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배우러 가는)여행
- 목차
사전 준비 과정
실제 실행 과정
에피소드
느낀 점+돌아볼 점
사전 준비 과정
사전 준비는 늘 했던 여행과는 달랐다. 이번에 태은이가 휴학하게 되면서 파랑 모둠은 인서, 태은이, 나 포함 3명의 인원이었지만 2명으로 줄어들었다. 몇 배나 불어난 일 때문에 정신적 고통이 상당했지만, 나머지 모둠 친구들이 쉬운 일 처리를 맡겨주고 배려해 주었다. 덕분에 마음도 편해지고 한층 수월했다.
파랑 모둠이 맡은 직책은 준비물 조사와 규칙 설정이었다. 규칙 설정은 나름 쉬웠지만 준비물 조사에서는 빼먹은 게 있을까 여러 번 훑어보느라 애먹었다. 다음에는 더 꼼꼼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지금 보니 너무 허술함)
현대미술관, 수학문화관 조사에 대해 다뤄보자면, 일단 손가락과 눈이 시렸다. 자그마치 14명의 작가 조사를 혼자서 했다. 현대미술관 조사 방식은 선생님이 카페에 올려두신 작가 소개를 받아적고 요약해 놓은 다음, 해당 작가의 작품 사진을 구하고 추가 조사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나마 타자를 외워두어서 쉽게 느껴졌지만 인서는 타자를 안 외워둬서 힘들어 보였다. 남은 시간에 인서를 도와주면서 놀리는 게 재밌었다ㅋㅋ
수학문화관 조사는 현대미술관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수학문화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본인이 맡은 문제에 대한 힌트를 얻는다. 그 하나의 힌트를 온갖 곳에 검색하고 찾아보며 이해해야 한다. 간혹 문제도 생기는데, 아무 곳에서도 안 나오는 주제가 있다. 이럴 땐 다른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은 주제를 새로 뽑아야 한다. 하지만 꼼꼼히 체크하지 않고 무작정 다른 주제로 옮겨가면 이미 그 주제를 선택했던 사람과 서로 당황한 채로 마주할 수 있다. (경험담)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힘들었지만 그만큼 얻는 게 상당했다. 이제껏 몰랐던 부분에 대한 이해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사소한 곳에서 깨달음을 얻는달까. 사전 조사가 귀찮을 수도 있지만 꼼꼼히 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 실행 과정
ㄱ) 수학문화관
수학문화관은 꽃피는 학교 고등과정 형님들과 함께했다. 선생님 두 분 포함 5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같이 몰려다니면서 설명을 듣는 게 은근히 웃겼달까. 책숲 학생들이 열정 가득히 설명하면 후한 반응으로 감탄도 해주셔서 고마웠다.
난 요즘 혀가 퇴화했는지 말이 헛나오거나 더듬을 때가 종종 있다.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대본을 보지 않고 발표하려니 어색해서 내가 생각한 만큼 설명을 못 했다. 정말 아쉽고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입에 볼펜 물고 발음 연습이나 해야겠다. 수학문화관에서 각자 다른 수학에 대한 명언을 외웠는데 난 “자연은 수학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학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것이었다. 후에 이 구절은 도현 선생님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간식 시간에 필요하게 된다. 수학문화관을 나온 후 우리는 간식으로 빙수를 먹으러 갔다. 주문한 빙수를 기다리며 우리는 아까 외운 구절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형님들도 수학자에 대해 알아보고 오셨다던데, 분량이 어마어마했다. 선생님의 하나와 둘의 관계성 강의도 들었다. 유익한 시간이었다.
ㄴ) 현대미술관
현대미술관은 변수로 인해 급격하게 줄어든 시간을 메꿀 수가 없어서 열심히 준비했던 애들 대다수가 발표를 하지 못하고 넘어가게 되었다. 최대한 빨리 진행하느라 제대로 보지도 못해서 매우 아쉬웠다. 그래도 초반 빨강 모둠 차례에는 변수가 일어나기 전이라 여유롭게 전시물을 차례로 꼼꼼히 분석하면서 볼 수 있었다.
