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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과피지(西瓜皮舐)
수박 겉 핥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어떤 일 또는 물건의 내용도 모르고 겉만 건드린다는 말이다.
西 : 서녘 서(襾/0)
瓜 : 외 과(瓜/0)
皮 : 가죽 피(皮/0)
舐 : 핥을 지(舌/4)
출전 : 동언해(東言解), 이담속찬(耳談續纂)
서과(西瓜)란 수박을 말하고, 피지(皮舐)는 혀로 겉을 핥는다는 뜻이다. 즉, 일이나 물건의 내용도 모르면서 겉만 아는 척한다는 뜻이나 일을 충실하게 하지 않고 대충대충 건성으로 하여 실속이 없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이담속찬(耳談續纂)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여기서 서과(西瓜)란 수박을 일컫는 말이요, 지(舐)는 핥아 먹는다(西瓜外皮不識內美 言 人不可以外貌知也)"는 뜻이다. 곧 수박 겉핥듯이 내면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한다는 말은 사람들이 외모만 가지고서 무엇을 판단하고 인지하려 한다면 이는 옳지 않다는 뜻이다. 사실 사람들은 속 내용을 전혀 모르면서 겉만 취하는 경우가 많고 실상 또 그렇기가 쉽다. 응당 알고 있어야 할 참모습은 오히려 모르고 겉으로만 맴도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보더라도 그 사물의 참된 맛을 느낄 수 없는 상황을 이르는 뜻으로 '봉사 단청 구경하기'라는 맹완단청(盲玩丹靑), 개가 약과를 먹어도 그 맛을 모르듯 다만 입에 넣어 먹기는 하지만 그 참다운 맛을 모른다는 뜻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의 '개가 약과 먹은 것 같다.' 또한 '후추를 왼 채로 삼킨다', '머슴살이 삼년에 주인 성 묻는다', '중은 중이라도 절 모르는 중', '꿀단지 겉 핥는다', '개 머루 먹듯'이라는 말들이 바로 그런 의미를 내포한 것들이다.
빈 수레가 더 요란하고 손톱 밑에 가시 드는 줄은 알아도 염통 밑에 쉬 쓰는 줄은 모르게 마련이다. 정말로 아는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알지도 못하면서 더 아는 척하며 떠들고, 눈 앞에 보이는 작은 일에는 민감하고 영리한 듯하나 보이지 않는 큰 일은 깨닫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자눈도 모르고 조복(朝服) 재단하는 격으로 아무 것도 모르면서 어려운 일만을 하려고 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꽤 많은 것 같다. 이는 마치 냉수 마시고 이쑤시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겠다. 실속은 조금도 없으면서 허세만 부리려 드는 것이다.
유사한 말로는 '말을 타고 달리면서 산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일이 몹시 바빠서 이것저것 자세히 살펴볼 틈도 없이 대강대강 훑어보고 지나침을 비유한 주마간산(走馬看山), '하나쯤 알고 반쯤 깨닫는다'는 뜻으로, 지식이 충분히 제 것으로 되어 있지 않거나 많이 알지 못함을 이르는 말의 일지반해(一知半解) 등이 있다.
서과피지(西瓜皮舐)
수박 겉 핥기, 내용도 모르면서 겉만 건드리다.
여름철에 인기 있는 과일 수박은 재배 역사가 오래다.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가꿔져 왔고, 우리나라에선 조선 연산군(燕山君)때 기록이 있어 그 이전부터 재배된 것으로 본다. 그래서 이름도 서과(西瓜), 수과(水瓜), 한과(寒瓜), 시과(時瓜) 등 다양하다.
그런데 수박은 껍질이 두꺼워 벗기고 먹어야 하는데 겉만 핥고서는(皮舐) 맛을 알 수 없다. '수박 겉 핥기'란 속담과 같은 이 말은 사물의 속 내용은 모르고 겉만 건드리는 일을 비유한다.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 하거나 일을 차근차근 하지 않고 건성으로 하는 것을 꾸짖을 때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 속담을 한역한 대표적인 순오지(旬五志) 외에 정조(正祖) 때의 실학자 정약용(丁若鏞)이 엮은 이담속찬(耳談續纂)도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말이다. 표지 이름이 '야언(埜言)'인 이 책은 모두 241수의 속담을 한자 8자로 표현하고 그 아래 한문으로 뜻을 적어 놓아 소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내용을 보자. "수박의 겉을 핥는 것은 속의 좋은 맛을 모르는 것이다. 사람들이 외모만 가지고 판단하고 알려 한다면 옳지 못하다(西瓜外舐, 不識內美. 言人不可以外貌知也)."
