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연 이 수식을 가장 앞에 놓아야 할 것 같다.
'미스터 초밥왕'
안효주 셰프는 1985년부터 2003년까지 신라호텔 근무,
이후 청담동에 '스시효'를 열어 지금까지
국내 초밥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작가 다이스케가
한국에만 있는 초밥을 요청한 것도 안효주 셰프다.
"요리사는 말이 필요 없"다는 안효주 셰프의 말처럼
요리로만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셰프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대신 전한다.
작곡가가 논두렁을 걷다 악상이 떠오르면
팔에다 쓴다고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요리사도
늘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그게 되는 것 같아요.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세요?
시장 나가서 생선 사고, 수시로
남대문 시장에서 그릇이라든지 도마도 보고요.
그날그날 생선이 다 다르기 때문에
매일 잘 보고 직접 사야 해요.
휴일은 있으시죠?
거의 쉬는 날도 없이 늘 연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옛날에는 안 쉬고 했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더라고요.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씩은 쉬어요.
쉬는 날도 평상시에 요리가 항상 머릿속에 있으면
어디 가서 외식을 하더라도 그게 다 공부예요.
머릿속에 뭔가 갈구하는 것이 항상 자리잡고 있으면
새 식자재를 보는 순간 저걸 가지고
뭘 해보자는 새로운 생각이 들죠.
지금도 요리에 대한 갈구가 여전하단 말씀이시군요.
일주일 전부터 달팽이를 쓰고 있어요.
달팽이 점액질이 굉장이 좋다길래 그걸 일식에
접목하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데리야끼 식으로 해서 쓰고 있어요. 그런 생각은
요리에 대한 갈구하는 마음이 없으면 그냥 지나가요.
더 좋은 식자재가 없는가 계속 추구를 해야 해요.
계란을 하나 쓰더라도
산 속에서 닭을 방사해서 얻은 계란을 쓰고요.
물도 산 속에 미네랄이 풍부한 물을 길어다 밥을 짓거든요.
사실 수돗물로 씻든 그 물로 씻든 그 정도의 미각을
갖는다는 건 어렵잖아요. 그렇지만 요리를 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철학은 있어야 한다고 봐요.
최고의 자리에 있지만
안주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인상 깊습니다.
저도 처음부터 요리가 좋아서 시작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어차피 시작했고, 잘할 수 있는 게 요리밖에 없으니까
이거라도 평생 업(業)으로 삼고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한 거고요.
'장이'라고 하죠.
요리도 마찬가지고 이런 손기술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요.
자기만족을 하면 그 순간에 끝이에요.
자기가 어떤 일을 했을 때 부정적인 시각으로 봐야
부족한 점, 개선할 점이 발견된단 말이에요.
해놓고 '와, 잘했다' 하면 더 이상 올라갈 수가 없어요.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무엇으로 꼽으세요?
굳이 순서를 정한다면
첫째가 위생, 두 번째가 정성, 세 번째가 맛입니다.
아무리 맛있게 음식을 만들어도 그걸 먹은 손님이
배탈이 났다, 아무 가치가 없어요.
의사들보다 더 철저한 위생관념으로 하다보면
정성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맛은 저절로 나온다고 생각해요.
정성이 눈에 보이는 건 아니지만 그런 마음으로 만들면
상대방한테 충분히 전달이 된다고 확인해요.
그래서 화가 나면 아예 요리를 안 하는 게 좋죠.
안 그러면 '으쌰'해서 최면을 걸어서
손님과의 기분에 동화된 다음에 요리를 해야죠.
화가 나면 손끝에서 독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가장 기본적이지만 놓치기 쉬운 마음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손님과는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한다고 얘기하는데요.
내가 만들어준 요리를 손님이 만족 못하면
내가 진 거나 마찬가지에요.
일본의 스승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요리로 보여주는 거지 세일즈 하는 것처럼
말을 해서 만족시킬 필요는 없다고요.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해요. 말보다는 행동으로,
요리로 보여주자는 걸 많이 생각해요.
복싱 선수, 해병대, 지금은 일식 셰프.
삶의 궤적에서도 성정이 느껴집니다.
힘든 순간도 있었겠죠?
많이 있죠. 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때도 있었고요.
돌이켜 생각하면 그때 인내했던 것이
오늘날의 저를 있게 만들었던 거겠죠.
당시엔 몰랐죠. 참으면 더 좋은 일이 있겠지란
생각을 가질 수가 없죠. 재능이 없다고 느끼고,
내일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인내심'이란 받아들이기 힘들 것도 같습니다.
성실하게 중단 없는 노력을 해야 해요.
그게 어떻게 보면 장인정신이죠.
누구나 시간이 좀 길고 짧을 뿐이지
어려움은 다 깰 수 있습니다.
최고가 되려면 싫증이 나도 계속 해야 한단 말이죠.
그렇지 않으면 최고가 될 수 없잖아요.
요리, 운동, 음악 모두
항상 자기 콘텐츠를 머릿속에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래야만 새로운 것을 봤을 때 링크가 되는 거죠.
