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는 지난 2000년 10월27일 인천시민회관을 헐고 그 자리에 쉼터 공원을 조성했다. 14억원의 돈을 들여 안개분수와 원두막, 농구대 등을 세우고 나무 1만6천 그루를 심었다. 시는 1년 전 시설 낙후로 시민회관을 헐고 그 자리를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 시민사회와의 합의로 쉼터를 조성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그 자리에 대한 활용방안을 놓고 말이 나오고 있다. 녹지를 더 보강해야 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부족한 문화시설 확충에 활용해야 한다는 등 의견이 다양하다.
이 부지가 상업용지로 남아있어 불어닥친 논란이기도 하지만, 옛 시민회관 쉼터가 ‘쉼터’로서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탓이 더 크다.
▲옛 인천시민회관
인천시민회관은 1999년 9월 철거됐다.
1995년 인천종합문예회관이 구월동에 들어서기 전까지 인천지역의 크고작은 행사는 물론, 각종 공연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곳이다. 주안의 랜드마크 구실을 한 인천시민회관은 특히 1986년 ‘5·3 인천사태’ 등 80년대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집회 장소이기도 했다.
아직도 주안역에서 옛 인천시민회관까지 거리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거리이긴 하지만, 구월동을 중심으로 한 신도심권에 밀려 간신히 명맥만 유지할 뿐이다.
▲쉼터 조성
시설 낙후로 철거된 뒤 시민회관 부지에 대한 활용방안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결국, 인천시는 시민들의 여론에 따라 도심녹지로 활용하기로 결정, 이 곳에 쉼터를 조성했다. 그러나 5년이 흐른 지금 쉼터는 ‘쉼터’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인천발전연구원의 최근 조사결과, 쉼터 이용자의 80%이상은 머물지 않고 떠나는 유동인구였다. 휴식비율은 16%에 그쳤다.
남구가 각종 야외공연을 벌이며 노력하고 있지만, 특성없는 시설 및 공간 배치로 사람들이 찾지 않는 장소가 돼 버렸다. 특히 특정종교의 집회장으로 이용되거나, 야간에는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말았다.
도시환경연대회의 이희환 집행위원장도 옛 시민회관 쉼터를 “인공적으로 돌만 몇개 갖다 놓고, 나무 몇 그루 심어놓은 ‘조경’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쉼터, 어떻게 하나
이런 배경으로 쉼터 조성 이후부터 “문화시설을 세우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인천시 행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시는 ‘바이 인천 투자 가이드’에 ‘(구)시민회관 문화공간 조성’ 사업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제안했다. 사업비는 757억원, 시설 규모는 5층이상으로 문화시설과 상업시설을 함께 갖춘 복합공간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8일 시 주최로 ‘(구)시민회관의 문화적 활용방안 시민공청회’가 열렸다. 이날은 12층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이 제시됐다.
이날 참석자와 단체들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문화공간화를 요구하는 측과 쉼터기능을 유지해야한다는 측으로 나뉘어 의견을 내놨다.
문화시설을 요구하는 측은 쉼터의 활용도가 현저히 낮기 때문에 문화시설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부족한 문화시설 확충과 구도심권 활성화를 이유로 들었다.
특히 연극계를 중심으로 연극전용소극장을 세워야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접근성이나 상징성, 관객확보 차원에서 이곳 만큼 적격지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에는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소극장을 만들겠다”는 의견이 일부 연극인을 중심으로 해 나온 바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녹지 기능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다.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주안의 유일한 녹지가 경제개발논리로 훼손돼서는 않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5년전 시민사회와 합의, 녹지공간을 조성해 놓고 이제와서 문화시설을 운운하는 것은 약속을 뒤엎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현 부지의 공시지가는 2004년 기준으로 157억여원에 달한다.
인천민예총 손동혁 사무처장은 “자칫 옛 시민회관 쉼터 활용방안 논란으로 인해 시민사회문화단체간의 싸움으로 오도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무엇보다 옛 시민회관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고려, 이에 걸맞게 활용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는 아직 이 부지에 대한 활용방안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책연구를 맡긴 인천발전연구원의 보고서를 참고하고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 그대로 둘 지, 중·대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지 등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