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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 外編 14篇 天運篇 第6章(장자 외편 14편 천운편 제6장)
공자가 노담을 만나 인의仁義를 이야기하였다. 노담이 말했다. “무릇 키질하다 날린 겨가 눈에 들어가게 되면 천지 사방이 자리가 뒤바뀌어 분간할 수 없게 되고, 모기나 등에가 살을 물면 밤새 잠들지 못하지요. 저 인의仁義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무자비하게 해독을 끼쳐서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니 천하를 어지럽힘이 이보다 큰 것이 없습니다. 당신이 만일 천하 사람들로 하여금 그 소박함을 잃지 않도록 하려면 당신 또한 바람 부는 대로 따라 움직이며 자연自然의 덕德을 잘 잡고 서 있어야 할 터인데 또 어찌하여 억지로 애쓰면서 마치 큰 북을 짊어지고 북소리를 울려대면서 집 나간 자식을 찾는 것처럼 소동을 벌이시나요. 무릇 백조는 날마다 목욕하지 않아도 희고, 까마귀는 날마다 검게 칠하지 않아도 검으니, 생득적生得的인 흑백黑白에 대하여는 새삼 검다 희다 떠들어 댈 것이 없으며, 명예라는 껍데기[외형外形]는 새삼 널리 알릴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오. 샘물이 마르면 물고기들이 물 마른 진흙땅 위에서 서로 습기를 뿜어내며 서로 거품으로 적셔 주지요. 하지만 그것은 큰 강 넓은 호수에서 〈자유롭게 물 마시며〉 서로를 잊고 지내느니만 못한 것이오.”
공자가 노담을 만나 보고 돌아와 3일 동안 누구와도 말을 나누지 않았는데 제자들이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노담을 만나 보시고 무엇을 가지고 그를 바로잡아 주셨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여기에서 용을 보았다. 그 용은 기氣가 합치면 형체를 이루고 기氣가 흩어지면 아름다운 문채를 이루어 구름을 타고 음양이기陰陽二氣 사이를 마음껏 날아다닌다네. 나는 〈그걸 보고〉 입을 벌린 채 다시 다물지를 못했는데 내가 또 어떻게 노담을 바로잡아 줄 수 있었겠느냐.”
자공이 말했다. “그렇다면 이 세상 사람 가운데에는 참으로 신주神主처럼 조용히 있다가 용처럼 변환 자재하게 출현하며, 우레와 같은 큰 소리를 내다가 깊은 연못처럼 침묵을 지켜 발동發動이 천지와 같은 사람이 있는 것인가요? 저도 그런 분을 만나 보고 싶습니다.”
마침내 공자의 소개로 노담을 뵈었다.
노담이 그때 막 마루 한가운데에 걸터앉아 있다가 〈자공의 인사에〉 가느다란 소리로 응답했다. “나는 이제 나이를 먹어 늙었는데 그대는 무엇으로 나를 가르치려 하는가.”
자공이 말했다. “저 삼황오제가 천하를 다스린 방법은 같지 않았으나 그들 모두 세상에 명성을 떨친 것은 같습니다. 그런데 선생께서는 유독 그들을 성인이 아니라고 하시니 무슨 까닭입니까?”
노담이 말했다. “젊은 친구여! 이쪽으로 가까이 오라. 그대는 무엇을 가지고 삼황오제의 치세법이 같지 않다고 하는가?”
자공이 대답했다. “요堯가 순舜에게 천자의 지위를 물려주고, 순舜은 우禹에게 천자의 자리를 물려주었는데, 우禹는 치수治水에 인력人力을 사용해서 천하의 이利를 일으키고, 탕湯은 무력武力을 사용해서 하걸夏桀을 방벌放伐하고 주周의 문왕文王은 은殷의 주왕紂王에게 공순恭順하고 감히 반역하지 아니하였는데, 무왕武王은 주왕紂王에게 반역하여 그에게 기꺼이 순종하지 아니하였으니, 그 까닭에 같지 않다고 하는 것입니다.”
