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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 밴쿠버의 Robson st.에 있는 White Tower라는 레스토랑에서 새벽 4시에 있었던 적이 있다. 라이센스가 새벽 1,2시까지만 영업을 허용하는 업소가 대부분이기에 새벽 4,5시까지 영업을 하는 이 주변의 유일한 업소 중의 하나인 이 레스토랑은 주로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아쉬는 이들을 위한 곳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곳이다. 자연스레 이 곳은 술 취한 사람들이 많이 보이기 나름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나는 이 곳에서 피곤함도 잊은채 지난 몇년의 흘러간 세월을 따라잡고 있었다. 우리의 테이블 위에는 간단한 음식과 맥주, 핸드폰과 개인 소지품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레스토랑은 이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꽤 만원이였다. 삼삼오오 테이블에 모여 있었고 군데군데 한국 사람들도 보이는 듯 했다. 우리 바로 옆에는 15명 정도 되어 보이는 베트남/중국 남정네 그룹이 있었다.
잠시 후 주변 어디서부터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처음에 우리는 그려려니 하고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중국어와 같이 들리기도 하였고 기쁨의 흥분인지 호전적인 흥분인지 구분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잠시 후 우리 바로 옆 테이블에서 부터 순식간에 화산이 폭발하듯 접시와 유리컵, 심지어는 의자까지 우리 쪽으로 날아오기 시작하였다. 내 그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을 때, 몇명은 바닥에서 피를 흘리며 뒹굴고 있고 한명은 테이블 위에 서서 무엇인가를 던지려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요 근래에 총기 사건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인지 레스토랑에 있던 나머지 객인들은 모두 순식간에 출구를 향해 질주를 하였다. 레스토랑은 남자들의 고함과 여자들의 비명 그리고 유리가 깨지는 소리로 난장판을 이루었다.
잠시 후 나와 내 친구들은 주차를 하였던 곳에서 하나 둘 씩 나타났다. 다행히 아무도 다친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우리 넷이 모이면 안전한 날이 없다는 농담을 하며 각각의 집으로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잘 준비를 하려는 과정에 내 주머니에 휴대폰이 없다는 사실을 깨닳았다. 불과 몇달 전에 새로 출시를 하여 3년 약정을 한 아이폰 3G였다. 나는 급히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의 시트 사이와 바닥을 삳삳히 찾아 보았다. 휴대폰은 온데간데 보이질 않았다. 나는 잠시동안 아무도 없는 이 지하 주차장에서 홀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는 이 폰에 저장되 있을 오래 기간동안 어렵게 모은 사업 연락처와 중요한 정보들이 기억났다. 나는 설마하며 그자리에서 바로 차를 몰고 다시 그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곳은 경찰차 Ford Crown Victoria가 과다할 정도로 주위를 점령하고 있었고 레스토랑은 노란 테이프로 감싸여 있었다. 경찰관들은 이 곳 저 곳에서 목격자들을 인터뷰하고 있었고 주변을 돌아다니며 증거물들을 확보하는 듯 하였다. 나는 이들에게 나의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볼까하였지만 이 곳에서 발견되는 물건을 나에게 건내준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답답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 이후로 부터 내 폰을 찾으려는 노력에 착수하였다. 나는 다음날 아침 레스토랑에 가서 주인과 직원에게 물어보고 직접 레스토랑 곳곳을 찾아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내 통신 회사에 연락을 해 보았으나 그들은 내 어카운트를 보호해 줄 수만 있지 공기계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또한, 공기계의 손상에 대한 보험이 있지만 분실에 대한 보험은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약정을 파기하는데 드는 거대한 비용도 빼먹지 않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분실된 아이폰을 등록하는 삼자 온라인 기관에도 등록을 하였지만 널리 쓰이지 않는 이 서비스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Craigslist나 Kijiji같은 곳에서 새로 올라오는 내 모델의 아이폰 중에서 박스나 충전기가 없이 파는 것들을 종합해 몇번 만남을 주선하기도 하였다. 애플 회사에 직접 이메일로 소통을 해보고, 전화를 하여도 보고, 애플 지점에 가서 연구 조사를 하여 보았지만 그들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게 들렸다. 자신의 데이타베이스에서 공기계를 추적할 수는 있지만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추적을 할 수 없다고 하였다(이 당시는 iCloud가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내 공기계에 관련된 중요한 범죄 사건이 있다면 경찰의 요구를 통해 법적으로 애플은 협조할 수 밖에 없다고 하였다.
