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_10일보내기
파리는 서둘러 관광지만 둘러보고 떠나기보다
열흘쯤 머물며 천천히 살아보아야 하는 도시입니다.
첫날에는 센강을 따라 걷습니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지나 오래된 다리를 건너고
해가 질 무렵 에펠탑에 불이 들어오는 순간을 기다립니다.
둘째 날에는 루브르박물관으로 갑니다.
수많은 작품을 모두 보려 욕심내지 않고
마음에 머무는 그림 몇 점 앞에서 오래도록 시간을 보냅니다.
하루는 몽마르트르 언덕에 오릅니다.
사크레쾨르 대성당 앞에서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고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골목을 천천히 걷습니다.
골목의 작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다 보면
파리의 진짜 모습은 유명한 건물보다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오르세미술관에서는
오래된 시계 너머로 센강을 바라보고
오랑주리미술관에서는 모네의 수련 앞에 조용히 앉아봅니다.
하루는 마레지구의 골목을 걷습니다.
작은 상점과 오래된 저택을 구경하고
보주광장의 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어갑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생제르맹데프레의 오래된 카페에 앉아
창밖으로 우산을 쓴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파리의 비는 여행을 멈추게 하지 않습니다.
젖은 돌길과 가로등 불빛이 더해지면
도시는 오히려 한 편의 영화처럼 깊어집니다.
또 하루는 지하철을 타고
베르사유궁전이나 지베르니를 다녀옵니다.
화려한 궁전과 정원을 걷고 돌아오면
저녁의 파리가 오래된 친구처럼 반갑게 느껴집니다.
뤽상부르공원에서는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시장에서는 치즈와 과일, 따뜻한 바게트를 삽니다.
세느강변에 앉아 간단한 저녁을 먹으며
유람선 불빛이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열흘을 머물면
처음에는 복잡했던 지하철도 익숙해지고
매일 지나던 빵집의 향기까지 반가워집니다.
파리를 즐긴다는 것은
유명한 장소를 많이 보는 일이 아닙니다.
아침의 빵 냄새를 맡고
센강의 바람을 느끼며
마음에 드는 골목에서 기꺼이 길을 잃어보는 일입니다.
어떤 도시는 사진으로 남지만
파리는 향기와 빛으로 기억됩니다.
카페 창가에 머물던 오후와
비에 젖은 돌길.
센강 위로 번지던 노을과
밤마다 반짝이던 에펠탑.
파리에서 보낸 열흘은
프랑스의 수도를 구경한 시간이 아니라
바쁘게 달려온 삶을 잠시 내려놓고
오늘을 천천히 사랑해 본 시간이었습니다.
여행이 끝난 뒤에도
파리의 어느 골목은 마음속에 남아
우리에게 조용히 말을 걸어올 것입니다.
삶은 서둘러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바라볼 때 비로소 아름다워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