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이탈리아 공립학교에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 교육이 실시된다.
12일 인터넷 포럼 ‘빅 싱크(Big Think)’에 따르면 이탈리아 교육부는 내년 9월부터 공립학교 교과과정에 33시간의 기후변화 관련 수업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로렌조 피오라몬티(Lorenzo Fioramonti) 이탈리아 교육부 장관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후변화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새로운 교과과정을 통해 국민들 사이에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9월부터 이탈리아에서 정식 교과과정에 ‘기후변화’ 과정을 포함시키면서 미국, 유럽, 남태평양 주변 국가 등 환경재난을 겪고 있는 나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naturenet.org
교과과정에 ‘지속가능 개발’ 포함
그동안 이탈리아에서는 기후변화 교육을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피오라몬티 장관은 지난 9월 학생들의 시위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수업을 포기하고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을 결석 처리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새로운 기후변화 교과과정에는 ‘기후변화’와 함께 ‘지속가능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다. 교육부 대변인은 교육부는 향후 과학자들의 도움을 얻어 구체적인 내용의 교과과정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커리큘럼이 시행됨에 따라 이탈리아 공립학교에서는 내년 9월 신학기부터 연간 33시간의 기후변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교육부를 통해 그동안 검토돼온 계획에 따르면 신 교과과정은 수학, 물리, 지리 등의 수업에 포함돼 병행 학습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관련 학과목 교사들은 기후변화 교육을 위한 커리큘럼을 사전에 수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의 초등학교(5년)와 중학교(3년)는 의무교육기관으로 공‧사립에 관계없이 국가에서 정한 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있다. 또 3~6세 어린이들의 약 90%는 자모학교(Scole Materne)라고 불리는 공립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기술‧직업 등과 관련 다양한 교육을 하고 있는 고등학교 역시 많은 수의 공립학교가 운영되고 있어 기후변화 교육을 받게 될 학생의 수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피오라몬티 장관은 기성 정치권의 부패를 강력히 비난하며 급부상한 이탈리아 신생 정당 오성운동(Five Star Movement) 소속이다. 진보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친환경 정책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 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임하면서 UN 사무총장 특별자문관인 제프리 자크스(Jeffrey Sachs) 박사, ‘21세기의 케인스’로 불리는 케이트 레이워스(Kate Raworth) 박사 등과 함께 환경교육을 위한 교육과정을 준비해왔다.
미국 학부모 중 86% 환경교육 ‘찬성’
이탈리아 정부가 ‘기후변화’를 정식 교육과정으로 채택하면서 환경 재난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나라들 역시 이탈리아를 주시하고 있는 중이다.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80%가 넘는 학부모가 환경교육을 요청하고 있지만 반대하는 학부모도 10여 %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당국에서는 학교들 재량에 따라 환경과 관련된 과학교육을 채택토록 하고 있다. 미 교육부는 환경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학교를 위해 표준 교과과정인 NGSS(Next Generation Science Standards)을 통해 커리큘럼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환경 교육을 채택하는 학교의 수가 계속 늘고 있다. 지난 2013년 이후 19개 주가 환경교육을 정식 커리큘럼으로 채택했다.
특히 산불 등으로 심각한 환경재난에 처해 있는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자체적으로 환경교육이 포함된 교육과정인 ‘California Next Generation Science Standards’를 정식 커리큘럼으로 시행하고 있는 중이다.
또 20 개 주에서는 환경과 관련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51개 주 가운데 10여 개 주에서 환경 교육을 채택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자금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친환경 정책을 반대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가 소극적 지원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교육재정이 취약한 주에서는 교육 시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환경 정책을 놓고 논쟁이 가열되면서 어떤 주에서는 학교에서 기후변화가 사람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내용의 학습도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지난 4월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75%는 기후변화가 인간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80%가 넘는 학부모가 환경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86%에 달하는 학부모가 환경교육 시행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탈리아의 기후변화 교육 커리큘럼 도입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관계자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큰 피해를 겪고 있는 EU 국가들, 호주 등 남태평양 주변 국가들을 중심으로 기후변화를 정식 교과과정으로 채택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