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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피곤했던 나는 메르가 깨울때까지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루나와 아테룬이 어깨를 열심히 흔들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조금 멍하던 나는 내가 스스로 세수하겠다는것을 시녀들에게 밝히자 시녀들은 기겁을 하며 안된다는둥 체면이 서질 않는다는둥
뭐라뭐라 해댔고, 나는 귀찮음을 감수하며 시녀들에게 내 알몸까지 보여주어야 했다.
시녀들의 도움을 받아 세수를 하고 깨끗이 씻은 나는 실버테일을 버릇처럼 집어드려고 했으나 어제 드워프에게 주었다는것을
떠올렸다. 순간 새 이도류에 대한 기대감이 푸풀려졌다. 멋있는 쌍검을 들고 그것들을 휘두르는 멋진 마검사라... 헤에 ♡
내가 멍하게 서있자 루나가 내 흰색 드레스자락을 붙잡았다. 아침을 먹으러 가자는 얘기였다. 나는 알겠다고 하면서 슬며시
웃어준후 갈색의 나무문 손잡이를 잡았다. 루나와 아테룬이 내 뒤를 이었다.
시녀들의 뒤를 따라 도착한곳은 넓은 식당이었다. 흰색의 테이블이 길게 늘어져있었고 그 위엔 고급 실크 식탁보가 올려져있었다.
방은 전체적으로 산뜻한 분위기였는데, 오랜만에 와보는거라 감회가 새로웠다. 저번보다 깨끗해진것 같았다. 항상 침대나 야외에서
먹던 나였다.
그리고 문의 맞은편엔 벽 전체가 커다란 창문으로 되어있었다. 이음새가 없어서 더 시원해보였다. 창문 밖으로는 마을의 풍경이 보
였다. 아기자기 모여진것들이 정말 장난감마을처럼 귀여웠다. 뭉게구름은 하늘을 유유히 지나가고 있었고, 황궁 안에 흐르는 강물은
깨끗하고 투명해서 바닥에 있는 자갈이 전부 다 보일정도였다.
그렇게 의자에 앉아서 아테룬과 루나와 같이 창밖 풍경을 구경하고 있을때, 음식이 들어왔다. 전경이 끝내주는 하얀 방에서 맛있는
식사라... 정말 환상적이었다. 이제 꽤 오래 먹다보니 입맛이 바뀌어서 느끼한 감도 사라졌다. 어느새 샐러드를 끝내고 미트스튜를
먹고있을때 문쪽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 저... 화, 황제폐하께서 알현하셨습니다. "
순간 나는 뜨거운 미트스튜를 뿜을뻔 했다. 황제가? 왜? 이시간에?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황당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아이들에게
쉿하며 주의를 줬다. 그리고 재빨리 입을 닦고 들어와도 된다고 말했다. 끼긱대는 소리없이 부드럽게 열리는 문. 그곳에 서있는
검은머리의 시종과 금발의 황제폐하였다. 삐까뻔쩍한 옷을 입고 등장할거란 예상과는 달리 그는 황족치곤 수수한 복장을 하고
나타났다. 그의 검소함에 1점을 더 주며 그에게 간단히 목례했다. 메르에게 배운 예절법과 리나의 몸에 배어있는 테크닉을 활용해서.
" 황제폐하를 뵙습니다 "
평소보다 딱딱한 목소리로 예를 갖추어 인사하자 황제는 흐뭇한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꽤나 미남인 그는 여자 여럿을 울렸을것 같
다.
" 앉거라 "
그가 말했다. 나는 곧바로 의자를 끌어서 앉았다. 루나와 아테룬은 상관하지않고 계속 음식을 먹고 있었다. 황제는 처음보는 아이들
인지 호기심어린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 눈길을 본 나는 바로 황제에게 설명해주었다.
" 제 보좌관인 루나와 아테룬입니다. 아직 수련중이지만요. 푸훗... "
내가 웃자 황제도 따라 웃었다. 하지만 고기스튜를 먹다가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은 쿨럭거렸다.
