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이야기 3 - 홍총각과 상사뱀이 된 어느 규수
전라도에 어떤 총각이 살았는데 성이 홍씨여.
홍씨 총각은 과거에 뜻을 두고 공부를 많이 했어.
때가 되어 한양으로 가서 과거를 봤는데 낙방을 해버렸어요.
그래서 고향인 전라도 쪽으로 내려가면서 경기도 어느 포구에 있는
작은 초가집에 이르렀답니다.
마침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기 때문에 비도 피하고 하룻밤 유하고 싶기도 해서
대나무 숲이 우거진 작은 초가집에 들렸어요.
그 초가집에는 젊은 규수 한 분이 바느질을 하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장대비가 오고 날도 저물고 해서 도저히 길을 더 갈 수 없기에
‘아주머니 하룻밤 유하고 싶습니다. 이 비를 피할 도리가 없네요’라고
기골이 장대하고 수려한 미모의 홍 총각이 간청을 하니까,
그 젊고 아주 얌전하게 생긴 규수가 ‘그렇게 하십시오. 사실 나는 혼자 삽니다.
남편을 만나 1년을 살았는데 남편이 죽은 지 몇 년 째 됩니다.
혼자 있지만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내가 거절을 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자게 되었단 말이예요.
저녁 내내 비는 무섭게 쏟아졌습니다.
전생에 인연이 있었던지 그날 밤 부부가 되었습니다.
이제 날이 새어서 그 총각이 ‘내가 고향에 내려가서 부모님한테 허락을 얻어가지고 금방 올라 올 테니까 기다리시오’ 했다고요.
그러니 규수가 ‘만약에 당신이 올라오지 않으면 나는 상사뱀이 되어서라도
당신을 찾을 거요(복수할 거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홍 총각이 온다고 하고 고향에 내려갔단 말이오.
금방 온다는 하룻밤 남편은 오지를 않아. 열흘이 지났어.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 그 여자, 성은 임씨였어요.
마음은 초조해지기 시작하였고, 달이가고 해가 바뀌었습니다.
홍 총각은 내려가서 공부만 지독히 했는데, 임시 과거가 있어서 시험을 봤는데
급제했답니다. 그래서 그 고을의 현감으로 발령을 받았어요.
그 고을이 내(자재만현 큰스님)고향입니다.
함평 현감으로 부임을 했습니다.
부임을 해서 결혼도 했어.
경기도 포구에서 하룻밤 정을 나누었던 젊은 규수(임씨 여자)는 잊어 버렸어.
어느 날 현감부인이 무슨 일이 있어서 친정을 가게 되었고,
저녁때가 되어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무슨 ‘스르륵 스르륵’소리가 나.
깨어보니 구렁이가 몸을 감고 고개를 쳐들면서 하는 말이 ‘여보! 나를 모르겠오’
하는 거요.
이게 상사뱀입니다. 전번에도 이야기 했죠. 이 상사뱀은 불가사의 합니다.
여러분 아실 거예요. 이건 죽여도 또 생겨요.
그리고 경기도에서 전라도 남편의 집까지 간다는 것 봐 봐요. 그러는 거예요.
현감이 부리는 사람도 많지요. 그래서 외쳤어요.
‘거기 누구 없느냐’라고.
종들이 아무리 밖에서 문을 열려고 해도 안 돼. 이건 신통이지요.
새벽녘이 되니까 현감의 몸을 감았던 구렁이가 몸을 풀고 사라져 버려요.
오늘 저녁에 또 올까 하는데 참말로 또 와. 저녁에 또 와. 새벽에는 가.
이렇게 계속 그런단 말이예요. 꼭 그 시간이면 들어와.
그러니까 현감이 말도 못하고 이제는 몸이 말라가는 거요.
그 당시 적어도 현감 정도 되기 때문에 알음알이도 많고 해서
유명한 도승을 초대했어요.
그래서 사연을 말하니까 도승이 말하기를
‘그것을 해결 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한 가지 길밖에 없습니다.
그 여자가 살던 경기도의 대나무 숲이 우거진 초가집을 암자로 합시다.
그리고 천도재를 올려 주시오. 그래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상사뱀을 막을 수 없어. 죽일 수 없습니다.
몸 바꾸어서 저승의 명부에 보낼 수가 없습니다.’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도승의 말대로 했어요.
그랬더니 그 후로 안 나타났답니다. 그렇게 되는 거요.
자, 그 여자가 상사병으로 죽어버렸는데 왜 죽었습니까? 원인이 있지요.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는 거요. 다 인과 인거요. 인과.
그리고 인연이야. 인연이 있으니까 경기도에서 전라도까지 오는 거요.
아무 인과도 없고 인연도 없는 사람이 여러분한테 와서 돈 달라고 안 해.
금생에 돈을 빌려 주었던지 해야 와서 따지거나 때리고 돈 내라고 하는 거요.
인과가 없으면 그럴 수가 없어.
모든 것은 인연으로 되는 거요. 인과의 법칙이오.
이걸 연기법이라고 합니다. 연기법.
콩을 심으면 콩이 나지요. 팥이 안 나와. 콩이 나오는 거요.
팥을 심으면 팥이 나오는 거요.
또 A라는 사람이 죄를 지었어.
형사가 잡아가는데 아버지를 안 잡아가.
A를 잡아가지.
출처:2008년 자재 만현 큰스님 법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