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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템플턴의 투자원칙
"모두가 절망에 빠져 주식을 팔 때 매입하고, 남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사들일 때 파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장래에는 엄청난 투자수익으로 보답할 것이다."
존 템플턴 경은 아시아 경제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1997~98년 한국과 싱가포르, 호주 등에 과감한 투자를 하면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올해로 89세를 맞는 템플턴은 지난 1992년 자신의 뮤추얼펀드 회사를 매각하면서 공식적으로는 은퇴했다. 하지만 그의 투자철학과 원칙은 여전히 월가의 금과옥조이며, 그가 행하는 강연에는 유명 펀드매니저와 투자자문가 들이 몰려들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는 월가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정신적 지주인 셈이다.
템플턴을 소개할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일화가 있다. 다름 아닌 그의 오늘을 있게 한 첫번 째 투자성공 사례다.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영국의 옥스포드대학에 로즈장학생으로 유학을 가 법학을 전공한 템플턴은 미국으로 돌아와 매릴린치의 투자자문부서에 잠시 근무한 뒤 지질탐사회사로 옮겼다. 이 때 유럽에서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1929년 이후 이어진 근 10년간의 대공황이 이제 끝나게 됐다고 생각하고 주식투자에 나선다.
그는 증권회사에 전화를 걸어 1달러 이하로 거래되는 모든 종목을 100달러 어치씩 사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결국 104개 종목에 1만달러를 투자하게 됐다. 4년 뒤 이 주식가치는 4만 달러가 됐고, 그는 이 자금으로 1940년 자신의 회사를 출범시킬 수 있었다.
이 일화는 그러나 템플턴의 진면목을 말해주지 않는다. 템플턴은 결코 가격이 싼 주식만을 매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히 싼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최고로 싼(the best bargain)" 주식을 매입한다. 여기서 최고로 싸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우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고, 그래서 진정한 가치에 비해 아주 낮게 거래되는 주식이다. 한마디로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는 주식을 골라내는 것이며, 남들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는 셈이다. 또 하나는 향후 주가상승 가능성이 큰 잠재력을 찾아내는 것이다. 우수한 경영진, 시장을 선도하는 능력, 기술적 우위 등이 모두 고려된다.
템플턴은 특히 이같은 최고로 싼 주식을 고르기 위해 전 세계 주식시장을 대상으로 약 1만5,000개 상장기업을 조사한다. 그의 투자대상 리스트(the bargain list)는 이들 기업 가운데서 선정되고, 리스트에 오른 기업들 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그의 포트폴리오에 편입한다. 그리고 숨어 있던 진정한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기를 기다린다. 그의 주식보유 기간은 평균 5년이다. 템플턴이 주식을 파는 시점은 "주가가 많이 상승해 더 이상 싸지 않을 때"와 "현재 보유주식보다 50% 이상 더 싼 다른 주식을 발견했을 때"이다.
템플턴은 월가의 투자가들이 세계로 눈을 돌리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1956년 자신의 이름을 딴 뮤추얼 펀드를 처음으로 시작한 템플턴은 1960년대 월가에서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일본 주식시장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도쿄 주식시장이 개장한 1949년 닛케이 평균주가는 179였고, 당시 다우존스 지수도 이 정도였지만 1970년대 초까지 도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전부 합쳐도 IBM 한 회사의 시가총액에도 못미쳤다. 그가 일본에서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1968년 도쿄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식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배로 미국의 15배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템플턴은 도쿄 주식시장에서 "최고로 싼" 주식들을 골라냈다. 히다치, 닛산자동차, 마쓰시다전기, 스미토모신탁은행, 야스다화재 등이 그가 대거 매입한 주식들이다. 모두가 우수한 경영진과 세계적인 기술력,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기업이며, 잠재가치에 비해 매우 저평가된 주식들이었다. 야스다화재의 경우 장부가치의 20%에 거래될 정도였다. 그는 한때 자신이 운용하는 뮤추얼펀드 자산의 50%를 일본에 투자하기도 했다.
템플턴의 예측대로 도쿄 주식시장은 1960년대말부터 1980년대까지 붐을 타기 시작했다. 마침내 1986년 도쿄 주식시장 상장종목의 평균 PER이 30배를 넘어서자 그는 대부분의 보유주식을 처분했다. 당시 일본에서는 PER이 75배까지 갈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닛케이 평균주가가 1989년 3만9,000선을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그의 처분시점은 조금 빠른 것이었다. 그러나 닛케이 평균주가는 그후 2년만에 1만4,000선까지 떨어졌고, 지금도 그 수준인 것을 보면 그의 판단은 옳았다고 할 수 있다.