노담이 말했다. “젊은 친구여! 조금 더 가까이 오라. 내가 그대에게 삼황오제가 천하를 다스린 진상眞相을 말해 주겠노라. 그 옛날 황제黃帝가 천하를 다스리던 때에는 백성들의 마음을 〈의식적으로〉 차별 없이 하나로 통일했는지라, 백성들 중에 자기 어버이가 죽었는데 곡哭하지 않는 자가 있어도 당시의 백성(사람)들은 그것을 나쁘다고 비난하지 않았다.
요堯가 천하를 다스리던 때에는 백성들을 가까운 사람을 친애하도록 하였다. 그래서 백성들 가운데 자기 어버이를 위해, 자기 어버이를 죽인 자를 죽이는 자가 있어도 백성들이 그것을 나쁘다고 비난하지 않았다. 순舜이 천하를 다스리던 때에는 백성들에게 경쟁하는 마음을 갖게 하였다. 그 결과 백성들은 임산부가 10개월 만에 자식을 낳으며, 태어난 아이는 겨우 5개월 만에 말을 할 줄 알게 되어 웃을 줄 아는 데 이르지 아니하고서도 벌써 낯을 가리게 되었으니 이렇게 하여 사람들 중에 처음으로 요절하는 이가 생기게 되었다. 우禹가 천하를 다스리던 때에는 백성들의 마음을 크게 변화시켜서 사람들이 이기심을 갖게 되고 무기를 사용하는 일까지 정당하게 여겼으며 도둑을 죽이는 것은 살인이 아니라고 하여 자기 자신이 천하에서 제일 근본이 되는 존재라고 여기고서 잘난 체하기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천하가 크게놀라 유儒와 묵墨이 모두 한꺼번에 일어나게 되었다. 그리하여 처음 일을 시작했던 때에는 그래도 도리道理에 합당한 것이 있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부녀자들의 시끄러운 다툼이 되고 말았으니 여기에 무슨 말을 더할 것이 있겠는가. 내가 그대에게 삼황오제가 천하를 다스린 진상眞相을 말해 주겠노라. 명목은 다스렸다고 하지만 어지러움이 그보다 심함이 없었다. 삼황의 지혜는 위로는 해와 달의 밝음과 어긋나며 아래로는 산천의 정기와 어긋나며 중간으로는 사계절의 운행과 동떨어져 그 지혜가 전갈蠣蠆의 꼬리보다 무자비한지라 작은 벌레들까지도 본성本性 그대로의 생명을 온전히 다할 수 없는데도 오히려 스스로 성인이라고 자부하니 부끄럽지 아니한가. 그 부끄러워할 줄 모름이여.”
자공은 그 말을 듣고 두려움에 안절부절 못하여 편안하게 서 있을 수 없었다.
[원문과 해설]
孔子 見老聃 而語仁義
老聃曰 夫播穅眯目 則天地四方易位矣 蚊虻噆膚 則通昔不寐矣
夫仁義憯然 乃憒吾心 亂莫大焉
(공자 현노담하야 이어인의한대
노담왈 부파강 미목하면 즉천지사방이 역이의오 문맹이 참부하면 즉통석불매의리니
부인의 참연하야 내궤오심하나니 난막대언이니라)
공자가 노담을 만나 인의仁義를 이야기하였다.
노담이 말했다.
“무릇 키질하다 날린 겨가 눈에 들어가게 되면 천지 사방이 자리가 뒤바뀌어 분간할 수 없게 되고, 모기나 등에가 살을 물면 밤새 잠들지 못하지요.
저 인의仁義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무자비하게 해독을 끼쳐서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니 천하를 어지럽힘이 이보다 큰 것이 없습니다.
☞ 파강미목播穅眯目 : 파播는 파簸의 가차자로 키를 ‘까부르다’는 뜻. 파簸는 쌀알을 날려 겨를 제거하는 것. 미眯는 이물질이 눈에 들어가 병이 됨.
☞ 문맹참부蚊虻噆膚 즉통석불매의則通昔不寐矣 : 문蚊은 모기. 맹虻은 등에. 참噆은 깨물다, 문다는 뜻. 석昔은 밤[夜]. 매寐는 잠잘 매.
☞ 인의참연仁義憯然 : 참憯은 ‘무자비하다, 참혹慘酷하다’는 뜻.
