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극단 파 람 불의 백하룡 작 변유정 연출의 전명출 평전
공연명 전명출 평전
공연단체 극단 파 람 불
작가 백하룡
연출 변유정
공연기간 8월 4일~13일
공연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관람일시 8월 3일 오후 8시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속초 극단 파 람 불의 백하룡 작, 변유정 연출의 <전명출 평전>을 관람했다.
백하룡은 1974년 경북 금릉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교 극작과 출신으로 2001 예장문학상 희곡 수상, 2002 예술의 빛 창의상, 2002 제5회 신작희곡페스티발 당선, 2004 제7회 신작희곡페스티발 당선, 2004 서울연극제 희곡상, 2005 문예진흥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 선정, 2006 대산창작기금선정, 2007 거창국제연극제 세계초연 희곡공모 우수상, 2013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 문학부문 선정 (남산상주작가 선정) 되었다. 백하룡 희곡집1.2.3 이 있다.
작품으로는 <남산에서 길을 잃다> <길 잃어 헤매던 어느 저녁에 맥베스> <전명출평전> <팔베개의 노래> <이날 이때 이즈음에> <춘부> <화장>;<제8요일 (원제:한중록)><파행> <이상한 동양화> <파란대문의 집> <여가수 진수린> <돈키호테-희망유랑극단> 외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변유정은 2015 속초 극단 파 람 불의 연극 <전명출 평전>으로 전국연극제 대상을 받은 연출가다. 2016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청주대회에서 이반 작 <카운터포인트>로 금상을 수상했다. 변유정은 2016년부터 속초 도문농요 전수관에 상주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대비 1시·군 1문화행사의 속초 공연작품인 <꿈꾸는 사자, 속초를 거닐다>의 연출을 맡았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 춘천교대부설초등학교 빙상부는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렸다. 효자동에서 태어나 이 학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던 연극인 변유정 때문이다. 빙상선수였던 변유정이 연극인으로 변신했다. 1993년에 최초로 들어간 곳이 나중에 ‘연극사회’로 바뀌는 극단 ‘태백무대’였다. 1년간의 연습생 기간을 거쳐 〈종로고양이〉에 출연했다. 1995년에는 에이콤에서 진행하는 뮤지컬 〈명성황후〉 오디션에 참가해 합격했다. 당시의 감독이 박칼린이었다. 〈명성황후〉에서 어린 민비역과 코러스를 담당했다. 3개월의 연습생 기간을 거쳐 〈명성황후〉와 뮤직컬 〈겨울나그네〉에 출연했다. 2년간의 에이콤 단원생활 동안 뮤지컬을 하면서 정극을 하고 싶은 의욕이 솟구쳤다. 1998년에 대학로로 자리를 옮겼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대학로에서 <몸짓 굿>, <빳데리>, <천상시인의 노래>, 손숙의 〈어머니〉, 강부자의 〈오구〉, 오페라 〈휘가로의 결혼〉, 서울공연예술제 공식참가작 <우투리> 등 20여 편이 넘는 작품에서 공연했다. 이중 <우투리>는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간 공연된 장기공연이다. 2007년까지 대학로를 무대로 수많은 공연에 참가하며 외국활동도 병행했다. 2008년 봄 춘천으로 내려왔다. 당시 ‘김유정 100주년 기념공연’에 출품될 〈금 따는 콩밭〉의 연출을 맡았다. 〈금 따는 콩밭〉이 연출가로서의 첫 작품인 셈이다. 원래는 희곡만 만들어진 상태에서 각색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는데, 대본을 완성한 뒤 연출자가 없어 연출까지 담당하게 됐다.
운명이었을까? 그해 여름 변유정은 잊지 못할 작품을 그야말로 운명처럼 만난다.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일본의 스스키 타다시 감독을 만난 것이다. “스즈키 타다시 선생이 〈엘렉트라〉를 준비하면서 2008년 한국배우를 공모했다. 16명을 선발해 일본 토가예술촌에서 ‘스즈키 메소드’라는 독특한 훈련을 하는 과정에 당당 〈엘렉트라〉의 주인공으로 발탁되었다.
인간의 광기와 복수심을 격렬한 신체언어로 표현한 〈엘렉트라〉는 2008년 10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초청작으로 한국무대에서도 공연됐다. 〈엘렉트라〉는 연극의 본고장 에딘버러 음악 연극제의 메인무대에 초청되기도 했다. 스스키 타다시 감독을 만난 후 〈리어왕〉이나 <맥베스> 등 큰 규모의 뮤지컬도 하게 됐다.
변유정은 20여년 동안 〈한씨연대기〉(2009)로 제26회 강원연극제 우수연기상, 〈선착장에서〉(2010)로 제27회 강원연극제 대상과 연출상을 받았고, 〈전명출 평전〉(2015) 연출로 제32회 강원연극제 대상, 제33회 전국연극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수없이 많은 족적을 남겼다. 2015년에는 강원연극예술상 공로상도 수상했고, 카운터포인트(2016) 연출로 제33회 강원연극제 대상, 무대미술상, 2016년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금상, 무대예술상을 수상했다.
