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상용어에 ‘시치미를 떼다’라는 말이 있어요
이는 매 사냥에서 생겨난 말이라고 하지요
사냥 매 중에서 가장 우수한 매를"해동청(海東靑)"이라 불렀는데
황해도 해주목과 백령진에 많이 자생하였으며 이 매를 해동청이라고 하였어요
매가 그 해에 태어나 길들여진 것을 '보라매'라 하는데
보라라는 것은 사투리로 담홍색이며 그 털빛이 얕음을 말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 매 중에서 가장 재주가 뛰어나고 청색인 것을 해동청이라 하였지요
우리 나라는 삼국 시대때부터 이미 매 사냥을 하였다고 하는데
고려 때는 몽골국이 우리 나라의 우수한 사냥매인 ‘해동청’을 공물로 바치게 하였어요
그래서 고려에서는 공물로 바칠 매를 잡아 기르기 위하여
사냥매 사육 담당 부서인 ‘웅방(鷹坊)’이라는 관청을 두었고
매를 기르는 사람을 ‘시바구치’라 불렀지요
이곳에서 잘 길러진 매를 "해동청(海東靑)"또는 "송골매"라 하였어요
송골(松鶻)은 몽골어 ‘숑호르(shonkhor, шонхор)’에서 온것으로
따라서 송골매는 보라매 중에서 깃털색이 희며 우수한 것을 일컫는 말이었지요
그러니까 해동청과 송골매는 같은 종류의 이름인것을 알수 있어요
매 사냥은 평민들이 주로 하였지만 나중에는 귀족들까지 즐겼으며
주로 북쪽 지방에서 많이 성행 하였고 사냥 매의 주인을 ‘수알치’라고 불렀지요
이 ‘수알치’들은 사냥매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자기 매의 꼬리 쪽에다
쇠뿔을 얇게 깎아 만든 이름표를 달았는데
이 이름표를 평안 북도 말로 ‘시치미’라고 하지요
그런데 사람들이 주인을 잃은 매를 잡으면 이 시치미를 떼어 버리고
슬쩍 가로채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처럼 시치미를 떼면 누구의 매인지 알수 없게 되어
‘시치미를 뗀다’라는 말이 생겼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시치미를 뚝 때고 모르는체 한다 하여
"시치미를 떼다"라는 말이 생겨났다 하지요
또 바느질에서 시침(始針)을 시치미라고도 하지요
시침은 본바느질을 하기 전에 본바느질이 제자리를 지키게 하기 위해
군데군데 임시로 뜨거나 박음선을 표시하기 위해 임시로 꿰매는 것으로서
가봉(假縫)이라고도 하지요
이런 행위를 '시침질'이라 하고 시침을 한 실을 '시침실'이라고 하지요
시침실은 본바느질인 박음질이 끝나면 흔적이 남지 않도록 바로 뜯어 버리지요
그래서 무슨 일을 저지르고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뻔뻔한 표정을 지을 때
'시치미(를) 뗀다'고 말하게 되었다는 설도 있어요
따라서 '시치미 떼다'라는 말은
주로 알고도 모른 체하는 사람이나
하고도 안 한 체하는 사람에게 쓰는 말이지요
한마디로 정직하지 못한 사람
더 나아가 정의롭지 못한 사람
자신이 불의를 저질러 놓고도 정의로운체 하는 사람
이렇듯 시치미 떼는 사람이 많을 수록 윤리와 도덕은 땅에 떨어지고
사회는 더욱 혼탁해지고 불건전해 지지요
오늘날 이런 사람들이 시치미 뚝 떼고 하는 말이
평등한 사회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라고 부르짖고 있지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수 없어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