" 쿨럭쿨럭쿨럭쿨럭 "
" 콜럵코럭컬컬컭 "
... 아...
" 무... 물! 물마셔! "
"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헣 "
아 그만 웃으라고요... 왠지 짜증이 솟아오른 나는 얼굴을 굳혔다. 루나는 내 얼굴을 보고 조금 식은땀을 흘렸다. 내가 아이들에게
무서운 얼굴을 했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곧바로 얼굴을 풀었다.
" 하하... 괜찮아? "
" 네... 누나 "
" 네 언니 "
나를 부르는 호칭이 놀라웠는지 황제는 눈을 동그랗게 떻고 나는 그에게 싱긋 웃어보였다. 그는 무표정하지만 약간의 기쁨이 묻어있
는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 리나... 변했구나 "
" 그... 그런가요 "
내가 애써 모르는척하자 그는 싱긋 입꼬리를 올리더니 드디어 용건을 말했다.
" 내가 여기 온 이유는, 니가 아카데미에 입학할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
" ...네? 아카데미요? "
" 그래. 15살 이상이 되면 들어갈수 있는 아카데미 말이다. "
확실히 나의 나이는 16이였다. 하지만 내 실제나이는 15였고 [만 15] 아직 내 마법실력을 밝힐 준비가 되지 않았다. 물론 내 마법은
만능이지만... 공격, 방어, 치료, 마검... 무엇하나 빠지는것이 없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난 '눈에 띄기 싫다'. 요샌 운좋게
도 걸리진 않았지만, 아카데미에 들어간다면 들키기가 쉬울것이다. 황제는 고민하는 내가 이상했는지, 고개를 귀엽게 갸웃거리며
말했다.
" 왜그러느냐, 리나야? 너가 항상 가고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곳 아니냐? "
아, 아마 그는 지금 이 몸의 원래 주인인 리나를 말하는 것일 것이다. 꼭 이럴때만 항상 방해가 되는 그녀를 떠올리며 이를 북북
갈았다. 그렇게 뚱하게 앉아있던 나는 떠오르는 기막힌 생각에 눈을 반짝였다. 분명 아카데미 학생들 중에서도 수재들은 있을터...
그럼 그 수재가 내가 되지 말라는 법 있다? 그렇게 눈을 밝히는 나를 보며 황제는 내가 허락하는것이라 생각했는지 자기도 눈을
빛냈다.
" 좋지? 좋지? 내가 빨리 시종을 시켜 예약[?]하마! "
" 아.. "
초고속으로 신속하게 진행된 입학수속에 난 입을 한동안 벌리고 있을수밖에 없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정신이 든 나는 손을 움직
여 쩍벌이진 입을 다물었다. 어느새 디저트가 테이블에 올라왔고 루나와 아테룬은 맛있게 먹었지만 난 달콤한 분홍색 아이스크림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모르고 홀짝거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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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를 끝내고 드디어 긴 아침식사를 끝낸 난 루나와 아테룬을 내방에 두고 하얀색의 가벼운 로브로 갈아입었다. 3개월 전에 메르
에게 주문해두었던 로브는 총 4개였는데, 검은색 로브 가벼운것과 무거운것, 하얀색 로브 가벼운것과 무거운것 4개였다. 오늘은 날
씨도 좋고 낮이기도 하니 하얀색 로브를 입기로 했다. 내 로브는 앞에 단추가 4개 있는 그런 형식이라서, 단추 4개를 단정히 다 채우
고 루나와 아테룬에게 인시를 한 뒤 문밖으로 나왔다. 문밖에선 메르가 로브를 입은 나를 의아하게 쳐다보고 있었고, 난 그냥 간단하
게 어디 다녀올곳이 있다며 시계를 확인했다. 11시. 12시가 지나면 갔다올곳이 있다. 메르에게 거금 70000 골드를 황실 드워프에게
전해달라고 말해준 뒤 [굳은 메르따윈 [?] 내 눈에 보이지 않았다] 뛰어가기 시작했다. 메르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했으나 피식
웃으며 미친듯이 달렸다. 역시 체력단련 덕분인지 숨한번 쉬지않고 산책로에 도착한 나는 오늘도 신선한 공기를 맛보기 위해 숨을
들이켰다. 신선한 공기가 폐에 가득찼다. 기분을 전환한 나는 다시 걷기를 시작했다. 요새 체력단련을 안했더니 몸이 찌푸둥했는데,
지금당장이라도 훈련용 나무막대 수십개를 올려놓고 한꺼번에 베어버리고 싶을만큼 몸이 근질근질했다. [살벌...] 하여튼 이나라는
정말 비가 레어템인지 2개월전과 또 4개월전의 안개비 빼고는 비가 오지 않았다. 메르에게 물어보았으나 원래 그런거라면서 '겨울에
는 비가 펑펑 쏟아진답니다' 라고 말했다. 뭐, 그렇다는데 그렇겠지.
