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락" 보라어(甫羅魚)>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 / 해암 고영화
조선 후기의 학자인 김려가 쓴,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 따르면 볼락의 옛 이름을 '보라어(甫羅魚)'로 기록하고 있다. 보라색 물고기라는 뜻이다. 보라>보락>볼락>뽈락. 조선시대에 편찬된 물고기 전문연구 서적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정약전(丁若銓.1758-1816)의 「자산어보」(玆山魚譜)이다. 하지만 이보다 11년 앞서(1803년) 나온 어보류가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이다. 1801년 유배지 진동에 도착하여 1803년에 우해이어보를 편찬했으며, 우해(牛海)에 대해 김려는 이 책 서문에서 "진해(鎭海)의 다른 이름이다"고 썼다. 이 책은 지금의 경남 진동 연안에서 산출되는 기이한 바다물고기에 대한 설명서인 셈이다. 김려는 이 책에서 신기한 어종 53종의 생태와 그와 관련된 어촌의 풍습을 잘 정리하여 바다의 세계와 어촌에 대한 저자의 새로운 발견과 체험을 보여준다. 아래는 책의 내용 중, 경남 남해안에서 많이 잡혔고 좋아했던, 보라어(甫羅魚) 즉 "볼락"(옛 이름)에 대한 기록이며, 볼락에 대한 유일한 한시도 남겼다.
① 보라어[甫(魚+羅)魚] "볼락" 담정유고(藫庭遺藁)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
[ 보라어는 아주 적게 잡히는 호서(충청도)에서 생산되는 참조기 같이 생겼다. 색깔은 엷은 자줏빛이고, 토착 주민들은 "보락"이라 부르며, [보라>보락>볼락] 혹은 "볼락어"라 부르기도 한다. 동쪽 지방의 사투리(방언)이다. 보라색의 매우 아름다운 담자색(엷은 자줏빛)을 띠고 있다. "보라"라는 물고기다. 가히 아름다운 비단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름이 "보라"이다. 필히 여기에서 나온 이름이다. 진해(진동)의 어부가 왕왕 그물로 잡는다.
그런데 매우 많은 양은 아니지만, 해마다 거제부민들이 볼락을 젓갈로 담아 수백 통을 배로 실어 나른다. 해구(바다가 육지로 들어간 곳)로 와서 판매한다. 생마(生麻)와 바꾸어 간다. 대부분 거제에서 많이 생산되는 물고기다. 분시(삼, 삼의 씨)가 매우 귀하기 때문이다."
볼락젓갈의 맛은 약간 짜며 쌀엿처럼 달고 쟁반에 올라온 젓갈은 조촐하고 산뜻하다. 색깔은 더욱 아름답고 뛰어나다. 생선철이 되면 삶거나 구워 먹는다. 대체로 바다모래 냄새가 난다. 나는 <우산(진해를 일컫는 이름)잡곡>에서 말한다. ][甫(魚+羅)魚 狀似湖西所產黃石魚而極小 色淡紫 土人呼以甫鮥 或稱乶犖魚 然東方方言 以淡紫色爲甫羅甫美也 甫羅者 猶言美錦也 然則甫羅之名 必昉於此 鎭海䱷人 往往網得 "然不甚多 每歲 巨濟府人 捕(魚+羅)甫爲鮓 船運數百罋 來海口販賣 易生麻而去 盖巨濟多產此魚 而黂枲甚貴也 鮓味微醎而甘如米餳 登盤粲然 色尤絶佳 鮮時煑食 畧有沙臭 余牛山雜曲曰].
● 쏨뱅이목 양볼락과에는 "볼락, 불볼락(열기), 조피볼락(우럭), 개볼락(깍저구), 등 여러 종이 있다. 지역 방언 "꺽저구" "뽈라구" "뽈락" "뽈때기"으로 불린다. 이들 볼락류는 단백질은 많지만 지방질이 거의 없는 전형적인 고단백 저칼로리 수산식품으로 회•구이•찜•매운탕으로 인기가 높다. 볼락은 경상남도 도어(道魚)이기도 한데, 이는 볼락이 남해안 특산으로 맛이 뛰어난데다 대규모로 양식되기 때문이다. 1803년에 조선후기 학자 김려가 만든 "우해이어보"에 '보라어(甫羅魚)'로 기록하고 있다. 보라색 물고기라는 뜻인데 보라어가 볼락으로 이름이 변한 것이다. 보라어에 대한 풀이로는 "우리나라 방언에 옅은 자주색을 보라(甫羅)라고 하는데, 보(甫)는 아름답다는 뜻이니, "보라"는 아름다운 비단 같은 물고기라는 뜻이 된다. 볼락이라는 이름이 이들 물고기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색에서 나왔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볼락류 중에는 "조피볼락"과 같이 검은색을 뛰는 종류도 있다. 조피볼락은 암초가 발달한 얕은 바다에서 주로 서식하며 서양에서는 암초에 산다는 뜻으로 록피쉬(Rock fish)라는 이름을 붙였다. 조피볼락은 서양에서 최고의 구이로 대접받는다. 해마다 거제도 사람들이 보라어를 잡아 젓갈을 담아 배로 수백 항아리씩 싣고 와서 경남의 육지 포구에서 팔아 생마(生麻)와 바꾸어갔다고 전해진다.
●보라어(甫羅魚). 거제 볼락 젓갈상인 <우산잡곡(牛山雜曲)>
["月落烏嘶海色昏 달 지자 까마귀 울고 바다 빛 어두운데
亥潮初漲打柴門 저녁 밀물 점점 불어 사립문을 때리네
遙知乶犖商船到 멀리 뽈락 파는 상선이 도착하여
巨濟沙工水際喧 거제도 사공들 물가에서 떠들썩 떠들썩"]
볼락(乶犖)은 "볼락"을 한문으로 음차한 표현인데 이 물고기는 남해에서 주로 나는 특산어종이었다. 거제도는 남해의 섬이다. 지방특유의 명칭인 "뽈락"과 구체적인 지명이 들어가니 더욱 정겹다. 시를 읽노라면 만선의 기쁨에 들뜬 어촌의 풍경과 어민의 생활이 간결하면서도 진하게 풍겨 나온다. 여기 시에 나오는 "뽈락" "거제" 의 시어는 전혀 생경하지 않고 오히려 친숙한 향토정감을 일으킨다. 이는 이들 시어가 가져다 준 실감이며 특유의 미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