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의 ‘숨은 조력자’이자 연해주 항일운동의 대부였던 최재형 선생의 부인 유골을 국내로 봉환하기 위한 모금 운동이 시작됐다.
홈페이지 캡처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1일 '독립운동가최재형기념사업회'(이사장 문영숙, 이하 기념사업회)와 함께 최 선생의 부인 최 엘레나 페트로브나(1952년 사망)의 유해를 국내로 봉환하기 위한 모금 운동을 펼친다"고 밝혔다. 그녀는 지난 70여년 동안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 공동묘지에 방치돼 있다가 몇년 전에야 기념사업회에 의해 확인됐다.
기념사업회는 국가보훈부와 함께 최 엘레나의 유해를 국내로 봉환해 최 선생과 합창하기로 했으나, 그녀는 국내 서훈이 없어 정부로부터 유해봉환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가 없다고 한다. 봉환 비용은 기념사업회가 모두 부담해야 할 처지다. 이에 서 교수는 모금 운동을 실시하기로 하고 ‘십시일반 프로젝트’로 1인당, 1만원씩, 1만명의 동참을 목표로 내세웠다. 기부금 영수증도 발급된다.
문의:최재형기념사업회 홈페이지(www.choijaihyung.or.kr), 전화(02-541-9075)
최재형 선생 부부(위)와 부인 최 엘레나의 묘/사진출처:기념사업회
기념사업회는 올해 광복절을 앞두고 국가보훈부와 함께 최 선생 부인의 유해를 모셔와 국립서울현충원 독립운동가묘역 108번(최재형의 묘터)에 합장하기로 하고, 유해 봉환 사업을 추진해 왔다. 국회도 ‘배우자 유골이 있으면 현충원에 매장할 수 있다’는 국립묘지 매장법을 개정했다.
문제는 최 엘레나에게는 국내 서훈이 없다는 점이다. 현 보훈법으로는 국가가 서훈을 받지 못한 해외동포의 유해 봉환을 지원할 수가 없다.
기념사업회 측은 "최재형 선생과 부인의 합장식은 보훈부가 주관하고, 후손초청사업은 양측이 함께 하고 있지만, 부인의 유해를 국내로 모셔오는 봉환작업은 우리가 떠맡아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인천~비슈케크(키르기스스탄) 정기 항공 노선을 운항 중인 티웨이 항공사(대표이사 정홍근)와 페이버스 그룹 (회장 민병도)은 기념사업회 측의 딱한 사정을 듣고 유해를 모셔올 기념사업회 담당자 세 명의 항공 좌석과 유골을 모셔올 수 있는 화물운송 서비스를 후원하기로 했다.
최재형 선생은 연해주에서 러일 전쟁을 계기로 일군 엄청난 부를 모두 독립운동과 한인 동포의 교육 사업 등에 쏟아붓고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직접 후원했다. 그는 러시아내 일본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연해주에 침입한 일본군에 의해 1920년 총살당했다. 최 선생의 유골은 아직 찾지 못한 상태로, 현충원 108번 묘는 가묘(假墓)다.
부인 엘레나 페트로브나 최(러시아식 정식 이름)는 남편과 사별한 뒤에도 연해주에서 계속 살다가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돼 여러 나라를 전전하다가 1952년 키르기스스탄에서 생을 마감했다.
기념사업회의 문영숙 이사장은 “최 여사의 묘지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많이 있다”며 “우리는 유골봉환 후 묘터에 기념비를 세워 한인디아스포라의 증표로 삼으려고 하는데, 열악한 재정으로 유골 봉환의 제반 비용을 마련하기가 너무 버겁다”고 모금운동 동참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