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로 전해 오는 종갓집의 요리비법이 텔레비전에 나오면 저는 채널얼음 시킵니다. 관심이 있거든요.
요즘 쿡방이 넘쳐나 얼추 봐도 지상파와 종편까지 꽤 많더라구요. 15분간 주어진 재료로 급요리를 완성하고 맛을 보고는 한결같이 결론은 "맛있다검"!!
글쎄요 그대로 따라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제 눈엔 비주얼만 봐도 그닥 버킹검 정도는 아닌데...
해외에서 굳이 요리 문화체험을 거부하며 한식을 찾지는 않습니다만 옛날식 다방에 앉아 낭만을 노래한 어떤 가수처럼 뭐니뭐니해도 토속적인 음식들이 제 입에는 맛이 있다 느껴집니다.
가끔씩 마트 진열대에 놓인 식품회사들의 장들을 보며
집에서 만든 장들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 걱정도 해 보게 됩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대를 이어 가업을 한다는 소규모 식당들도 나오고 우리의 전통음식을 제조하는 곳과 장을 만드는 종갓집도 나오더라구요.
다행인 것은 전통이 유지되는 것이고 불행인 것은 요즘 잚은이들 취업이 어렵다는 것이겠지요.
저는 철 들자 망녕 든다는 말이 있지만 철이 너무 본의 아니게 급작스럽게 빨리 들고 날마다 철이 들어야 하는 기현상을 겪다보니 음식이나 그에 따른 재료들에 연식에
걸맞지 않는 초집착적인 면이 다분히 있습니다.
심지어 80이 다 되시는 친정 모친이 제게 주책 떨지 말라고 하신답니다. ㅋㅋ
많은 가족의 먹을거리를 적은 비용으로 극대화해야 하다보니 느느니 잔머리요 노느니 계산기가 되었습니다.
마트에 가도 등짝에 업었다 해서 결코 싸지 않다는 걸 JQ짱인 제가 속을리가 없지만 가끔씩 헛다리 짚었을땐 알마나 속상했는지 몰랐습니다.
지금은 대다수의 가정에서 각종 집안의 손님 접대를 집에서 장만하지 않습니다. 외식산업의 발전과 함께 현대인의 시테크까지 고려하여 이제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예전엔 비용절감과 내가 좀 힘들면 넉넉하게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집으로 초대를 했고
최근까지는 예전에 해왔던 방식에 익숙해져 집에서 손님상을 차렸답니다.
제일 많은 초대 인원은 200명 남짓이었죠.
20년 넘게 하다보니 해가 갈수록 진화가 되어 이제는
호텔뷔페에 사용되는 뚜껑 달린 커다란 그릇과 또 음식을 따뜻하게 하는 도구들까지 마련했습니다.
돈벌이를 놓은 적이 없으니 디데이를 기점으로 나름의
계획표를 만듭니다.
먼저 요리의 종류는 7가지로 합니다. 이것저것 해봐야 힘만 들고 음식물 낭비가 커지기 때문이지요.
또한 상당히 뜨거움이 유지되야 맛있는 음식과 반대로 이가 시리도록 차가움이 유지되야 하는 것도 제외합니다. 관리의 어려움이 있지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으니 정해진 7가지의 요리의 재료를 주재료와 부재료로 나누어 적습니다. 그리고 주재료중 구입시기를 정리합니다. 한달이라는 준비 기간동안 장을 보는 것 또한 효과적으로 해야 중복구입 및 이동이 편리하니까요. 이렇게 천천히 재료를 준비하면서 기록을 남기고 사이사이 식사도구들을 예정인원에 맞게 준비하고 집안청소도 주말마다 하지요.
그리고 실제적으로 2~3일 전에는 양념을 준비하구요.
파의 경우 요리내용에 맞게 썰어 아예 파통을 하나 준비하고 마늘도 져미거나 채썰거나 다지거나 통마늘이던지 마늘통 하나 만듭니다. 어떤 음식에 어울리는 부재료와 종류를 크기별로 씻어 미리 해놓으면 도마와 칼은 꺼낼 필요가 없습니다.
뷔페의 형식으로 캠핑용 탁자면 준비 완료.!
그동안 아무나 할 수 있는 요리지만 누구나 할 수 있지는 않은 손님초대 요리 중 가장 인기있었던 걸 소개할까 합니다.
첫번째 송이족(발)탕수육-발족에 또 발 , 발발 ㅠㅠ
하실 수 있다면 돼지 생족 구입하지만 일반적으로 조리된 것에 탕수육소스와 동일하게 소스를 만들지만 거기에 자연산송이를 넣으면 향 끝내주고 고급지게 되지요. 그릇 바닥나게 사라집니다.
두번째 간장게장, 전복장,새우장은 미리 만들어 놓을 수 있어 좋고 인기짱입니다. 단 먹고 나오는 흔적들은 각자 버리기 쉽도록 평소 마트에서 새싹 포장되어 있는 빠닥용기와 사과나 과일 세개씩 포장된 빠닥이는 버리지 마시고 앞접시처럼 요럴때 쓰고 버립니다.
세번쨔 더덕도라지 구이
더덕과 도라지 8:2 비율로 더덕구이 양념해서 구워 놓습니다. 맛의 극대화는 캠핑용 도구로 구우면 되구요.
다섯째 왠지 한국요리에 빠지면 서운한 전요리
호박굴전 - 호박 가운데를 병뚜껑으로 비우고 굴을 부침가루로 버무려 채워 전을 부칩니다.
땡초전-매운고추와 표고버섯으로 전을 작게 부칩니다.
정신 버쩍 들지요.
