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속의 태풍, (고려인4세 프로초단 올가킴17편)
사진설명:타직 아래 아프간의 가축시장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 수도 두산베:
흔히들 중앙아시아 하면 실크로드를 연상한다.
유럽의 문물이 이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과 교류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실크로드 도 타직은 비켜간다.
지도를 보면 타직 은 북쪽에는 천산산맥이 지나간다. 이 천산산맥은 중국 우루무치 에서 시작해서 중앙아시아의 키르키즈스탄 과 타지키스탄을 지나가는 엄청나게 높은 산맥이다. 산맥의 대부분이 해발 5,000~8,000미터 넘는 만년설로 덮여 있는 산맥이다.
타직 은 이 산맥이 동서로 두 줄기가 지나가서 남쪽에서 북쪽으로 가려면 이 산맥(해발 5,000~6,000미터)을 완전히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렵다. 지금도 일년에 반만 자동차로 이 길을 겨우 통행 할 수 있다.
또 중국으로 가는 동쪽으로는 파미르고원(해발 5천 미터)이 있어 타직 땅의 거의 절반이 파미르고원이다. 따라서 이곳을 통과해서 중국으로 가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쉽지 않은 이야기 이다.
역사책을 보면 고구려 유민 이었던 고선지 장군이 당나라 장군으로 지금의 우즈벡 을 이 파미르 고원을 넘어 점령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말 믿기지 않는 이야기 이다. 결국 당나라 군대는 고립되어 패하게 되는데 이 파미르 고원을 다시 넘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타직 땅을 거쳐 서방에서 중국으로 가는 길은 없다.
결국 타직 은 실크로드와는 상관이 없는 나라인 셈입니다.
이처럼 과거부터 이 곳 타직 땅은 버려진 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페르시아 사람들이 버려진 이 땅에 와서 정착해서 잡초처럼 살아가고 있다.
구 소련이 무너진 이 땅에 이들은 다시 옛날의 자기 종교인 이슬람으로 다시 회귀하여 곳곳에 사원을 세우고 이 땅이 이슬람의 성지로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전기가 4일 동안 안 들어왔다.
냉장고 속의 음식물은 녹고 전기가 들어와 인터넷을 하려니 바이러스 가 먹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곳엔 우리가 할 만한 인터넷 카페도 없다.
타직 한인회장은 지난 10일(목) KGB담당자가 보자고 해서 그곳에 들어갔다가 5일 동안 감금되어 구타까지 당하며 조사를 받았다. 지금 이곳은 밤 기온이 영하 10도를 넘고 있는 혹한인데, 교도소가 너무 추워 발이 동상이 걸릴 정도이다.
5일 동안 조사를 받은 내용은 “한국 사람들 중 누가 선교사 인지?” 였다.
그래서 “모른다” 고 하면 네가 회장인데 왜 모르냐 며 구타를 당했다.
이 일이 발생 하자마자 겸임 주재 대사관인 우즈벡 한국 대사관에 연락을 했지만, 그 사람들은 지켜보자고 만 말을 할 뿐 전혀 대책을 세우지 않아 다시 ‘청와대 민원실’에 12일(토) 다시 항의를 하니, 우즈벡 한국 대사관에서 그제서야 이 나라 당국에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인회장은 14일(월) 구타를 당하며 조사를 받았고 오후 6시가 되 서야 풀려났다.
그리고 결과는 3일 이내(17일 목요일) 출국명령 이다.
이 일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대사관 이라는 곳이 왜 존재하나 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그 많은 국민의 세금을 받으며 정작 사건이 터질 때는 뒷짐만 지고 있는 사람들.
정말 화가 많이 난다.
KGB 는 공공연히 타직 에 있는 모든 한인들을 쫓아 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는데 암담하다.
타직 은 원래 영하로 잘 내려가지 않는 기후라고 하는데
작년부터 많은 눈과 함께 추워져서 올 해는 1월 들어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를 계속 넘나들어 타직 의 상황과 함께 올 겨울은 유난히 많이 춥게 느껴진다.