전시물 중에 방귀를 참는 게임이 있었다. 여느 박물관이나 과학관에 전시돼있는 게임은 보통 재미가 없기 때문에 기대는 안 했으나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물론 내가 조종하는 캐릭터가 억울하게 죽는 경우가 너무 많았지만….
에피소드
ㄱ) KTX
이번 여행 때 (공부 제외) 제일 신났던 부분은 바로 KTX! 내 인생에 KTX는 탈 일도 그다지 없을뿐더러 부산까지 가려면 꽤 오래 타야 했다. 물론 안에 즐길 것도 없고 그냥 시설 좋은 전철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낭만이라는 게 있다. 눈에 다 담기도 전에 스쳐 지나가는 창밖 풍경은 시력이 안 좋은 내 눈으로 봐도 예뻐 보였다. (아침을 못 먹어서) 기차에서 먹는 샌드위치도 정말 낭만 있었다. 문제는 샌드위치 안에 크림이 섞인 달걀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느끼했다. 그 샌드위치 덕분에 2박 3일 여행 내내 속이 메스꺼웠다. 매운 게 당긴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부산국제시장에서 절대로 떡볶이 사 먹지 마세요. 맛없어요)
ㄴ) 숙소 이슈
첫째 날. 캐리어와 지친 몸을 질질 끌며 숙소에 도착했다.
“방가방가 게스트 하우스? 여기 맞는데 불이 왜 꺼져있는겨”
우리가 예약한 줄로만 알았던 숙소의 불은 꺼져있었다. 어두컴컴한 골목에서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조곤조곤 수다를 떨었다. 비박과 노숙 얘기까지 나오며 혼란스러운 와중 봉희선생님이 사장님께 전화하시니 이목이 쏠렸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진짜로 예약을 안 했었다. 그래도 어찌저찌 단체 숙소로 방 3개와 화장실 2개가 딸린 방을 잡았다. 의외로 아주 깨끗하고 만족스러웠다. 오히려 좋을지도...?
선생님과 숙소 관련 직책을 맡은 친구들이 안절부절못했다. 서로가 예약했을 줄 알고 엇갈렸던 것. 나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부담 갖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오히려 이 사건 덕분에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ㅋㅋ
ㄷ) 지갑이 외출하다
내 지갑이 사라졌다. 해운대에서 아트박스를 구경하고 나오기까지만 해도 내 손에 잘 들려있던 지갑의 감촉이 아직 잊히지 않는데. 돌아올 때 탔던 택시 기사 아저씨한테 전화를 해보았지만 실패. 다행히 돈은 없었고 학생증과 체크카드만 있었다. 내 성격이 원래 이렇게 불안이 없지는 않았는데,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아무렇지 않고 상황이 웃겼다. 내 멍청함에 감탄했다. 이 밖에도 수학문화관에 출입이 불가했다는 사건이 있었는데, 나는 사실 그 사건에 대해 잘 몰라서 안 적었다. 궁금하시다면 수연이 글을 읽어보시길.
느낀 점, 돌아볼 점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조사를 너무 빈약하게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번에는 지금보다 더 풍부한 내용과 걸리는 부분 없이 매끄러운 진행을 해보고 싶다. 또한 이번 여행하는 동안 부주의하고 너무 편안하게 지냈는데, 물론 편안하게 지내는 것은 좋지만 아무래도 공부하러 가는 여행인 만큼 매사 약간의 긴장과 더불어 살아야겠다. 너무 널브러져 있었더니 평소보다 더 덤벙거렸던 것 같아서 주변 사람에게 폐 끼치지는 않았을지 인제야 걱정이 된다. 매사 고민하고 조심히 살 것.
이번 여행 고생했고, 특히 설민이는 마지막 날에 독감 이슈로 힘들어했는데 지금쯤이면 멀쩡하겠지만 더 멀쩡해지길 빕니다. 다들 고마웠고, 덕분에 여행을 더 즐겁고 힘차게 보냈습니다. 선생님도 덜렁대는 저를 간수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해운대에서 슈퍼맨 놀이를 하는 남자애들을 찍는 수연이를 찍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