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110]稼亭가정선생-次寧海北凉樓詩韻(차영해북량루시운)
가정집 제20권 / 율시(律詩)
次寧海北凉樓詩韻
영해(寧海) 북량루(北凉樓)의 시에 차운하다
足迹平生萍共浮。夢中時復倚樓頭。
題橋一去三千里。佩印重來二十秋。
松似郊迎皆偃盖。水堪漁隱有輕舟。
他年儻遂東山志。好在紅粧淚莫流。
평생토록 부평초처럼 떠돈 발자취 / 足迹平生萍共浮
꿈속에서 이따금씩 누대에 기대기도 / 夢中時復倚樓頭
다리에 제하고 삼천 리 길 한번 떠나서 / 題橋一去三千里
이십 년 뒤에 인수(印綬) 차고 다시 찾았네 / 佩印重來二十秋
모두 일산과 같은 솔은 교외에 마중 나온 듯 / 松似郊迎皆偃蓋
조각배 물에 띄우고서 어부로 숨어 살아 볼까 / 水堪漁隱有輕舟
타년에 혹시 동산의 뜻을 이룰는지도 / 他年儻遂東山志
잘 있게 홍장이여 눈물 흘리지 말고 / 好在紅粧淚莫流
[주-D001] 다리에……떠나서 :
가정이 원나라 제과(制科)에 응시하기 위해 고향을 떠난 것을 말한다.
참고로 촉군(蜀郡) 성도(成都) 사람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일찍이 촉군을 떠나
장안(長安)으로 가는 길에 성도의 성 북쪽에 있는 승선교(昇仙橋)에 이르러
그 다리 기둥에
“고거사마를 타지 않고서는 다시 이 다리를 건너지 않겠다.
〔不乘駟馬高車 不復過此橋〕”라고 써서 기필코 공명을 이루겠다는
자신의 포부를 밝혔는데, 뒤에 그의 뛰어난 문장 실력을
한 무제(漢武帝)에게 인정받고 출세한 고사가 진(晉)나라 상거(常璩)의
《화양국지(華陽國志)》에 전한다.
[주-D002] 이십 년……찾았네 :
출세해서 고향을 다시 찾은 것을 말한다.
한나라 주매신(朱買臣)이 불우한 환경에서 독실하게 공부하다가
50세의 늦은 나이로 입사(入仕)하여 구경(九卿)의 지위에까지 올랐는데,
회계 태수(會稽太守)에 임명되었을 때 인수(印綬)를 차고 고향에 가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고사가 전한다. 《漢書 卷64上 朱買臣傳》
[주-D003] 타년에……말고 : 진(晉)나라 사안(謝安)이 회계(會稽) 땅 동산(東山)에
은거하면서 계속되는 조정의 부름에도 응하지 않고 유유자적했던
‘고와동산(高臥東山)’의 고사가 전하는데, 동산에서 20여 년 동안
한가로이 산수(山水) 간에 노닐 적에 항상 가무(歌舞)에 능한
기녀(妓女)를 대동하였다고 한다. 《世說新語 排調》 홍장(紅粧)은 기녀를 뜻한다.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