☞ 궤오심憒吾心 : 憒는 어지러움이다.
吾子使天下 無失其朴 吾子亦放風而動 總德而立矣
又奚傑然 若負建鼓 而求亡子者邪
(오자 사천하로 무실기박하면 오자도 역방풍이동하며 총덕이립의리니
우해걸연 약부건고하야 이구망자자야리오)
당신이 만일 천하 사람들로 하여금 그 소박함을 잃지 않도록 하려면 당신 또한 바람 부는 대로 따라 움직이며 자연自然의 덕德을 잘 잡고 서 있어야 할 터인데
또 어찌하여 억지로 애쓰면서 마치 큰 북을 짊어지고 북소리를 울려대면서 집 나간 자식을 찾는 것처럼 소동을 벌이시나요.
☞ 오자사천하무실기박吾子使天下無失其朴 : 오자吾子는 그대, 당신의 뜻.
☞ 방풍이동放風而動 : 방放은 따름이니 무위의 바람에 따라 움직임이다.
☞ 총덕總德 : 총總은 붙잡는다는 뜻.
☞ 우해걸연又奚傑然 약부건고若負建鼓 이구망자자야而求亡子者邪 : 걸연傑然은 억지로 애쓰는 모양. 부負는 북을 등에 짊어짐. 건고建鼓는 북을 친다는 뜻.
夫鵠不日浴而白 烏不日黔而黑 黑白之朴 不足以爲辯
名譽之觀 不足以爲廣
泉涸 魚相與處於陸 相呴以濕 相濡以沫 不若相忘於江湖
(부곡은 불일욕이백하고 오는 불일검이흑하니 흑백지박은 부족이위변이며
명예지관은 부족이위광이니라
천학커든 어 상여처어륙하 상구이습하며 상유이말하나니 불약상망어강호니라)
무릇 백조는 날마다 목욕하지 않아도 희고, 까마귀는 날마다 검게 칠하지 않아도 검으니, 생득적生得的인 흑백黑白에 대하여는 새삼 검다 희다 떠들어 댈 것이 없으며,
명예라는 껍데기[외형外形]는 새삼 널리 알릴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오.
샘물이 마르면 물고기들이 물 마른 진흙땅 위에서 서로 습기를 뿜어내며 서로 거품으로 적셔 주지요. 하지만 그것은 큰 강 넓은 호수에서 〈자유롭게 물 마시며〉 서로를 잊고 지내느니만 못한 것이오.”
☞ 곡불일욕이백鵠不日浴而白 : 곡鵠은 흰 새.
☞ 오불일검이흑烏不日黔而黑 : 검黔은 ‘검은 칠을 하다’는 뜻.
☞ 흑백지박黑白之朴 부족이위변不足以爲辯 : 〈백조가〉 희고 〈까마귀가〉 검은 것은 생득적生得的(타고난)인 것이니, 생득적生得的인 흑백을 새삼 검다 희다 떠들어 댈 것이 없다는 뜻. 박朴은 본바탕, 생득적生得的인 것을 말한다. 면辯은 이기고 짐을 가림이다. 승부를 가릴 듯이 떠들어 댐을 말한다.
☞ 명예지관名譽之觀 부족이위광不足以爲廣 : 관觀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껍질[외형外形]. 광廣은 넓게 하다는 뜻으로 여기서는 ‘널리 알리다, 널리 퍼뜨리다’는 뜻.
☞ 천학泉涸 어상여처어륙魚相與處於陸 상구이습相呴以濕 상유이말相濡以沫 불약상망어강호不若相忘於江湖 : 학涸은 마르다, 다하다[갈竭]는 뜻이고, 구呴는 토해 낸다는 뜻. 불약상망어강호不如相忘於江湖는 넓은 강물이나 호수의 넉넉한 물 속에서 서로를 잊고 〈자유롭게 마음껏 물 마시며〉 놀지를 못하고 물 마른 진흙땅 위에서 물고기들이 구차스럽게 서로 적셔 주는 그 부질없음을 인의仁義의 부질없음에 비유하고 있다.