아프간 에서의 피랍과 인질 처형사건 이후 중앙아시아 각국도 대 테러 에 비상이다.
카자흐스탄 정부도 옛 수도 알마티 에서 키르키즈스탄 의 비쉬켁 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테러발생 위험이 높다며 경고를 발해 우즈벡 카작 키르키즈 타직 모두 현지 진출 NGO들은 더욱 어려움이 중첩된다.
한국 개신교계의 후원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단기 의료봉사단 들이 도대체 들어오지를 못 하고 있다.
우즈벡 NGO의 책임자 이며 아프간 북부 마쟈르 이 샤리프 에도 병원을 설립한 닥터 고는 타직에 진료소를 개설하고 한국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친 스베타 황 에게 첫 부임을 부탁하였다.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금요일에 clinic을 오픈 하면 한인교포 들과 고려인, 타직 현지인들이 물밀 듯 밀려온다. 일이 많은 것은 어렵지 않지만 교포들의 소식은 걱정만 더해진다.
스베타 는 암담한 현실에 좌절감을 느끼면서도 올 여름엔 한국의 김 간사 가 어떻게든지 의료봉사단을 이끌고 들어오면 약품과 의료장비 등도 채워지고 장기봉사를 할 의료진 발룬티어 의 선발 등 새로운 계기가 마련되겠지 생각하며 한국에서 헤어진 올가 와 엘레나 를 그려본다.
대한민국 서울:
네팔에서 십 여 년 째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한인 닥터의 바람은 무망한 채 한국으로 돈을 벌러 간 네팔 청년들을 잘 돌보아 달라는 소박한 바람 일 뿐이었는데 임금을 체불 당하고 강제출국을 당하거나 영세 규모 작은 공장에서 한인 들이 싫어하는 3D작업에 종사하며 욕을 먹고 매를 맞는 등의 현실에 본의 아니게 외국인근로자 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운동의 간부가 되어 법망을 피해 다니는 외국인 근로자 들도 있다.
막 일을 하는 Wet Back 이거나 불법체류자 도 아닌 우즈벡 에서 의사로서 단기 연수 과정을 왔던 닥터 알렉스 는 운동의 핵심간부 역할을 하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직원에게 소환 당하여 강제출국을 명령 받고 광주 의 출입국관리소 보호소 에서 출국날짜를 기다리다 화재로 사망하였다.
의료봉사 활동과 국내외 장애아동을 위한 물리치료법의 전파에 애쓰던 김 간사 는 중앙아시아 나 동남아시아 등에서 온 외국인, 조선족, 고려인 들과 교류를 하다 보니 뜻 밖의 일에 개입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일주일에 하루는 외국인근로자 를 위한 사무소 에서 자원봉사 일을 했다.
아프간 피랍 사건 과 미얀마 승려들의 강경시위 등 해외봉사단의 역할과 일정에 뜻밖의 변수를 겪는 일도 허다하다. 미얀마 에 초교를 건설하려던 플랜은 연기되고 중국의 올림픽 개최로 공안들이 변경국가 들에 사찰도 심하다. 중국 서남단 곤명을 거쳐 미얀마 로 밀입국 하는 코스 는 당분간은 자제하여야 할 것 같고 태국을 통한 북향은 너무나 험난한 길이고 단체로 이동하기는 고산지대의 현지 부실한 차량과 검문소 외국인 통행금지 6시 등 너무 부담스럽다. 미얀마 에 오픈된 클리닉에 장기 봉사자들을 보내줘야 하는데, 구급차량을 준비해 산간 오지민족 260개 마을에 모바일 클리닉 시스템을 운영해야 하는데 최근의 국제 여건들은 무엇 하나 마땅치 않다.
지난해 장기봉사를 지원했던 8년차 간호사는 결국 현지에 동반해서 데려다 달라는 요구를 못 들어주자 가는 것 조차 포기했다.