내 폰이 범죄 사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는 아니지만 범죄 장소에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그 생각에 경찰서에 문의를 하였다. 나는 여러 무관심한 경찰들과 밀고 당기기 끝에 외진 곳에 있는 증거 보관소의 주소를 찾아 낼 수 있었다. 신상명의를 등록하고 기다리는 내 앞에 경찰관은 나의 폰을 보여주었다. 먼지와 약간의 스크래치가 난 것 이외에는 큰 손상이 없었다. 나는 기적과도 같이 다시 내 폰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을 손실하거나 도난당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만약에 없더라도 주변에 그러한 경험을 겪은 사람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나와 같이 운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된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하여 휴대폰 손실에 대하여 배운 것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토론토 경찰 부서는 지난 3년 동안 휴대폰과 관련된 강도 사건이 두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지난 해만 해도 토론토 지역 내에서 무려 1,800 건수가 신고되었다고 한다. 이 말은 휴대폰을 목적으로 하루에 적어도 5번 씩 누군가가 총이나 칼의 끝에 강도를 당했다는 말이다. 이 것은 강도 사건만 해당하는 것이지 도난은 신고가 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셀 수 없이 더 많은 것이라고 추측된다. 도난 또한 커피숍에서 누군가가 내 폰을 집어가는 비교적 무해한 사건 외에도 내 자동차의 유리를 깨고 훔쳐가는 침습성의 사건들도 포함된다.
수요가 많고 이윤이 많이 남는 휴대폰 중고 시장을 겨냥한 범죄 조직도 활동이 활발하다고 한다. 보통 도난이 된 휴대폰은 이라크, 페루, 호주, 두바이, 중국, 자메이카와 같은 40여개의 국가로 밀입된다. 대부분 이러한 나라들은 휴대폰에 관련된 관세가 높다거나 출시일이 늦어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예를 들어 북미주에서 600-700불하는 아이폰은 페루와 같은 경우에는 1,000불이 넘게 시중에서 팔린다.
뿐만 아니라 휴대폰은 우리의 일상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용품이다. 생명에 위협이 가는 강도 사건이 없이 간단히 손실하였다 하여도 휴대폰의 손실은 지갑의 손실과 같이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캐나다 정부나 통신 회사가 이렇게 큰 문제로 발전하고 있는 휴대폰에 대하여 별다른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휴대폰 통신 기술은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진다. 미국의 Qualcomm에서 개발된 Code Division Multiple Access(CDMA)와 유럽에서 개발된 Global System for Mobile(GSM)이 있다. CDMA 기술의 폰들은 SIM 카드가 없이 작동이 된다(Telus나 미국의 Sprint 또는 Verizon과 같은 경우는 이 기술을 사용한다). 따라서 전화를 개통할 때 등록이 되는 것은 전화기 자체의 고유 번호인 Electronic Serial Number(ESN)하나 이다. 이 ESN을 통하여 공기계가 합법적인지의 여부를 알 수 있다. CDMA 전화를 분실하였다면 통신 회사에 연락을 하여 이 특정 ESN에 flag를 하여 다시는 사용을 할 수 없도록 할 수 있다. 중고 시장에서 거래를 할 때에도 판매자에게 ESN을 미리 달라고 하거나 현장에서 직접 Customer Service에 전화를 하여 ESN을 확일 할 수 있다.