孔子見老聃歸 三日不談 弟子問曰 夫子見老聃 亦將何規哉
孔子曰 吾乃今於是乎見龍 龍合而成體 散而成章 乘雲氣而養乎陰陽
予口張而不能嗋 予又何規老聃哉
(공자 현노담하고 귀하야 삼일을 불담하신대 제자문왈 부자 현노담하사 역장하규재잇고
공자왈 오내금에 어시호에 견룡호라 용은 합이성체하고 산이성장하야 승운기이양호음양하나니 여구장이불능협이라 여는 우하규노담재리오)
공자가 노담을 만나 보고 돌아와 3일 동안 누구와도 말을 나누지 않았는데 제자들이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노담을 만나 보시고 무엇을 가지고 그를 바로잡아 주셨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여기에서 용을 보았다. 그 용은 기氣가 합치면 형체를 이루고 기氣가 흩어지면 아름다운 문채를 이루어 구름을 타고 음양이기陰陽二氣 사이를 마음껏 날아다닌다네.
나는 〈그걸 보고〉 입을 벌린 채 다시 다물지를 못했는데 내가 또 어떻게 노담을 바로잡아 줄 수 있었겠느냐.”
☞ 불담不談 : 담談은 대화.
☞ 역장하규재亦將何規哉 : 장將은 ‘가지고’의 뜻. 규規는 바로잡아 줌.
☞ 용합이성체龍合而成體 산이성장散而成章 : 합合과 산散의 주어는 기氣이다. 세계의 질료인質料因이라고 할 수 있는 기氣와 그 합산合散에 의한 만물의 생성 소멸을 용龍(노담老聃)에 비유한 표현. 성장成章은 문채를 이루었다. 장章은 문채文彩의 뜻.
☞ 승운기이양호음양乘雲氣而養乎陰陽 : 양養은 ‘날아다닌다’는 뜻.
☞ 구장이불능협口張而不能嗋 : 장張은 열다는 뜻. 협嗋은 입을 다묾.
子貢曰 然則人 固有尸居而龍見 雷聲而淵黙 發動如天地者乎
賜亦可得而觀乎 遂以孔子聲 見老聃
老聃方將倨堂而應微曰 予年運而往矣 子將何以戒我乎
(자공왈 연즉인이 고유시거이용현하며 뇌성이연묵하야 발동이 여천지자호아
사도 역가득이관호잇가 수이공자성으로 현노담한대
노담이 방장거당이응미하야 왈 여는 년운이왕의로니 자는 장하이계아호오)
자공이 말했다. “그렇다면 이 세상 사람 가운데에는 참으로 신주神主처럼 조용히 있다가 용처럼 변환 자재하게 출현하며, 우레와 같은 큰 소리를 내다가 깊은 연못처럼 침묵을 지켜 발동發動이 천지와 같은 사람이 있는 것인가요? 저도 그런 분을 만나 보고 싶습니다.”
마침내 공자의 소개로 노담을 뵈었다.
노담이 그때 막 마루 한가운데에 걸터앉아 있다가 〈자공의 인사에〉 가느다란 소리로 응답했다. “나는 이제 나이를 먹어 늙었는데 그대는 무엇으로 나를 가르치려 하는가.”
☞ 역주22 然則人 : 그렇다면 이 세상 사람 가운데에는. 陳景元의 ≪莊子闕誤≫에 인용된 江南古藏本에는 人자의 위에 至자가 있다고 했는데 이를 근거로 劉文典, 王叔岷 등은 至자를 삽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역시 그대로 둔다(池田知久).
☞ 시거이용현尸居而龍見 뇌성이연묵雷聲而淵黙 : 시尸는 ‘신주’인데, 시동尸童은 제사 때 신주 대신으로 그 자리에 앉히던 어린아이를 말한다. 이 문구에서는 시尸와 용龍, 뇌雷와 연淵이 모두 부사적副詞的 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見은 음이 ‘현’이다.
☞ 고유固有……발동여천지자호發動如天地者乎 : 참으로……발동發動이 천지와 같은 사람이 있는 것인가요?
☞ 이공자성以孔子聲 : 성聲은 이름을 소개함이다.
☞ 방장거당이응미왈方將倨堂而應微曰 : 거倨는 걸터앉음. 당堂은 마루. 응미應微는 가느다란 소리로 응답함. 문답하는 소리가 아주 가늚을 말한 것.