<전명출 평전>은 1979년 10월 26일부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개발 사업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자의건 타의건 시류에 맞춰 돈과 명예를 끌어안았던 인물에게 초점을 맞춰, 당시의 큼직한 사건 사고를 정치적 상황과 연결시키고, 주인공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금전적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추악하게 변해가는 과정을 그려낸 일종의 정치풍자극이다.
무대는 배경을 향한 계단식의 다섯 개의 단을 설치하고, 그 단 상단 오를 쪽에 세 개의 작은 단을 만들어 의자를 가져다 놓고 고위직의 좌석으로 사용한다. 아래 계단 왼쪽에 글씨를 쓴 표지판이 긴 봉에 연결되어 세워져 있고, 계단 아래 무대 좌우에는 백색의 원형의 카펫이 깔려있다. 글씨를 쓴 표지판은 글자가 바뀔 때마다 이동 배치괴고, 후반부에는 계단 오른편에 긴 사다리를 들여다 걸쳐 놓기도 한다. 분무기로 무대를 백색연기로 채우고, 당시에 유행하던 가요를 라디오로 틀어놓거나,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고, 출연자들이 부르기도 한다.
전명출은 고향 합천의 한 농촌부락에서 마늘 도적질을 하다가 들켜 뭇매를 맞고 도시로 쫓기듯 도망한다. 향후 공사장에서 잡역부로 막노동을 하던 중. 전직 대통령과 같은 완산 전 씨이자 합천출신이라는 것이 현장소장에게 알려지면서 대뜸 인부십장 역을 맡게 되고, 차츰 남다른 대우를 받게 되면서, 종당에는 책임자로 발탁이 된다. 그와 동시에 시멘트의 양을 줄이거나, 철근 수를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공사현장에서의 각종비리와 부정에 눈을 뜨게 되고, 동성동본인 현장소장과 공조해 치부를 하게 된다. 헌데 건축자재를 빼돌린 것이 들통이 나고, 그 책임을 져서인지 전명출은 삼청교육대로 끌려간다. 고생 끝에 그가 석방이 되자 소장은 그를 교회로 데려가 신자로 만든다. 소장은 전명출을 예수를 믿는 인물로 설정을 해, 더 큰 부정과 부패를 바이블로 가리듯 방패막이로 내세운다. 헌데 부실공사의 여파가 삼풍백화점 참사 같은 대형사고로 이어지자, 그 책임을 지고 공사당시의 현장소장이고, 현재 건설회사 사장이 교도소로 끌려가니, 전명출은 다시 고향 땅을 밟는다. 전명출의 처 이순임은, 운명에 순응하고 기회포착에 민감했던 남편과는 달리, 지고지순한 심성과 인간본연의 선한 품성을 지닌 여인으로 등장해, 남편과 대비가 된다.
고향으로 온 전명출은 개발제한지역이 4대강 개발로 일부 풀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처남 땅을 비롯해 친구와 친지들이 불모지로 버려둔 땅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계약을 하자마자 당국의 토지수용방침이 발표되고, 땅 값은 10배로 껑충 뛰어오른다. 토지 주들이 계약을 해지하려고 덤벼들고, 전명출은 수용가격의 40%를 토지 주에게 지불하기로 약속하고,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
그리고 세시풍속도처럼 전명출이 치부를 하면서 조강지처를 외면하고 색을 탐하는 모습은 처남댁을 유혹하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루기도 한다.
그의 치부와 승승장구가 도덕심과 인간성 파괴로 이어지면서 그의 종말이 좋지만은 않으리라는 예측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한다.
건설회사주가 된 전명출은 어느 날 공사현장을 찾아간다. 저녁이라 모두 퇴근을 하고 현장에는 아무도 눈에 띄지 않는다.
전명출은 공사장 잡역부 노릇을 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엮인 파이프를 타고, 건물 꼭대기로 높이 올라간다. 그러던 도중 발을 헛딛고 공중에 걸린 파이프를 가까스로 잡고 거꾸로 매달린다. 결국 전명출은 자신의 건물 공사현장에서 낙상사로 일생을 마친다.
대단원에서 무대 앞 객석방향으로 놓인 백색의 널판 위에서 소복한 모습의 처 이 씨가 전명출의 유골을 하염없이 뿌리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연극은 장면 장면을 정치적 상황과 비교해 가며 적절한 묘사와 표지판의 사용 그리고 당시 유행하던 가요를 효과음악으로 삽입시키면서 관객을 극 속에 몰입시키고, 객석을 폭소와 갈채로 이끌어 간다.
김강석이 전명출, 전은주가 처, 석경환, 양흥주, 최문복, 민 경, 김영주, 고문선 등 출연자 전원의 제대로 된 경상도 방언사용과 독특하고 탁월한 성격창출과 연기력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무대감독 장태준, 조명 남궁진 이후림 문해준 문미란, 분장 정지호 오하나 이태영, 의상 박현주, 포스터디자인 박재현, 영상 문화프로덕션 이리, 조연출 손미애, 음향오퍼 김초에, 기획 플레이몽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하나를 이루어, 속초 극단 파 람 불의 백하룡 작, 변유정 연출의 <전명출 평전>을 전국순회공연을 해도 좋을 연극성과 시사성 그리고 대중성이 갖추어진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8월 3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