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리턴즈]는 제목 그대로 현실 속에서, 그리고 영화 속에서 사라졌던 슈퍼맨이 다시 돌아온 것을 다루고 있다. 크리스터퍼 리브가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마비의 고통을 겪다가 사망하면서 슈퍼맨은 영원히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브랜든 라우스는 마치 그가 다시 돌아온 것처럼 크리스토퍼 리브의 젊은 시절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매력으로 신고식을 멋지게 치루어낸다.
그러나 [슈퍼맨 리턴즈]는 멜러 영화다. 인류를 위험에 빠트리는 악의 세력 렉스 루더(케빈 스페이시 분)가 등장하지만 악과의 대결보다는 슈퍼맨의 개인적인 사생활에 영화의 초점은 더 집중되어 있다. 루더는 수정의 힘을 이용해 새로운 대륙을 만들면서 기존의 지구를 파괴하려는 음모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슈퍼맨과 루더의 대결은 슈퍼맨의 사랑을 위한 감초 역할을 하는데 그친다.
슈퍼맨이 사랑하던 여인 로이스(케이트 보스워스 분)는 그동안 슈퍼맨이 지구를 비운 사이, 아이도 낳고 다른 남자와 동거하고 있다. 그녀를 향한 슈퍼맨의 사랑이 슈퍼맨의 액션보다 더 큰 비중으로 등장하는 이유를 [유주얼 서스펙트]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설명하지 않고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배트맨]이나 [엑스맨] 같은 다른 초인류의 영화와 차별성을 갖는다.
경기장에 모인 수많은 관객들의 머리 위로 추락하는 비행기를 가뿐하게 막아서 운동장에 연착륙시키는 슈퍼맨의 힘은, 그가 어린 시절 두 손으로 번쩍 차를 들어올리던 [슈퍼맨](1978년) 이후 여전하다. 2000억원을 넘게 투입한 물량공세로 완성된 화려한 시각적 볼거리도 슈퍼맨의 진정성을 표현하지 못했다면 가벼운 농담이 되었을 텐데, 한 여인을 향한 슈퍼맨의 순수한 마음이 가슴 저리게 표현되어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영원한 테마는 가족이다. [슈퍼맨 리턴즈]에서 슈퍼맨은 고향 크립톤 행성에 있는 자신의 가족을 잃었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로이스와 새로운 가족을 형성할 수도 없다. 그 딜렘마가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한다. 같은 신문사에 일하고 있는 로이스와 클라크, 그러나 클라크가 슈퍼맨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모르는 사람은 영화 속의 클라크 주변 인물들 뿐이다.
[슈퍼맨 리턴즈]에서는 전편에서 슈퍼맨의 비밀을 알게 된 로이스와 슈퍼맨의 로맨스의 결과로 로이스의 아들이 태어난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슈퍼맨은 초능력을 이용해 클라크가 슈퍼맨이라는 것을 로이스가 알아 채지 못하게 만든다. 마치 굴러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거대한 바위덩어리를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카뮈의 부조리한 인간 시지프스처럼, 슈퍼맨은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로이스를 향한 안타까운 마음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