☞ 여년운이왕의予年運而往矣 : 운運은 행行과 같은 뜻으로 나이를 먹는다는 뜻, 곧 늙었다는 뜻이다. 왕往은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뜻.
☞ 자장하이계아호子將何以戒我乎 : 계戒는 경계함.
子貢曰 夫三王五帝之治天下不同 其係聲名一也
而先生 獨以爲非聖人 如何哉
老聃曰 小子少進 子何以謂不同
(자공왈 부삼왕오제지치천하 부동하나 기계성명은 일야니
이선생이 독이위비성인은 여하재오
노담왈 소자아 소진하라 자는 하이위부동고)
자공이 말했다. “저 삼황오제가 천하를 다스린 방법은 같지 않았으나 그들 모두 세상에 명성을 떨친 것은 같습니다.
그런데 선생께서는 유독 그들을 성인이 아니라고 하시니 무슨 까닭입니까?”
노담이 말했다.
“젊은 친구여! 이쪽으로 가까이 오라. 그대는 무엇을 가지고 삼황오제의 치세법이 같지 않다고 하는가?”
☞ 삼왕오제지치천하부동三王五帝之治天下不同 : 삼왕三王은 삼황三皇을 말함.
☞ 기계성명일야其係聲名一也 : 계성명係聲名은 명성이 걸려 있다, 명성에 연계되어 있다는 뜻으로, 명성을 떨치고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다는 의미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똑같이 떠받들고 칭송한다.
對曰 堯授舜 舜授禹 禹用力而 湯用兵
文王順紂而不敢逆 武王逆紂而不肯順 故曰不同
(대왈 요 수순하시며 순이 수우하야시늘 우는 용력이탕은 용병하고
문왕은 순주이불감역하야늘 무왕은 역주이불긍순할새 고로 왈부동 이라하노라)
자공이 대답했다. “요堯가 순舜에게 천자의 지위를 물려주고 순舜은 우禹에게 천자의 자리를 물려주었는데, 우禹는 치수治水에 인력人力을 사용해서 천하의 이利를 일으키고 탕湯은 무력武力을 사용해서 하걸夏桀을 방벌放伐하고
주周의 문왕文王은 은殷의 주왕紂王에게 공순恭順하고 감히 반역하지 아니하였는데, 무왕武王은 주왕紂王에게 반역하여 그에게 기꺼이 순종하지 아니하였으니 그 까닭에 같지 않다고 하는 것입니다.”
☞ 우용력禹用力 : 우禹가 치수治水에 인력人力을 사용했다는 뜻. 요수순堯授舜 순수우舜授禹는 자식이 아닌 현자賢者에게 물려주는 선양禪讓이었으나 우禹의 경우는 민력民力을 사용해서 치수治水에 성공한 대신 천자天子 자리의 계승은 자식에게 계승하는 ‘전자傳子’이어서, 여기서 ‘전현傳賢’의 전통이 깨졌다.
☞ 탕용병湯用兵 : 은殷의 탕왕湯王이 무력을 사용해서 하夏의 걸왕桀王을 방벌放伐한 것을 말함. 병兵은 무력武力. 여기에서 무력武力으로 역성혁명易姓革命하는 전통이 생겼다.
老聃曰 小子少進 余語汝三皇五帝之治天下
黃帝之治天下 使民心一 民有其親死不哭 而民不非也
堯之治天下 使民心親 民有爲其親 殺其殺 而民不非也
舜之治天下 使民心競 民孕婦十月生子 子生五月而能言
不至乎孩 而始誰 則人始有夭矣
禹之治天下 使民心變 人有心而兵有順 殺盜非殺人 自爲種而天下耳
是以 天下大駭 儒墨皆起 其作始有倫 而今乎婦女 何言哉
(노담왈 소자아 소진하라 여 어여삼황오제지치천하호리라
황제지치천하는 사민심으로 일이라 민이 유기친사커든 불곡하야도 이민이 불비야하니라
요지치천하는 사민심으로 친이라 민유위기친하야 살기살하야도 이민이 불비야하니라
순지치천하는 사민심으로 경이라 민이 잉부 시월에 생자하며 자생오월이능언하야
불지호해하야서 이시수오하니 즉인시유천의니라
우지치천하는 사민심으로 변하야 인유심이병유순이며 살도 비살인이라하야 자위종이천하이라
시이로 천하대해하야 유묵이 개기하야 기작시에는 유론하더니 이금호에는 부녀라 하언재리오)
노담이 말했다. “젊은 친구여! 조금 더 가까이 오라. 내가 그대에게 삼황오제가 천하를 다스린 진상眞相을 말해 주겠노라.