그가 일찍부터 일본으로 눈을 돌릴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최고로 싼" 주식을 찾기 위해서였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투자대상을 골라야 정말로 최고로 싼 주식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뮤추얼펀드 본사가 있는 캐나다를 비롯해 독일, 스위스, 스페인 등 유럽국가와 한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국가,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국가가 모두 그의 투자무대이다. 분산투자는 여러 기업, 다양한 산업은 물론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해야한다는 게 그의 투자원칙이다. 다만 사회주의국가와 인플레이션이 높은 국가는 투자대상에서 제외된다. 왜냐하면 이들 두 가지는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템플턴은 지난해 초 한 강연에서 자신이 투자대상으로 하는 모든 나라의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자산중 75%를 미 재무부채권과 같은 채권상품에 투자하라고 권했다. 나머지 25%의 투자자산은 건강산업 주식에 투자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화의 하락을 헤지하는 방안으로는 한국과 싱가포르, 호주에 분산투자할 것을 제시하기도 했다. 어쨌든 그의 말처럼 지난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식시장이 모두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게놈관련주와 제약주를 비롯한 건강산업 관련주는 비교적 크게 올랐다.
월가에서도 손꼽히는 낙관주의자인 템플턴이지만 그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군중심리다. 패닉과 버블 모두 이 군중심리에서 비롯되며, 결국에는 모두 허망하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침내 터져버린 닷컴주가의 거품 역시 그가 경계했던 군중심리의 소산이었을 것이다.
"버블은 몇 달 혹은 몇 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 기본적인 가치를 무시한 투자자들은 루머와 주변의 정보에 솔깃해져 어떤 가격이건 지불하고자 한다. 그러나 결국에는 투자자들이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된다. 그 때가 되면 시장은 패닉에 빠지고 온통 팔자주문이 쏟아지면서 거품은 붕괴하게 되는 것이다."
)】"다우존스 지수는 21세기안에 100만 포인트를 돌파할 것이다." 존 템플턴이 지난 1999년 11월 기관투자가 연례회의에서 한 말이다. 너무 허황한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100년전을 되돌아보면 그렇다. 20세기 초 다우 지수는 100에도 못미쳤지만 1999년 3월 마침내 1만선을 돌파했다. 템플턴이 강연한 시점의 다우 지수가 1만600수준이었으니 해마다 평균 10%씩 만 상승한다고 해도 2047년에는 100만포인트에 도달한다. 연평균 상승률이 4.6%만 돼도 2099년에는 다우 지수가 100만포인트에 이른다.
템플턴은 85세가 되던 1997년에 자신의 사무실 임대기간을 10년 더 연장했을 만큼 장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템플턴은 또 어린 시절부터 복리이자의 신비함에 흠뻑 빠졌다고 회고한다. 그는 1626년 네덜란드 상인이 불과 24달러에 맨해튼 섬을 샀지만, 이 돈을 받은 인디언이 연리 8%의 복리수익률을 올렸다면 지금 맨해튼 섬을 다시 모두 매입하고도 돈이 남을 것이라고 자주 말한다. 그래서 그는 가능하면 일찍 투자를 하라고 조언한다. 남은 생애에 복리수익률의 혜택을 더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템플턴은 1912년 테네시주 윈체스터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예일대로 진학했다. 대학 2학년에 재학중이던 1931년 주가의 움직임이 급변하는 것을 보고 그는 "한 해에 기업의 가치가 이렇게 급변할 수는 없는데 주가는 왜 이렇게 움직일까?"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는 이 의문을 풀기위해 한 평생을 투자세계에서 활동한 셈이다. 예일대 경제학과를 2등으로 졸업한 그는 로즈장학생으로 옥스포드대학에 유학을 갔고, 유학시절 주말과 방학을 이용해 유럽각국과 일본까지 35개국을 여행했다.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한 포트폴리오를 실행하기 위한 준비작업이었고, 그의 이같은 노력은 "글로벌 펀드"의 새 장을 여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템플턴이 투자를 하는 목적은 여느 펀드매니저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펀드 운용을 "신성한 신탁(a sacred trust)"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장기적인 투자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돕고, 정신적인 진보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같은 그는 뜻은 공식은퇴를 20년 앞둔 1972년 인류애와 종교적 성취가 뛰어난 인물을 선정해 시상하는 템플턴상(the Templeton Prize)을 창설한 데서 잘 나타난다.(종교계에서는 노벨상에 비견되는 이 상은 지금까지 테레사 수녀와 빌리 그래함 목사, 알렉산더 솔제니친 등이 수상자로 선정돼 100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그는 이같은 공로로 1987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작위를 수여받았다.
