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친정에 가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았지요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목회자로 살다보니 항상 마음을 달래며 성도들과 함께 했던 명절
그리고 당일로 친정 오빠집에 다녀오는 것이 고작.
올해는 명절 연휴가 길어서 특히 주일이 아니라서
남편이 오빠집이 아닌 친정 엄마 집으로 직접 가고자 제안하여
몇일간 (명절전에) 음식을 준비해서 18일 이른 아침에
전라북도 고창군 상하면...으로 출~~~~~~~~~~~~~~발
4시간 가는 곳인데 장장 7시간 30분 소요..
오메 징한거
우리 가족과 막내 동생네 가족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저에게는 수년 동안 숙제로 안고 있었던 것이 있었답니다.
바로 그것은 홀로 사시는 어머니의 집을 대청소 하는것이지요
옛말에 며느리는 못해도 못된 딸년은 한다는 그 숙제
87세 노모의 어설픈 살림살이 때문에 집안이 " 세상이 이런일에 나올정도.."
몇년을 고민만 했던 것을 올해는 2박 3일 동안 청소를 하고 말았네요
아이고...
치워도 치워도 나오는 쓰레기
태워도 태워도 나오는 쓰레기..
조금만한 구멍만 있으면 다 넣어 놓은 쓰레기
젊었을때는 그리도 깔끔하셨던 어머니가 왜이리 되셨을까?
집을 청소하면서 속이 많이 상했지요
난 사실
이 못된 짓을 내가 아닌 며느리가 해주길 그리도 원했지만 결국 내가 총대를 매고 말았네요
혹시나 치운 쓰레기를 다시 집으로 들여놓을지 몰라서
모두다 소각해 버렸답니다.
시원하면서도 마음이 아파오는 것은
평생을 가지고 계셨던 물건들 못된 딸년이 태운다는 것이지요
평생을 아들만을 위해서 사시었던 어머니
그 아들은 그 어머니의 마음을 알까요?
당신 입에 넣지 못하고 아들.손주의 입에만 넣어 주셨던 어머니
그 어머니의 허리가 너무 굷어 버렸습니다.
아무것도 못하는 노인이 되어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는 저의 나이에 홀로 되셨더라구요
전 그 어머니가 절대 늙지 않을줄 알았습니다.
죽는 날까지 젊은 어머니
총명하시고 생활력 강하신 어머니로 계실 줄 알았는데
그것은 저의 착각이였습니다.
집안에서 나온 물건을 버릴것과 태울것을 분류하고
혹시 하는 마음에 모두 멀리 갔다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더 아파와서
오후에는 고창 읍내가서 밥그릇 몇개와 생활 필수품을 일부 사서
비어버린 찬장을 채우고 왔습니다.
이왕 사는 것 이쁘고 좋은 것으로 샀습니다.
커피를 좋아하셔서 커피잔은 덤으로 사고 그 유명한 석정 휴 스파에서 ...
힘이 팽기도록 씻어드렸습니다.
아마 어머니 씻겨 드린것이 3년전 하고 이번...
또 다른 일은
집 뒤에 있는 밭을 기계를 이용하지 않고 수동으로 (샵이용)
모두 갈았습니다.
남자들은 남자들이라서 집수리와 밭을 갈고
딸들은 딸이라서 샵질하고...
평생을 당신입에 맛있는 것 넣어보지 못했던 어머니의 얼굴에 미소가 생기는 날이였습니다.
사위들의 섬김으로
맛난것 먹으며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바라기는 이제는 당신 입에 맛있는 것 넣으셨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못된 딸년으로 2박 3일 함께 하였던 친정 나들이가
저에게는 가슴 아픔으로 남았지만
어머니에게는 작은 기쁨이 되었기를 소원한답니다.
사랑뜰님들
제가 부모가 되어서야 부모의 마음을 조금 아는 것을 보니
이제 철이 드나봅니다.
살아 계실적에 한번이라도 더 찾아뵙고
전화라도 하셔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첫댓글 명절의 친정 나들이로 대청소를 하셨군요
아마도 지금쯤 깨끗해진 집에서 흐뭇해 하시고 계실겁니다
아까워 못 버리고 정들어 못 버리고
버리고 나서 찾게 될끼봐 못 버리고,,ㅎ
갑자기 겁이 들컥 나네요
제가 못 버리는 성격이거든요
울딸 고생 안 시킬려면 버리는 연습 부터 해야 할까 봅니다 ㅎ
힘든 세월 살아 오신 우리의 어머니들은 그저 손주들 입에 음식들어 가는걸
참 좋아 하셨죠
아침 저녁 전화는 하지만 자주 찾아 뵈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머니껜 딸의 수고로 큰 기쁨이 되셨을 것 같습니다
굿~밤 되세요^^
적당히 버리면서 살아가는 것도 지혜인듯해요
안보이셔 걱정하였더니만 그런 값진 생활을 즐기고 오셨네요.
청소.
무섭습니다.
나도 우리집,진짜 엉망인디...ㅋ
오라버이
버릴 것은 버리소..
@이겨낼수있다. 당근.
버릴것이야 버렸지요.호호호.ㅋ
잘 하셨습니다. 다 넘어서서 열심히 사시는 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