그 옛날 황제黃帝가 천하를 다스리던 때에는 백성들의 마음을 〈의식적으로〉 차별 없이 하나로 통일했는지라 백성들 중에 자기 어버이가 죽었는데 곡哭하지 않는 자가 있어도 당시의 백성(사람)들은 그것을 나쁘다고 비난하지 않았다.
요堯가 천하를 다스리던 때에는 백성들을 가까운 사람을 친애하도록 하였다. 그래서 백성들 가운데 자기 어버이를 위해, 자기 어버이를 죽인 자를 죽이는 자가 있어도 백성들이 그것을 나쁘다고 비난하지 않았다.
순舜이 천하를 다스리던 때에는 백성들에게 경쟁하는 마음을 갖게 하였다. 그 결과 백성들은 임산부가 10개월 만에 자식을 낳으며, 태어난 아이는 겨우 5개월 만에 말을 할 줄 알게 되어 웃을 줄 아는 데 이르지 아니하고서도 벌써 낯을 가리게 되었으니 이렇게 하여 사람들 중에 처음으로 요절하는 이가 생기게 되었다.
우禹가 천하를 다스리던 때에는 백성들의 마음을 크게 변화시켜서 사람들이 이기심을 갖게 되고 무기를 사용하는 일까지 정당하게 여겼으며 도둑을 죽이는 것은 살인이 아니라고 하여 자기 자신이 천하에서 제일 근본이 되는 존재라고 여기고서 잘난 체하기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천하가 크게놀라 유儒와 묵墨이 모두 한꺼번에 일어나게 되었다. 그리하여 처음 일을 시작했던 때에는 그래도 도리道理에 합당한 것이 있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부녀자들의 시끄러운 다툼이 되고 말았으니 여기에 무슨 말을 더할 것이 있겠는가.
☞ 황제지치천하黃帝之治天下 : 황제黃帝의 정치에 대한 비판이 전개되는데, 우리 인류人類의 타락이 바로 이 황제에서 시작되었다고 노담老聃은 본 것이다.
역주37 使民心一 民有其親死不哭 而民不非也 : 묵가墨家의 억지 박애주의를 빗대서 비판한 내용으로, 백성들이 자기의 어버이와 길 가는 사람을 똑같이 사랑하게 되어, 결국에는 어버이가 죽었을 때 길 가는 사람이 죽은 것처럼 곡하지 않게 되었다는 뜻. 장자莊子에서는 대체로 다른 군왕에 비해 황제를 높이 평가하고 있으나, 이 문장의 후반부에 황제의 시대까지 통틀어서 삼황오제를 “명목은 다스렸다고 하지만 어지러움이 그보다 심함이 없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데서도 볼 수 있듯이, 장자가 황제를 포함한 삼황오제의 시대를 부정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된다.
☞ 요지치천하堯之治天下 사민심친使民心親 : 차별애差別愛의 정서情緖가 여기서 시작되었다.
☞ 살기살殺其殺 이민불비야而民不非也 : 황제黃帝의 경우 자기 어버이와 다른 사람을 극단적으로 똑같이 여겨서 자기 어버이가 죽어도 곡哭하지 않는 것이 정당한 행위인 것처럼 받아들여진 반면, 요堯임금 시대에는 자기 어버이만을 극단적으로 친애하도록 하여 자기 어버이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을 하든 정당하게 받아들여졌음을 비판한 것이다. 따라서 살기살殺其殺의 뒤의 살殺은 ‘자기 어버이를 죽인 자’이고, 앞의 살殺은 그런 자를 죽인다는 동사. 곧 자기 어버이의 복수를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을 죽이는 행위조차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친친親親이 강조되었음을 말한 것이다. 보복을 정당시하는 이런 분위기는 맹자孟子나 예기禮記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 불지호해이시수不至乎孩而始誰 : 해孩는 웃는다는 뜻. 시始는 조야早也(벌써). 수誰는 낯을 가린다는 뜻. 사람을 구분한다는 뜻.