앞서 인용한 "다우 지수 100만 돌파론"을 얘기한 그 자리에서 템플턴은 이런 말을 남겼다. "돈을 가진 사람이 그것을 남에게 주어버리면 그 사람에게는 돈이 없어집니다. 하지만 사랑은 주고나면 더 많이 남습니다. 이게 돈과 사랑의 차이입니다."
템플턴은 월가 역사상 가장 뛰어난 투자자 중 한 명으로, 또 글로벌 펀드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창조적인 펀드매니저로 기록될 것이다. 이런 훌륭한 투자자답게 그는 자신의 인생 최고의 투자목표를 인류애의 확산에 두고 있는 지도 모른다.
끝으로 템플턴이 스스로 정리한 투자성공 원칙 15가지를 소개한다. 한가지 한가지가 모두 그의 풍부한 투자경험과 연구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 실제 투자수익률을 생각하라 : 세금과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제 수익(real return)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한다.
2. 투기가 아닌 투자를 하라 : 주식시장은 카지노장이 아니다. 주가가 1~2% 움직일 때 마다 주식을 사고 팔고, 선물을 사고 팔고, 옵션을 사고 파는 식이라면 결국 카지노장의 도박꾼처럼 돈을 잃게 될 것이다. 주식은 거래나 투기가 아닌 투자를 해야 한다.
3. 유연하게 사고하라 : 여러 종류의 투자대, 즉 주식이나 채권, 현금 등에 대해 유연하면서도 개방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언제나 최고의 투자수익률을 가져다 주는 투자대상은 없다.
4. 싸게 사라 :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라"는 말 만큼 쉬운 것은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비싸게 사서 싸게 판다. 이들은 언제 사는가. 모두가 그 주식에 대해 전망이 좋다고 말할 때다. 군중심리를 피해가기란 사람의 속성상 너무나 어렵다. 그러나 전문가들조차 정말로 비관적일 때 사고, 모두가 낙관에 젖어있을 때 팔아야 한다.
5. 좋은 주식을 사라 : 좋은 주식이란 성장 산업의 리더기업이며, 기술적 우위와 우수한 경영진을 갖고 있는 회사의 주식이다. 이런 회사는 또 경쟁기업에 비해 원가가 낮고, 재무구조도 좋다. 바로 이런 주식 가운데서 싼 주식을 골라야 한다.
6. 가치투자를 하라 : 시장흐름이나 경제전망이 아니라 가치를 사라. 주식시장은 각 개별종목들이 모여서 만드는 것이지, 주식시장 전체의 흐름에 각 개별종목들이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다. 약세장에서도 오르는 종목이 있고, 강세장에서도 떨어지는 종목이 있다.
7. 분산투자를 하라 : 아무리 조심해도, 또 아무리 훌륭하게 조사했다고 해도 장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 많은 종류의 주식과 채권을 사는 것이 안전하다. 여러 종류의 회사, 여러 분야의 산업, 여러 등급의 위험도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투자해야 한다.
8. 직접 공부하라 : 투자하기 이전에 먼저 면밀히 조사하라. 스스로 연구하거나 어렵다면, 유능한 전문가를 고용해 도움을 받아도 된다.
9. 투자현황을 모니터하라 : 강세장도, 약세장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변화할 것을 예상하고, 준비하라. 사고 영원히 잊을 수 있는 주식이란 없다.
10. 패닉에 빠지지 말라 : 주식을 팔아야 할 때는 대폭락이 있기 이전이지 그 다음이 아니다. 지금 주식을 팔아야 할 유일한 시점은 더 좋은 주식이 나타났을 때일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갖고 있는 주식을 그대로 보유하라.
11. 실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라 : 실수를 저지른 자신을 용서하라. 낙담하해서도 안되고, 또 이를 만회하려고 더 큰 위험을 무릅쓰는 우를 저질러서도 안된다. 실수를 통해 배움을 얻으면 된다.
12. 평정을 유지하라(템플턴은 "기도는 도움이 된다"고 표현했다.) : 기도를 하면 생각이 명료해지고, 실수도 적어진다.
13. 겸손해지라 :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아는 투자자는 없다. 성공이란 새로운 문제에 대한 답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과정이다.
14. 공짜는 없다 :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회사의 주식이 좋은 것일 수는 있지만 훌륭한 투자대상은 아닐 수 있다. 내부정보라고 하는 말에 솔깃해서도 안된다. 교육을 많이 받은 똑똑한 투자자들조차 심리적으로 이런 말에 넘어가는 게 놀랍지만 말이다.
15. 투자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가져라 : 주식시장은 대폭락 속에서도 유지됐다. 엄청난 약세장에서도 일부 투자자들은 투자수익을 올렸다. 조정이 있고, 폭락이 있어도 역사적으로 주가는 장기적으로 상승했다. 금융시장의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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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성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