흐르나
겹
싸리울 틈새마다 바람 이는 나뭇가지
내 것 아닌 울타리 저 안과 밖을 나눠
가두고 풀어주는 일 못다 감춘 달빛에
거듭 글썽이며 밟고 간 달그림자
마음 떠난 자리에서 손 놓은 자리까지
처음과 끝이 만나는 곳 문고리에 겹친다
- 시집 『슬픔의 뒤편』 시인동네, 2022
카페 게시글
작품 소개하기
김미정 시인 시집 『슬픔의 뒤편』
김수환
추천 1
조회 98
22.08.05 06:38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