☞ 禹之治天下 使民心變 : 민심民心이 크게 악화됨을 말한다. 변變은 옛것을 바꾸었다는 뜻.
☞ 인유심이병유순人有心而兵有順 : 심心은 사심, 곧 이기심을 말한다. 병유순兵有順은 병기를 사용하는 것도 순리라고 여겼다는 뜻.
☞ 살도비살인殺盜非殺人 : 도둑을 죽이는 것을 살인이 아니라고 여겨 함부로 사람을 죽인다는 뜻이다.
☞ 자위종이천하이自爲種而天下耳 : 자위종自爲種은 스스로 씨앗이라고 여김. 곧 자신이 천하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여겼다는 뜻. “종種을 ‘근본[本]’으로 보아 “스스로 근본이라 여김을 말함이니 곧 스스로 높임이다(李勉).” 이耳는 이爾(너 이)와 같다.
☞ 기작시유윤이금호부녀其作始有倫而今乎婦女 : 작시作始의 시始가 구체적으로는 모든 군왕들이 처음 시작할 때로 보고 번역하였다. 윤倫은 ‘도리道理’. ‘금호부녀今乎婦女’는 〈외물外物〉편 제9장에서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시끄럽게 소리 내어 다툰다.”라고 한 내용과 같은 맥락.
余語汝三皇五帝之治天下 名曰治之 而亂莫甚焉
三皇之知 上悖日月之明 下睽山川之精 中墮四時之施
其知 憯於蠣蠆之尾 鮮規之獸 莫得安其性命之情者
而猶自以爲聖人 不可恥乎 其無恥也
子貢 蹴蹴然立不安
(여 어여삼황오제지치천하호리라 명왈치지나 이란막심언하니라
삼황지지는 상패일월지명하며 하규산천지정하며 중휴사시지이하야
기지 참어려채지오라 선규지수도 막득안기성명지정자어늘
이유자이위성인이로라하나니 불가치호아 기무치야여
자공이 축축연입불안이러라)
내가 그대에게 삼황오제가 천하를 다스린 진상眞相을 말해 주겠노라. 명목은 다스렸다고 하지만 어지러움이 그보다 심함이 없었다.
삼황의 지혜는 위로는 해와 달의 밝음과 어긋나며 아래로는 산천의 정기와 어긋나며 중간으로는 사계절의 운행과 동떨어져
그 지혜가 전갈蠣蠆의 꼬리보다 무자비한지라 작은 벌레들까지도 본성本性 그대로의 생명을 온전히 다할 수 없는데도
오히려 스스로 성인이라고 자부하니 부끄럽지 아니한가. 그 부끄러워할 줄 모름이여.”
자공은 그 말을 듣고 두려움에 안절부절 못하여 편안하게 서 있을 수 없었다.
☞ 상패일월지명上悖日月之明 하규산천지정下睽山川之精 중휴사시지이中墮四時之施 기지참어려채지오其知憯於蠣蠆之尾 : 패悖는 어긋난다, 반反한다는 뜻이고, 규睽도 어긋난다, 등돌린다는 뜻. 휴墮는 무너뜨린다, 질서를 파괴한다는 뜻이고, 사시지이四時之施의 이施는 옮아간다는 이移와 같은 뜻인데 여기서는 운행의 뜻이다. 참憯은 참혹함. 려蠣자와 채蠆자는 모두 전갈이다. 지知의 해독이 전갈 꼬리의 해독보다도 참혹하다는 뜻이다.
☞ 선규지수鮮規之獸 막득안기성명지정자莫得安其性命之情者 : 선규鮮規는 작은 벌레. 안安은 편안히 지내면서 온전히 다한다는 뜻이고 성명지정性命之情은 자연의 본성의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本性 그대로의 생명으로 번역하였다.
☞ 축축연蹴蹴然 : 두려워하는 모양. 두려움에 안절부절 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