검이 없다는것에 참 아쉬워하며 흘러내리는 백금색 머리카락을 묶었다. 항상 격하게 움직일때면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짜증이 났기
때문에 이번엔 특별히 [?] 묶어내리기로 했다. 관리를 잘 받아 실크처럼 부드러운 백금색 머릿결이 내 손등을 간지럽혔다.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카락을 묶어 포니테일같이 만들었다. 한결 움직이기 편했다. 목부분에 바람이 숭숭 불어오는게 시원했다. 파란 물결같
은 바람을 느끼며, 그리고 또 눈을 즐겁게 해주는 자연을 맘껏 느꼈다. 서울에 있을땐 몰랐던건데, 자연은 상당히 아름다웠다. 회색
빛깔과 탁한 네온사인이 그렇게 부자연스러운건지 몰랐다. 새삼스레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며 무법수련장을 향해 걸었다.
마법수련장이 꽤 커서그런지 아직 많이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지붕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타디움에 지붕을 씌운것처럼 보이는
마법수련장은 운동장 두개를 붙여놓은것처럼 컸다. 마법수련장을 감싸고있는 푸른 실드는 지붕위에 그려져있는 5서클의 '앱소브'
[*Absorb] 마법진에서 형성된다. 일년에 한번씩 마법진에 마나를 충전해주는 일은 이제 행사같이 되어서, 새해의 축제중 하나가 되
었다. 아쉽게도 난 보지 못했지만, 쩝. 이제 가을이 서서히 시작되려는지 잎들중 부분부분이 갈색, 빨간색, 노란색, 주홍색으로 물
들고 있었다. 여기 온때가 3월이었으니까, 지금은 8월 초. 이곳의 날씨로 치자면 이제 날씨는 추워지고 비도 오기 시작하고...
뭐 그러는 때라고 한다. 아쉽게도 3월과 8월 사이의 축제에는 한.개.도 참석하지 못하였다. 하하. 내생각엔 그건 전부 메르의 잘못이
아닌가 싶다. 메르는 항상 뭔가 변명거릴 늘어놓으며 내가 축제에 가지 못하게 하는데, 나중에 그 이유를 깨달았다. 황제는 내가
연회에 가기 전까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았고, 게다가 내가 축제때 얼굴을 보인다면 완쾌했단 소문이 헛소문이 아님이 될것이었
다. 황제도 참 유별난 성격이였다. 내가 완쾌되었으면 된거지 꼭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그렇게 하염없이 걷다가 어느새 마법수련장에 도착했다. 마법수련장은 언제나 열려있기에 가끔씩 수련생들을 볼 때도 있기에 후드
를 뒤집어썼다. 눈까지 가린 후드의 그림자를 체크하고선 결계를 해제했다. 결계를 해제하는 방법은 손에 마나를 모은 뒤 옆에 있는
푸른색의 구멍에 넣으면 된다. 이 마나는 단지 마나를 쓸수 있다는 증거이므로 결계가 닫힌후엔 바로 사라진다. 마나를 쓸수 없는 사
람들은 들어오지 못한다. 불투명했던 결계가 우웅하는 소리를 내며 투명해졌다. 예전에 에리즈와 한번 와보았기 때문에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에리즈를 본지도 오래되었네... 에리론에게 물어봐도 어디 갔다고만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뭔가 안좋은 일이 둘사이에
있었나보다. 에리즈의 걱정을 하며 마법수련장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안심하고선 [수련생이 있으면 귀찮아진다] 손에
마나를 끌어모으려는 그 순간...
