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1-6
나는 지금도 가고파를 가끔 콧노래로 불러볼 때면 솜을 넣은 바지저고리 시대의
저학년 초등학교에서부터 어깨가 역삼각형으로 넓게 보이라고 제복의 어깨 속에
솜을 많이 넣었던 고등학교시절이 가끔 되살아나곤 한다.
패기가 철철 넘치든 학우들과 통화를 해보면 수화기에 들리는 목소리로 봐선
약관의 교복 교모 차림 옛날 그대로인데 주소록에 나오는 사진으로 보아선
나처럼 늙어가고 있으니 죽기 전에 한번쯤은 만났으면 하는 마음은 떨쳐 버릴
수가 없었는데 제작년 59년만에 만나게 된다.
내가 그당시 키가작으니까 교실에서 맨 앞줄 중간에 자리를 잡는데 내가 뒤를
돌아보면 다른 학생들의 얼굴이 보이지만 뒷쪽의 학생들은 나의 뒤통수만 보게 된다.
재작년에 만나서 골프를 친 가장 키가 컷었던 교우가 생각하는 나는 항상고개를 들고 있었던것 밖에는 기억이 없다는데 앞좌석에서 45도로 고개를 바짝들고 교단위의 선생님을 주시를 했을것이다.
청출어람(靑出於藍; 쪽에서 뽑아낸 푸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나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말이 있다.
선생님들께서는 ‘공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것이 더 정설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선생님보다도 더 훌륭한 수재들을 배출할 수가 있으니 말이다.
그때의 일들이 지금 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것은 몇 년 동안의 반복이
있었고 만약 학교생활이 평범했더라면 수십 삭이 지난지금 머릿속엔 아무것도
남는 것이 텅텅비어 있으련만 너무나도 고생스러웠기 때문에 지금 도 기억을 생생하게 살려내나 보다.
내가 중 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선생님들마다 대개 별명이 있어서 본명은
뒷전인데 학생들은 선생님들이 하신 말씀이나 또는 모습에서 뽑아내어 격에 맞게 잘도 지어내었다.
하기야 이름을 두고 붙여진 별명을 부른다는 것은 지극히 나쁜 일이지만 여하튼
그당시에는 죄의식을 느끼지도 못했고 쓰기에 편하며 또한 흥미롭게 묘사하고
좋아서 줄곧 그렇게 통하고 있을 때이며 꼭 비하(卑下)한다거나 야유를 던질 목적으로 부른 것은 결코 아니다.
영작(英語作文)선생님이 벌들(The bees)을 발음하여 “드 삐 이이 스”라고
‘이’에 악센트를 너무 많이 넣는 바람에 ‘더삐스’라고 불렀으며, 다른
고바우(동아일보 연재만화의 주인공 고바우영감은 목이 없음, 목이 짧아서
붙여진 별명)라는 별명의 이한영 영작 선생은 시가(여송연; cigar, 발음부호
sigά:r)는 ‘시’ 에 엑센트를 넣어야 된다하며 몇 번을 되풀이해서 시가! 시가! 하여
지금도 기억을 하는데 미국에 와보니 엑센트가 ‘가’ 에 들어간다.
내가 시가 발음을 오랫동안 기억하느냐 하면 그 당시 우리들은 시가를 ‘X담배’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목이 긴 선생님은 ‘메가지’,
농업 통론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얼굴이 길다고 하여‘고구마’,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가 짧은 선생은‘이쿠샤’,
지리 선생님은 우랄 알타이산맥에서 따온‘알타이’,
역사 선생님은 말이 워낙 유창하셔서 ‘약장사’,
김익조 선생님은 이로운새 해로운새(害鳥)라는 말에서 따온 ‘익조(益鳥)’,
상주의 시골서 오신 이원달 한문 선생님은 마음이 워낙 좋으셔서
‘바보 온달’
이라고 지었으며 몸이 여윈 김용해 기하 선생님은‘갈비’,
[이 선생님의 후일담으로 친구들 중 공부를잘하는 친구들은 서울대에
입학을 한 후에 모두들 좌익에 가담을 하여 죽임을 당했지만 전화위복
으로 혼자만 살아남아셨단다, 1950년경 보도연맹(보련)에 가입을 하면
쌀 한가마니씩을 준다고 하니 젊은청년들이 모두들 가입을 했는데 거짓말이었다.]
안태호 영어 선생님은 ‘RTO(Railway Transportation Office)’
라고 별명을 붙혔다.
홍 성문이라는 국어 선생님은 말끝마다 말이지 라는 말을 사용하여
‘말이지’라는 별명이 붙여졌는데 어느 학생이
“선생님! 말끝마다 하시는 그 ‘말이지’라는 말을 좀 뺄 수 없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내가 말이지, 말이지 라는 말을 안 하려고 해도 말이지, 말이지 라는 말이 자꾸 나온다 말이지”
라고 해 웃은 일도 있다.
수업시간이 시작이 되는 종은 소사[小使]가 ‘땡땡땡’3번씩을 치고
수업시간이 끝나는 종은 ‘땡땡’두번씩을 치는데 역사 시간이 되어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수다스러운 학생 하나가 저 멀리 복도 끝에 나타난 선생님을 보고는
“역사 온다!” 라고 외치면서 교실로 뛰어 들어왔는데 선생님이 그
소리를 듣고는 교실로 들어오셔서는
“내가 어디 역사냐? 임마!”
하며 자기를 비하했다고 단체기합을 받은 일도 있는데 역사선생님을 준말로
“역사”라고 동료들에게 제빨리 주위를 환기시키려고 한 말인데 왜곡이 된것 같다.
1주일 시간표(주5일 30시간, 토요일[半空日]은 4시간)는 약자를 사용하여
달달 외우는데, 厂(역사:歷史), 体(체육,體育), 口(국어, 國語), R(영어, Readers),
C(영작, composition), 代(대수, 代數)등 약자로 표기 가 되는데 일주일치의
시간표 34개를 모두 머리속에 넣어두게된다.
다른 한 가지는 함철상 선생님이 영어시간에 한말로 어느 교회에
‘Now here god is.(이곳에 신이 있다.)’라고 써놓은 것을 한 아이가
‘No where god is.(신은 아무데도 없다.)’라고 ‘w’ 자를 옮겨서 뜻을
정 반대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