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관음성지순례]‘무풍한송로’서 힐링…홍련암서 관음보살 ‘친견
동남권 추천코스
범어사 일주문 건축미 감상
통도사 적멸보궁 참배 기도
불국사 다보석가탑서 탑돌이
동남권 관음성지의 시작은 범어사에서 시작한다. 범어사는 부산광역시 금정구 금정산에 위치한 천년고찰로 선종(禪宗)을 골간으로 대한불교조계종에서 무수한 선지식을 배출하고 있는 선종본찰이다. 한 마리의 금빛 나는 물고기가 오색구름을 타고 하늘 범천(梵天)에서 내려와 그 속에서 놀았다고 하여 금샘(金井)이라는 산 이름과 하늘나라의 고기(梵魚)라고 하는 절 이름을 지었다는 아름다운 창건설화가 전한다.
입구에서 눈에 띄는 일주문은 2006년 보물로 지정됐는데 둥글고 긴 석조기둥과 짧은 목조기둥 4주를 세워 3칸으로 구성해 한국전통 건축의 구조미를 잘 표현한 걸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발길을 양산으로 향하면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불지종찰 통도사에 이른다. 이곳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소나무 숲길인 ‘무풍한송로’를 만날 수 있다. 산문에서 일주문까지 약 1Km에 이르는 무풍한송로는 과거에 아스팔트로 포장돼 있었으나 이것을 걷어내고 흙길을 조성한 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걷기 좋고 건강에도 좋은 길로 각광받고 있다.
2018년에는 산림청이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통도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불사리탑을 중심으로 그 앞에 적멸보궁 대웅전 금강계단 등의 편액을 달고 있는 전각이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 들러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기도하면 뜻하는 바를 꼭 성취할 것으로 본다.
경남에서 경북으로 향해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에 이르면 불국사를 참배할 수 있다. 불국사는 신라인들이 신성시 한 토함산에 자리하고 있는데 법흥왕의 어머니인 영제부인이 창건했고 이후 재상 김대성에 의해 중창했다. 경내에는 석가탑과 다보탑, 청운교와 백운교 등과 비로전, 대웅전, 무설전, 극락전, 관음전 등 다양한 전각이 있다.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은 <법화경>에서 ‘설법하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찬양하기 위해 다보여래가 보탑의 형상으로 솟아나 공중에 머물며 찬양한 후, 탑 내의 자리를 반으로 나누어 나란히 앉았다’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는 아름다운 석탑이다. 탑을 돌며 저마다의 소원을 기원해 보길 권한다.
동남권 관음성지 가운데는 경주 기림사에서는 흙으로 빚은 거대한 소조비로자나삼존불을 친견할 수 있고, 대구 동화사에서는 통일대불에 들러 팔공산의 기운을 받을 수 있다. 또 영천 은해사에서는 안개가 끼고 구름이 피어날 때면 그 광경이 은빛 바다가 물결치는 풍광을 만날 수 있다.
합천 해인사에서는 팔만대장경을 만날 수 있고 산내암자인 백련암에 들러서는 ‘가야산 호랑이’ 성철스님의 선기(禪氣)를 느낄 수 있다. 김천 직지사에서는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이라는 선종(禪宗)의 가르침과 시조시인 정완영 선생의 문학도 만날 수 있다. 의성 고운사에는 최치원 문학관과 사찰입구에서 경내에 이르는 맨발걷기 길을 체험하며 의미있는 추석 연휴를 보낼 수 있다.
동북권 추천코스
낙산사 참배해 ‘꿈’ 이루고
여강 물결 보며 무상도 느끼고
도선사 마애불 기도로 ‘회향’
동북권 관음성지의 출발은 강원도 영월 법흥사부터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 법흥사는 신라의 도윤 칠감국사의 제자 징효 절중(澄曉折中)선사가 886년에 개창한 도량으로 나말여초 구산선문 중 한 곳인 사자산문(獅子山門)이며 기도하기도 좋다. 이어 평창으로 향하면 전나무 숲이 아름다운 ‘선재길’로 유명한 월정사에 이른다. 월정사가 위치한 오대산은 문수보살 성지로 산 전체가 불교성지다. 신라 자장율사가 창건한 월정사의 오대 중 중대에는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있다.
오대산을 넘어 동해로 접어들면 양양 낙산사에 이른다. 관음성지 낙산사는 ‘꿈이 이루어지는 도량’으로 1300여년 전 신라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을 친견하고 창건한 우리나라 최대의 관음도량이다. 사시사철 기도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낙산사는 도량 전체가 관음신앙과 관련한 전각이 서 있으며 특히 홍련암은 법당 바닥 구멍을 통해 바다를 볼 수 있는데 그곳에 관세음보살이 상주한다고 한다. 추석 연휴에는 낙산사 의상대를 찾아 바라보는 동해의 망망대해를 바라보면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고 그동안 쌓였던 피로와 번뇌도 바다에 녹아내릴 것으로 본다.
대관령을 넘어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경기도 여주에 이르면 신륵사에 도착한다. 신륵사는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라는 싯구로 유명한 나옹선사가 열반에 든 도량이다. 세속나이 57세에 열반에 들 당시 신륵사 봉미산에는 오색구름이 돌고 나옹선사의 말(馬)이 사흘을 먹지도 않고 울었다 한다.
선사의 법구는 여강(남한강)을 바라보고 지어진 정자 강월헌 근처에서 다비를 했다고 한다. 신륵사에서는 나옹선사를 생각하며 인생무상을 느껴보고 봉미산 줄기따라 조성된 소나무 숲길도 산책해 보길 권한다.
신륵사를 돌아보고 서울로 올라와 북한산 도선사에서 이르면 마애관세음보살과 마주한다. 신라 도선국사가 창건한 후 큰 바위를 손으로 갈라서 관세음보살상을 조성했다고 전해지나 조성형식으로 볼 때 조선 중기작품으로 추정된다. 높이 8.43m의 도선사 마애관음보살상은 원통형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신비스러운 영험이 있다고 해서 서울시민은 물론 수도권의 많은 기도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음성지다.
동북권 관음성지 가운데는 설악산 품에 안겨 있으며 속초와 양양 관내에 자비보살행을 실천하는 신흥사가 있다. 신흥사에서는 현대에 조성한 세계 최대의 청동불좌상인 통일대불을 친견할 수 있다.
또 원주 치악산 계곡에 이르면 아홉 마리의 용이 살았다는 곳을 메꾸어 도량을 창건했다는 구룡사도 참배할 수 있다. 서울의 또 다른 관음성지 봉은사는 서울 강남의 포교중심 도량으로 조선시대 척불정책에서도 굳건히 법맥을 이어왔고 추사선생의 숨결도 느낄 수 있는 도량이다.
[불교신문 3788호/2023년10월3일자]
여태동 기자 tdyeo@ibulgyo.com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