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1598, 선조31) 11월 18일 적의 예봉이 이미 노량(露梁)에 이르자 충무공(忠武公) 이순신(李舜臣)이 도독(都督) 진린(陳璘)에게 말하기를 “우리 군사가 앞에서 적을 맞아 싸우는 것보다는 묘도(猫島)로 진을 퇴각했다가 다시 장수들과 약조하여 전의를 다져 결전하는 것이 낫습니다.” 하니, 도독이 그 말을 따랐다. 이날 3경(更)에 공이 배 위에서 하늘에 축원하며 말하기를 “오늘 진실로 죽음을 각오하고 싸울 것이니 하늘은 반드시 이 적을 섬멸하게 해 주소서.” 하고는, 스스로 정예 군사를 이끌고 먼저 노량으로 나아갔다.
19일 4경에 적군이 도독을 포위하여 매우 다급해지자 공이 곧장 앞으로 나아가 구원하여 직접 화살을 무릅쓰고 손수 북을 울려 독려하다가 갑자기 탄환을 맞고 쓰러졌다. 공은 휘하를 돌아보고 말하기를 “나의 죽음을 말하지 말라. 군중을 경동시키지 말라.” 하였다.
도독은 공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배에서 허둥지둥 세 번이나 넘어지고는 “함께 큰일을 할 자가 없어졌구나.” 하였다. 남녘의 백성들은 소식을 듣고 거리로 뛰어나와 곡하였다.
죽어서도 산 자가 되니 / 死爲生
제갈공명의 수레 나가자 사마중달 달아났고 / 諸葛出車司馬顚倒走
살아서도 죽은 자 되니 / 生爲死
곽자의가 투구 벗자 약갈라가 머리 숙였네 / 郭令免冑葛羅拜稽首
영웅의 생사는 나라의 존망이 달렸으니 / 英雄生死國存亡
한 몸으로 산하와 천지를 지탱하였네 / 一身撐拄宇與宙
천금 같은 계책은 귀신도 엿보지 못하였으니 / 千金錦囊鬼不窺
장사는 피눈물로 보고서 용맹이 솟구쳤네 / 壯士血視膽若斗
장군의 넋이 홀연히
육정을 분기시켜 / 尻輪怳惚奮六丁
왜적의 독기가 바다 어귀에서 소진되었네 / 毒氣消盡滄海口
오랑캐 평정 못하면 눈을 감지 못하니 / 蠻夷未平目不瞑
물밑의
경관은 시신이 언덕처럼 쌓였네 / 水底京觀堆似阜
진린은 가슴 치고 육군은 통곡하였으며 / 陳璘叩胸六軍哭
천지 귀신도 슬피 오랫동안 오르내리네 / 天地亦爲低昂久
지사는 목숨을 잃는 것 어렵지 않으니 / 志士喪元非難爾
말가죽에 시신 싸인 건 본래 소신이라 / 馬革裹屍是素守
임진왜란 때 과연 누구의 공인가 / 龍蛇之際果誰功
천자가 측은히 여겨 은총을 또 내렸네 / 天子惻然榮寵又
인재 없는 게 아니라 알기가 어려우니 / 世非無人識最難
예나 지금이나 동방엔
유 정승뿐이었네 / 東方今古只有相國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