아쉬운 튀김은 간단하고 쉽게 빙어가 최고랍니다.
여섯째 도도리묵무침
지금까지는 이모가 보내주신 걸로 해서 숨 넘어가게 맛있다고들 했습니다.
일곱번째 생선회 이거야 돈주고 사면 되지만 고추장과
된장은 반드시 집에서 만드세요. 집에서 만든 된장을 소고기가루(소고기를 말려 갈아둠)에 없다면 제외하고 볶은콩가루와 마늘을 넣고 준비하고 고추장은 레몬즙과 홍옥으로 맛을 냅니다. 여기에 말린 고추씨를 갈아 넣어보세요. 흔하지 않은 초고추장이 됩니다. 약간의 겨자추가 (익슉한 마트식초 때문에 신맛이 부족하면 조금만 첨가)
여덟번째 만두구이
전통 만두를 국이 아닌 튀긴 듯 구이화 하면 됩니다. 미리 해두어도 되어 좋구요. 피는 시금치나 적색양배추
같이 원하는 천연색을 내어 김치만두로 합니다.
어린아이들도 아주 잘 먹습니다.
아홉번째 샐러드
양배추와 샐러리 뭐 기호대로 야채를 준비하고 드레싱은 마트에서 파는 오이피클을 국물과 믹서에 갈고 파인애플 깡통 국물과 파인애플은 약간만 낳고 마요네즈와 몽땅 믹서로 섞어줍니다. 상상 이상의 맛이 됩니다.
열번째 백김치와 두릅 총각무물김치
백김치의 경우 뷔페식이라 그릇을 매번 교환하지 못하므로 일반 김치보다 깨끗하고 김치는 썰어 접시에 담아 넣고 국물은 편의상 시원하게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두릅과 총각무로 물김치를 고추씨만 넣고
하얗게 담습니다.
밥은 맵쌀과 찹쌀을 반반씩 하고 강황(카레가루 약간)과
완두콩을 넣고 하면 색과 맛이 있습니다. 물론 소화도 잘 되구요.
국은 제일 간단한 콩나물에 미더덕 말고 만득이와 북어머리통을 넣고 끓이고 모시조개를 건지개에 넣고 익힌 뒤 국통에서 빼놓고 손님상에 나가기 쉽게 콩나물과
만득이 건더기를 국그릇에 미리 담아 놓고 그 위에 모시조개 한두개씩과 청홍고추 미리 셋팅해 둡니다.
국물만 뜨겁게 데워 착착 ~~
일일히 음식 나르지 않아도 되고 버리는 음식도 없고 설거지도 빠르고
어디까지나 제 사견입니다만 집 밥이 최고죠.
다들 살림하시는 주부이시니 알아서 잘 하시겠지요.
제 경험상 종류가 많은 게 아니라 보편적으로 맛있다고 느끼고 잘 차렸다고 하는 상차림입니다.
여기에 요즘은 자이글이라는 요리도구도 있으니 생선구이나 갈비 추가도 좋겠습니다.
사실 장보고 운반하고 씻고 썰고 지지고 볶고 끓이고 튀기고 ~~~ 대단히 복잡하지만 여럿이 즐겁게 맘껏 떠들어도 목 안쉬어 좋고 아이들에게 주의 주느라 힘빼지 않아도 되고 그런 좋은 점도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진솔한 대화도 나누기 어려운 장소에 따른 시간 제약이 없어 좋더라구요.
모두가 맛있게 드시는 걸 보면 행복하고 남은 걸 서로 도와 치워주니 행복하고 다음날 깨끗한 설거지 해 놓은 그릇들을 보면 더 더욱 행복하답니다.
첫댓글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도 외식을 싫어하고 또 손님을 집으로 초대해서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정성이 있는 같아
힘은 들어도 집에서 음식을 하는 편인데 20명 넘는 손님은 치려 본적이 없는 같아요..
설명하신 음식 하나 하나가 침샘을 자극합니다 .
이거 프린트 해둬야겠어요.... 저도 시어머니 모시고 사느라 일년에 3번 두 명절과 어머니 생신... 30여명의 식사를 준비하는데 늘 하던것만 해서 식상했을것 같애요.... 좋은 요리방법 응용해 봐야겠어요 감사해요...^^*
존경합니다. 조건없이 시어른들과 함께 생활을 하신다는 건 큰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에서 어쩌다 한번쯤 마음은 아프기 마련이지요. 지혜롭게 보내시다보면 스스로 대견하다 하실 때를 맞이하게 됩니다. 혹시 알고 싶은 게 있으시면 글 남겨주세요. 그리고 누가 뭐라해도 본인이 최고입니다. 본인의 건강을 잘 돌보시구요.
와~ 살림 9단 이시군요 저도 음식 만들어서 퍼나르는것 좋아했는데 나이들면서 이젠 슬슬 꾀가 나더라구요 위에 레시피 들은 왠지 고급져보이는 모양도 가춰질것같고 맛 또한 훌륭한 맛일것 같습니다 요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네요 감사합니다 ^^
완벽하네요~ 글도 살림도 ~~
대단하세요/대식구는 맞지만 일이 무서워 출장 부르고 했는데/ 집에서 해 봐야 겠어요/저도 적어 두어야 겠어요/
글.솜씨가대단하세요
나도 집에서 손님치려기좋아하는일인입니다
순희님표 홍어 문어등.줄돔.돔등
주말이 총집합했읍니다
홍어....전 서울 사람 치고는 홍어 무척 좋아했는데 이젠 먹을 수가 없는 추억속의 음식이네요. 살짝 익힌 문어 ~~한상 가득 차리시느라 애쓰셨네요. 접시만 봐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