제자들에게는 무서운 선생님이신가요?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가르치는 방법도 달라야 해요.
리더상도 달라야 하고요. 선배한테 맞아가며,
야단맞으며 배웠지만
지금은 그걸 답습하면 안 되겠다 생각해요.
이치를 깨닫게 해주는 거죠.
그래야 이해를 하고 따라와요.
장래희망이 요리사인 학생들도 많고,
TV에서도 요리가 많이 나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렸을 때부터 관심 있는 분야,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는 건 행복한 일이에요.
하지만 너무 어렸을 때부터 하는것도 문제가 있어요.
요리사라는 직업이 만만찮은 직업이에요.
체력도 좋아야 하고, 손도 많이 데어봐야 하고요.
사람들과 다른 생활 패턴이기도 하죠.
그런 것을 간과하고 화려함만 보고
요리한 사람은 금방 포기해요.
일본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초밥 열풍을 불러 일으킨 만화 「미스터 초밥왕」.
일본 초밥 요리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만화에
한국 요리사가 등장하는데 실제 모델이 바로
남원 출신 안효주 요리사입니다.
그를 찾아 한국에 온 데라사와 다이스케 작가는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안효주 요리사만의
특별한 초밥을 만화책에 소개했습니다.
권투 선수 꿈꾸던 청년, 초밥왕 되다
남원시 이백면에서 나고 자란 안효주 일식 요리사의
학창시절 꿈은 권투 챔피언이었습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상경했습니다.
“명동의 한 일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권투를 했습니다.
하지만 프로데뷔전을 앞두고 아픈 바람에
경기도 치르지 못하고 낙담해 군에 입대했지요.
군복무를 마치고 다시 일식당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지금의 저를 이끌어준 스승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분의 추천으로 큰 호텔 주방에서 일하게 됐지요.”
1985년 신라호텔 입사 후 주방장을 거쳐
일식당 총책임자가 된 그는 1999년 일본 만화
「미스터 초밥왕」 의 데라사와 다이스케 작가를
만나게 됩니다.
작가는 책의 완결판을 위해 그를 찾아왔고
한국에만 있는 초밥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안효주 요리사는 1주일 뒤 6년근 수삼을 자신이 개발한
양념장에 재워 만든 인삼초밥을 선보였고,
그 내용이 「미스터 초밥왕」 에 실리면서
한국의 초밥왕으로 알려지게 됐습니다.
이후 창업 기회가 생겨
2003년 일식당 스시효를 열었습니다.
호텔시절에도 근면 성실의 아이콘이었던
안효주 요리사는 개업 후 3년 동안
단 하루도 가게 문을 닫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도 매일 새벽시장에 나가
생선을 직접 구입하는 것은 물론 도마나 그릇 등
요리에 필요한 도구도 일일이 챙깁니다.
뿐만 아니라 요리에 들어가는 식재료들의 원산지를
찾아 눈으로 보고 확인한 후 가게에 들입니다.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일본인 스승을 방문해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 등
끝없는 노력과 초심으로
초밥왕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고소한 핫도그 추억이 있는 고향
그의 고향인 남원에는 아직 노모가 살고 있습니다.
또 그곳에는 어린 시절 함께 지낸 죽마고우들도 있어
명절이나 경조사가 있을 때마다 고향을 찾아간다고.
“고향하면 떠오르는 게 핫도그예요. 학창시절
권투를 배우던 체육관이 남원 용남시장 입구에 있었는데
운동 끝나고 가는 길에 핫도그 포장마차가 있었어요.
설탕을 묻혀 먹었는데 지금도 그 맛을 잊을 수 없어요.”
달달하고 고소했던 용남시장의 핫도그가
안효주 요리사에겐 고향의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지금 그는 현업에 치중하고 있지만 언젠가 인성이
반듯한 학생들을 모집해 사관학교처럼 스시 학교를
만들어 후학을 양성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면
초밥집을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실력 있는 학생으로 키워보고 싶다고 덧붙입니다.
안효주 요리사의 노하우를 전수받은 또 다른
대한민국 초밥왕들의 탄생이 머지않길 바랍니다.
안효주 일식 요리사 약력
남원 출생(1958년). 남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기대학교경영대학원 석사,
동대학원 서비스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부터 2003년까지 신라호텔에서 일식 요리사로 근무.
이후 2003년 일식당 스시효를 개업해
지금까지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것이 일본요리다」, 「손 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일식의 명인 안효주의 특별한 요리」 등의 책을 내기도.
첫댓글 셰프가 주목받는 시대,
셰프의 자기노력이 각광받는 축복을~~!!!
초밥왕이란 타이틀을 만들어 낸 안효주요리사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무조건 한주먹 밥을 쥐면 정확히 몇알이 딱딱딱...
얼마나 오랜시간을 비법터득에 몰입했을까요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 봅니다!
먹는 음식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우리네 어머님이 명 요리사이심을~~..~
복싱 선수, 해병대, 지금은 일식 셰프. 전혀 다른 세계를 오고 가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