반면에 GSM 기술의 전화기들은 SIM 카드가 있어야지만 접속이 가능하다(Fido나 Rogers의 경우에 해당된다). 따라서 번호를 개통할 때에 필요한 것은 SIM 카드의 고유 번호만 필요로 하는 것이다. GSM 전화기의 고유번호는 IMEI라고 하는데 이 것은 자사에서 판매하는 전화기만 등록을 하도록 정책이 되어 있다. 따라서 만약 IMEI를 신고하여 flag을 한다고 하여도 타사에서 사용을 한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현재 통신 회사들끼리는 IMEI의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 심지어 다른 통신 회사에서 사용하지 않고 같은 회사에서 사용하여도 SIM카드만 등록을 한다면 도난 당한 전화기인지 아닌지 통신사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Telus 전화기와 같은 CDMA 전화기들이 도난에서 부터 비교적 안전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도둑이나 강도는 전화기가 CDMA이냐 GSM을 사전에 확인해 보고 범죄를 행하지 않는다. 둘 중에 하나라도 시중 가치가 있다면 이 들은 계속하여 무자기로 훔쳐갈 것이다. 그렇다면 GSM 전화기의 IMEI를 등록하면 되지 않은가? 그렇다. 2004년, 19개의 통신회사(대부분 유럽과 호주)은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일종의 IMEI 블랙 리스트를 만들었다(블랙 리스트). 이 프로그램이 시작된 해부터 2011년까지 휴대폰의 도난은 무려 25%나 감소되었다고 한다. 미국도 또한 U.S. 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과 AT&T, Verizon, T-Mobile의 합작으로 이번해 4월부터 국가의 IMEI 데이타베이스를 구축하기에 착수하였다. 이 외에도 이미 웹상에 IMEI 블랙 리스트는 많이 존재하지만 정작 통신 회사들이 이 리스트들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캐나다의 통신 회사들은 아직 이러한 방안을 향해 움직이려는 조짐이 없다. 정부에서 마저 이 문제에 대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첫째로, 누가 이 데이타베이스를 만들 것이며 누가 유지를 할 것이냐라는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문제가 있다. 둘째로, 통신 회사 각각의 리스트가 아닌 연방의 리스트를 구축한다는 것은 복잡하고 많은 비용이 드는 프로젝트이다. 셋째로, 만약 거대한 비용을 들여서 프로젝트를 실행한다고 하여도 다른 나라와 같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는 입장이다. IMEI를 변조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기술이라고 한다. 영국의 시장에 무려 10%는 가짜 IMEI라고 한다. 또한 해외로 밀수하는 전화기들이 단순히 늘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넷째로, 도난을 당한 사람은 약정에 메여 있을 경우 새로운 전화기를 사서 계속 어카운트를 유지하여야 할 것이고 도난품을 산 사람은 전화 라인을 새로 개통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전화 통신사에게는 win-win의 상황인 것이다.
정부나 통신 회사가 대처 방안을 모색하기 이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책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최근에 토론토 23 Divison 경찰이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우리의 휴대폰을 경찰서로 가지고 와서 IMEI를 등록하고 보이지 않는 마킹을 기계 자체에 하도록 권장하는 것이다. 그러함으로써 만약 분실된 기계가 어디선가 발견되었을 때 원래의 주인에게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발견되는 것 자체가 힘든 것이기 때문에 별로 쓸모 없는 프로젝트로 보인다. 그 외에는 iPhone과 같은 경우에는 iCloud에 등록을 하거나 Android와 같은 경우에는 Wheres My Droid와 같은 앱을 사용할 수도 있다. 위에서 말한 삼자 IMEI 데이터베이스에 등록을 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별 소용 없는 노력이라고 본다. 전화기 자체를 비밀번호로 잠궈놔서 분실시 개인 정보를 보호할 수도 있다.
(제 웹사이트 ReflexionEternal.com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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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네 이미 당한 후에는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예방차원으로 할 수 있는 조치는 있기에 그 쪽으로 신경을 쓰는 것이 현명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