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블로그에 쓴 글을 가져왔습니다.
원본 : https://blog.naver.com/sbrobo/223564372763
역사상 오스트리아에서 외국인 출신으로 황실 비르투오소 칭호를 받은 사람이 딱 두 명 있으니 한 명은 니콜로 파가니니, 다른 하나는 클라라 슈만입니다.
2023년 미국 방문 중 도서관에 머물며 자료를 수집하다가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가 슈만에 관해 쓴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저는 클라라 슈만이 어떻게 음악을 배웠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클라라의 학습 순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0. 어머니의 교육: 부모가 불화로 인해 별거중일 때 어머니가 4살 반이던 클라라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갔고, 이때 피아니스트이자 성악가인 어머니로부터 음악교육을 받았다고 합니다.
1. 만 6세때부터 그룹 레슨으로 피아노를 배움 : 화음 중심의 로기어 메소드를 사용. 로기어는 피아니스트의 손가락 훈련을 위한 "키로플라스트"라는 도구 또한 발명했는데, 로베르트 슈만이 나중에 한 행동을 생각해보면 어디서 아이디어가 출발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인터넷상에서 키로플라스트를 검색하면 두 가지 이미지가 나오는데, 하나는 넷째 손가락을 다른 손가락과 분리시키는 방식으로 심하게 인체가 망가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모습이며, 다른 하나는 손가락을 가이드하는 도구 정도의 모습입니다. 여기엔 두 가지 모두 올려봅니다.
2. 이후 개인 레슨을 받기 시작 : 존 필드 메소드 기반.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의 존 필드는 토마소 죠르다니와 무지오 클레멘티의 제자였는데, 그의 교육법은 학생들이 귀로 듣고 따라 치게 해서 손이 자유롭게 움직일 때 까지 숙달하게 만드는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이 방식을 통해 손이 움직이는 동안 시선은 자유를 얻기 때문에 나중에 눈이 악보를 따라가기가 쉽다는 것입니다.
3. 11세부터 테오도르 바인리히로부터 이론수업을 받음 : 이 때 처음 바흐를 배우게 되었고 그래서 클라라의 첫 작곡도 피아노가 아니라 노래와 4성부 코랄이 되었습니다.
4. 데뷔 이후 : 파리의 청중 및 괴테 등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는데도 아버지의 야심찬 계획에 따라 대위법과 스코어리딩, 즉흥연주, 관현악법에 바이올린과 성악 레슨까지 받았습니다.
이런 걸 열네살이 되기 전까지 꾸역꾸역 해 내서 19세기 최강의 연주자가 되었으니 옆에서 보고 있던 로베르트 슈만이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을 만도 합니다.
정리해보면 처음은 집에서 어머니와, 이후 기초그룹 레슨으로 화음 연습을, 이후 악보를 보지 않고 귀로 듣고 따라 치는 방식의 일대일 레슨을 받고 11세부터 음악이론 수업을, 피아니스트로서 데뷔한 이후에는 아버지의 지도를 따라 깊이 있는 작곡법과 즉흥연주 및 다른 악기와 노래까지 합친 토탈패키지 수업을 받았다는 것인데...순서가 특이하게 느껴집니다. 일반적으로 피아니스트를 키운다면 일단 피아노에 앉혀 오랜 시간 고독과 싸우며 피아노 연습을 하는 것을 많이 봅니다. 클라라 슈만의 아버지 프리드리히 비크 교수는 무작정 많이 치게 하기보다는 먼저 화성을, 그 다음 청음을, 그 다음 이론을 익혀가며 한 사람의 음악가를 만들어내려고 했다는 것이 보입니다. 로베르트 슈만과의 법정싸움 에피소드 덕에 그의 고집스러움과 딸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그의 자기본위적 성격이 많이 드러났지만 이 정도로 철저하게 공들여 자신이 만들어낸 최고의 음악가를 당시 별 볼 일 없던 슈만과 결혼시키려니 배가 아플만도 했겠습니다.
박강노
Doctor of Musical Arts
첫댓글 글이 흥미롭기에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보았습니다. 클라라 슈만은 부모의 이혼으로 4살 때 외가집에 거하며 피아노 교사이자 성악가였던 어머니로부터 피아노를 시작했고 그 나이에 이미 어느 정도의 손가락? 연습곡을, 또한 청음에 기반해서 춤추는 곡에 피아노 반주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5살부터는 아버지 집에서 양육되어집니다. 한편 Robert Schumann 역시 어린 나이에 피아노를 시작해 매우 두각을 나타내었다고 하네요. 법을 공부하다 다시 음악으로 돌아왔지만 피아노를 그만두게 된 이유는 focal dystonia 병 때문이라고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6세면 피아노 쪽에선 늦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사나 더 일찍 시작한 모양이군요. 한편 다시 살펴보려고 영문과 한글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외가에서 지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클라라가 5세때 이혼을 했고 그 전까지 어머니로부터 기초교육을 받았다고 나와 있습니다. 아마 이혼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아버지의 수행방식을 따라간 것으로 생각됩니다.
독일어 위키피디아를 읽으면 보다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클라라의 부모님은 4째 아이을 낳기 이전 이미 별거했고 한편 외가집에 4살때부터 1년간 거주하기 이전 이미 어느 정도 가벼운 연습곡을 칠 수 있었다고 합니다. - 집중적인 교육은 5살( 한국 나이 6세)에 아버지로부터이지만 실제로는 3살 ( 한국 나이 4? 5? 살) 에 피아노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음악가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경우 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교육 환경이기에 자연히 악기를 접하는 나이도 빠른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군요. 자세한 정보 감사드립니다. 글에 수정할 내용을 반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