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옵는 이 세상에서 [조병화]
눈에 보이옵는 이 세상에서
눈에 보이지 아니하옵는 저 세상에
훅, 떠나신지
어언 수 삼년
당신의 말씀 그 목소리
얘, 너 뭐 그리 생각하니
사는 거다
그냥 사는 거다
슬픈 거, 기쁜 거
너대로
다 그냥 사는 거다
잠간이다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눈에 보이옵는 이 세상에서
눈에 보이지 아니하옵는 저 세상에
훅, 떠나신지
어언 수 삼년
당신의 목소리 그 말씀
얘, 너 뭐 그리 혼자 서 있니
사는 거다
그냥 사는 거다
슬픈 거 기쁜 거
다 너대로 그냥 사는 거다
그게 세상
잠간이다
- 조병화시선, 정음문고, 1976
* 조병화시인은 어머니를 몹시 사랑했던 시인으로 유명하다.
지금이야 눈에 보이지 아니하옵는 세상에서 함께 하고 있겠지만
서로 이 세상, 저 세상 나뉘어 있을 때에는 무척이나 안타까워 했을 게다.
아마도 어머니가 꿈에 나타나 '그냥 사는 거다' , 아들을 위로하였을지도 모른다.
93세 노모도 누가 보고 싶으세요? 물으면 엄마!라고 대답했다니
누구나 엄마의 분신인 우리는 엄마가 보고 싶은게 당연하다.
혼자 서 있다, 생각 말고 늘 함께 한다 생각하고 그냥 사는거다.
우리도 언젠가는 눈에 보이지 아니하옵는 세상에서 함께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