" 잠깐! "
뒤쪽에서 목소리가 울려왔다. 뭔가 인기척같은게 느껴졌지만 주변에 걸어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나는 깜짝 놀랄수밖에 없었다.
뒤를 돌아보니 그쪽엔 금발을 가진 귀여운 소년이 서있었다. 그는 17살정도 되보였다.
"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는진 모르겠다만... 분명 마나를 쓸수 있다는 뜻이겠지? 후후... 그렇다면, 결투를 신청한다! "
아예 작정하고 기다리고 있었는지 그의 마나는 충만했다. 그리고 그가 말한 다음 문장을 듣고서 그의 마나가 왜이리 충만한지
깨달았다.
" 후후... 진사람은 자신의 마나의 절반을 나에게 준다. 이긴사람은 그걸 가져가고 자신의 상처를 치료받을것이다. 어떠냐...? "
그는 아무래도 이런 야비한 방식으로 서클을 올려왔었나 보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마나가 2서클 마스터급을 조금 넘어섰다. 아무래
도 3서클이 된다면 아카데미에 들어갈 속셈인것 같았다. 갑자기 짜증이 치솟았다. 남은 피땀흘리며 노력하는데 누구는 그걸 거저먹
다니! 훈계를 해줄 심산으로 손을 들어올렸다.
그는 그걸 승낙으로 받아들였는지 손에 마나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손에 축구공만한 파이어볼이 생겼다. 2서클치곤
큰것이었다.
" 중얼중얼중얼중얼.. "
그가 주문을 외우는 지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다. 나는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규모를 알아보고싶었기 때문이다.
" 파이어볼!! "
드디어 주문이 끝났는지 나에게 날아오는 파이어볼. 하지만 그 위력은 나에게 약하기 짝이 없었다. 내가 피하지 않자 어느정도가서
는 이겼다고 생각했는지 피식하며 웃는 그. 이제 3서클이 될수 있다고 생각했다 보다. 하지만 그건 큰 오산.
난 손을 뻗어 심언을 외었다.
" <Absorb> "
그리고 파이어볼은 내 손에서 터지더니 마나의 작은 조각까지도 나에게 흡수되었다. 그는 미소를 거두고 얼어버린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난 어이가 없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더 없나? 그럼 내가 가지. "
그리고 난 4서클의 마법 '월빙수기' [*月氷收氣]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 <月氷收氣> "
내 심언이 끝남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내 주변에 1M쯤은 되는 얼음창들이 20개정도 나타났다. 그는 다리를 벌벌 떨더니 결국 털썩
주저앉았다.
" 아아... 아... "
" 잘가라 꼬맹이 "
건방진 그의 마나를 원하는듯 내 얼음창들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의 대답에 응하기라도 하듯 얼음창을 쏘아보냈다.
" 다음생엔 어리석게 태어나지 말길 "
공기를 가르며 시리도록 아름다운 얼음창들이 그의 온몸을 향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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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쪽은 M!
첫댓글 다음편은 12.5 입니다.
빛아 졸리니...왜케 짧게 썼어?!! ㅋㅋㅋㅋ 다음에는 길게 써주려무나
아 맞아 졸려서 짧게쓴거임 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1빠 방지로 내가 먼저 댓글을 쓰지 후후후
M-다음편 기대합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