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가지 '자기 파괴 습관' 때문에
성공에서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진 기업들
세스 교수는 인터뷰에서 '성공하는 기업의 7가지 자기 파괴 습관' 중에 ▲오만 ▲현실부정 ▲타성 ▲핵심역량 의존을 주로 언급하면서 사례를 들었다. 그러나 다른 3가지 자기 파괴 습관인 ▲경쟁 근시안 ▲규모 집착 ▲영역 의식 역시 중요하다. 이 세 가지 자기 파괴 습관 때문에 무너진 기업들도 현실에는 수두룩하다. 세스 교수는 자신의 책 '배드 해빗'을 통해 이 같은 사례를 정리해 놓았다.예를 들면 미국 타이어 업계와 자동차 렌털 업계는 기존의 강자들이 눈앞의 경쟁자만 보다가 보이지 않던 도전자에 무너졌다. 미국 타이어 산업은 산업이 성숙되면서 한때 굿이어·파이어스톤·BF굿리치의 3강 구도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원재료부터 제조, 유통까지 모두 통제하는 수직적인 통합을 완성하고 미국 타이어 시장을 거의 완벽하게 통제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힘을 과신해 새로 타이어 유통에 진입한 유통업계의 강자 시어스를 무시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타이어 기업들은 시어스의 타이어 소매시장 점유율이 25%까지 성장했는데도 현실을 무시하고 거래를 거부했다. 그러자 시어스는 대서양 건너 유럽의 타이어 업체 미쉐린과 제휴해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자체 상표 타이어를 출시했다. 파이어스톤과 BF굿리치는 몰락했고, 일본 브리지스톤과 미쉐린에 매각됐다.
자동차 렌털 업체 허츠와 에이비스 역시 서로만 견제하며 경쟁을 벌이다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도전자 엔터프라이즈에 뒤처졌다. '우리는 2등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합니다'라는 광고 문구로 유명한 에이비스는 여행객·비즈니스 고객을 대상으로 1위 업체였던 허츠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이들이 서로의 경쟁에 집착하는 동안, 신생 업체 엔터프라이즈는 고장이나 사고 등으로 부득이하게 잠시 차가 필요한 일반 고객들을 공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결국 승자는 엔터프라이즈였다. 2005년 엔터프라이즈는 60만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하며 허츠의 두 배 규모로 성장했다.
이 밖에 도넛 업체 크리스피크림은 프랜차이즈를 무모하게 확장하다가 엄청난 부채를 떠안았고, 마케팅·광고 재벌 WPP는 계열사들의 영역 의식과 상호 견제 때문에 많은 손실을 입었다.
기업은 어떻게 이런 실패를 미리 막을 수 있을까? 세스 교수는 자기 파괴 습관이 형성되기 전 등장하는 '증상'들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면 타성이 습관으로 자리 잡아가는 기업에는 결정을 서두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 또 의사 결정을 만장일치로 하는 '위원회 문화'도 생기고, 원가 구조도 나빠진다.
그런가 하면 현실 부정이 의심되는 기업에서는 '우리 회사는 다른 회사와는 다르다'는 생각, 자신이 발명하지 않은 제품을 인정할 수 없다는 생각(NIH 증후군·Not Invented Here), 부진한 실적의 원인을 외부의 엉뚱한 데서 찾으려는 생각이 침투한다. 또 오만해지는 기업은 외부의 조언을 듣지 않고, 골목대장처럼 위협적인 행동을 보이며, 아첨을 좋아하는 증상을 보인다.
세스 교수는 이 같은 증상이 발견되면 조직에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오만이 의심되는 기업에서는 리더십 교육을 통해 외부 시각을 접목하고, 다양한 교육기관, 국가, 인종을 배경으로 한 인재를 채용해야 한다는 것.
그는 기업이 자기 파괴 습관을 제거하지 않을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구체적으로 이렇게 묘사했다.
"미국 워싱턴주 작은 도시인 스포캔에 있는 한 은행 지점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지점은 거래를 마치고 주차 티켓을 받은 고객들에게는 주차비를 물리지 않지만, 그렇지 않으면 주차장을 나갈 때 60센트의 요금을 내야 한다. 이 은행의 한 고객은 단골인데도 당장 거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60센트를 내게 돼 기분이 상했다.
그는 직원에게 말이 통하지 않자 지점장에게 항의했고, 그럼에도 정책상의 문제라며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듣자 시애틀에 있는 본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본사의 여직원은 '그건 각 지점의 문제'라며 다시 떠넘겼다. 이 남자는 자신의 계좌에 있던 250만달러의 돈을 모두 인출했다. 그리고 다시 본사에 전화를 걸었다. '자, 됐나요? 내가 방금 그 빌어먹을 거래를 마쳤으니 이제 내 60센트를 돌려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