8월의 아프간 팀은 물론, 9월 MBC에 출연하기로 했던 티브이방송 스케줄도 취소되고 10월의 학생 팀, 12월의 미얀마 정규 해외의료봉사팀, 2월 팀 까지 모두 무산됐다.
닥터 알렉스의 죽음엔 김 간사의 마음속도 무겁다.
닥터 스베타 황 은 알렉스 가 죽고 나자 한국에 있으려던 계획을 바꾸어 돌아갔다.
타지키스탄 의 고산지대에서 클리닉을 오픈 하고 환자를 치료하며 모든 것을 잊고 지낸다. 이번 8월엔 타직 엘 가서 도와줄 수 있어야 할 텐데.
미얀마 와 타직 의 의료장비 약품 인력 등을 보충해 주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빠른 방법일까? 미얀마 의 초교건립 은 올해 중엔 마무리 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마음속으로만 바쁜 궁리를 제쳐놓고 바둑 책을 펴 든다.
엄밀히 말 하면 바둑 책이 아니고 바둑의 역사 저술인 한국바둑사 이다.
세계 각지를 다니다 보니 저절로 역사에 관심이 많아지며 몽골과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모습 음식 관습이 우리와 비슷한 점에 궁금한 점이 많아지며 나름 추측도 해 보곤 했다.
김씨 성의 시조인 김알지 가 쇠 상자 속에 있었다는 것이나, 박씨 성의 시조인 박혁거세가 알 속에 말 울음소리로 알려 졌다는 것이 쇠 상자는 철기문화 나 앞선 문명의 도래를 의미하고 말은 당시의 기동력과 전투력의 상징이니 역시 북방 기마민족이 신라에 도래했다는 것이 아닐까 짐작 해 보던 것이 이청 작가님의 책 속에 답이 들어 있을 줄이야.
요(僚)나라 왕 왕자의 7대손이 김알지 라는 고증은 정말 놀랍다.
망중한의 즐거움으로 허난설헌 의 바둑 詩 원전을 나름대로 처 와 같이 한역해 본다.
玲瓏花影覆瑤碁/ 영롱한 꽃그림자 반상과 옥돌에 더하고
日午松蔭花子遲/ 무심한 오후 솔그늘 밑 더딘 바둑 흐르네
溪畔白龍新賭得/ 청계 백룡 새로이 바둑 이겨 얻으니
夕陽騎出向天池/ 해질 무렵 타고서 세상으로 나갈거나.
바둑학과를 졸업하기는 했지만 바둑의 깊이와 의미는 이청 작가 선생 덕에 더욱 깊어진 듯 하다.
그 동안 해외봉사활동의 주춧돌이 되어준 것도 바둑 계의 인사들이었지만
바둑계가 더욱 발전하여 자랑스런 문화유산으로 세계에 알려졌으면 싶다.
김승훈 프로 가 그전부터 주장해오던 바둑 계의 개혁이 올 초 언론과 바둑인 에 회자 되었지만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까 걱정이다.
가진 것을 버리고 나눌 때 더 큰 것을 이룰 수 있음을 세계를 다니며 오지 빈민 난민 들과 겪어 보았는데, 정작 한국 속의 작은 바둑계 에서는 그것이 그리 어려운 것 일까?
해외봉사활동의 틀 인 aica ngo 가 세계보건기구 WHO 에 가입된 명망 있는 ngo로 성장한 후 바둑을 벗삼아 바둑계 에서 받은 은혜를 갚아보려 함은 너무 늦은 시도일까?
맞아 미루지 말고 생각 났을 때 바로 그 순간에 처리 하거나 시작하여야 하는데.
오래 전부터 미루기만 하며 시작 못 했던 해외의료봉사활동을 7년 전 시작 했지만 그 보다 더 몇 년 이라도 빨리 시작 했었더라면 하고 아쉬웠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올가 나 김프로 가 해 낼 수도 있겠지,
한국 만이 아닌 세계 속의 바둑인 들과.
17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