잘 모르면서 함부로 나서지 말라는 교훈의 속담과 성어는 이외에도 숱하다. ‘개 약과 먹듯 한다’는 개가 약과의 참맛을 알 수 없으니 여구식약과(如狗食藥果)라 한다. '후추를 통째로 삼킨다'란 말도 내용은 모르고 겉만 취하는 어리석은 행동으로 약간 어려운 홀륜탄조(囫圇呑棗)라 했다. 대추를 통째로 삼켜 역시 자세히 분석하지도 않고 받아들임을 꼬집었다.
'봉사 단청 구경'은 앞을 못 보는 장애인이 아름다운 그림이나 무늬를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사물의 참된 모습을 보지 못한다고 맹완단청(盲玩丹靑)이라 했다. 실력을 닦지 않고 별로 든 것이 없는 사람이 앞에 나서 떠벌리면 되는 것이 없다. 바로 '속이 빈 깡통이 소리만 요란하다'고 손가락질 당한다. 와부뇌명(瓦釜雷鳴)도 같다.
모든 것을 안다고 우쭐대던 사람이 자리를 잡고 막상 일을 맡고서는 하는 일마다 서투르기 짝이 없다. 전문가 아닌 사람이 정책을 펴다 일이 꼬이니 직접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죽을 맛이다. 광이불요(光而不耀)라고 '벼 이삭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는데 맛도 모르면서 수박 겉만 핥는 일이 너무 잦다.
서과외지(西瓜外舐)
서과외지(西瓜外舐)란 수박 겉핥기란 말로, 수박속의 오묘한 맛을 모른다는 뜻이다. 속(內)은 모르면서 껍데기(外)만 평가하는 다산 정약용의 이담속찬(耳談續纂)에서 전한다. 서과(西瓜)란 수박을 일컫고, 외지(外舐)는 겉핥기다.
다산은 1784년 22세에 과거에 합격하고, 28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경기도 암행어사·승지 등의 벼슬을 지냈다. 이담속찬은 다산이 1801년 장기(長鬐)에 귀양 가 있을 때, 사승(師承))인 성호 이익이 우리나라 속담 백언해(百諺解)를 백언시(百諺詩)로 지었는데, 이때 다산은 '이담속찬'을 기획하였다.
조선 문화의 황금기를 연 정조가 승하하자 천주교회를 배척, 신유사옥(辛酉邪獄)과 황사영백서사건(黃嗣永帛書事件)에 연루돼 다산은 강진에 유배되었다. 유배에서 백성들의 힘든 생활을 목격하고 목민심서(牧民心書)를 써 치민(治民)의 도리를 폈으며, 학문탐구서인 경세유표(經世遺表) 등 600여 권을 저술했다.
강진의 유배생활에서 학문적 성과를 총망라한 여유당전집(與猶堂全集)은 다산의 위대한 업적이다. 1818년 57세로 유배생활에서 풀려나 1820년 '이담속찬' 1권을 저술했다. 서과외지(西瓜外舐)는 이 속담 214장 중 88장에 있다. 다산은 1836년 75세에 고향인 남양주에서 세상을 떠났으며 순종 4년에 문도(文度) 시호를 받았다.
다산은 처음 천주교학을 접하고 서구의 높은 과학기술이 스펙트럼처럼 비쳐오자 한없는 경외심을 가졌다. 서교(西敎)를 수박 겉핥듯 지나칠 것이 아니라 유교(儒敎)의 바탕위에 융합하는 조해자(潮解者)로 나섰다.
다산은 백성의 물정(物情)을 살피는 '목민심서'의 찰물(察物)에서 '왕은 두 눈과 귀만 가지고 듣지 말고(겉), 마음의 눈과 귀를 통해서(속) 들어야 한다. 왕 뿐만 아니라 지방 수령도 그렇다. 예로 항통(缿筩)과 구거(駒鋸)를 들었다. '항통'은 오늘날의 투서와 같은 것이고, '구거'는 함정을 파놓고 질문을 던지는 일종의 유도심문이었다.
물정을 살피는 것도 좋지만 야비한 방법을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백성들의 마음을 세심하고 주의 깊게 살피라는 애민이었다. 옛 말에 봉사가 단청 보는 것이나, 머슴살이 삼년에 주인 성을 묻는다는 말, 또 손톱 밑에 비접 든 것은 알면서 염통 곪는 줄은 모른다는 말은 '수박 겉 핥기'의 전형이다.
아침 해가 떠오르는 조선은 유교문화에 젖어 쇄국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자(尺) 눈도 모르면서 예복 재단하듯, 지구 반대편의 기독교문화에 '서과외지' 했다. 그런데 일본은 서구와 교류를 통하여 신기술을 익혀 격동(擊東)을 준비하고, 조선의 사정을 넘보다가 1910년 침탈을 강행했다.
비가 와야 무지개가 뜨듯 표리(表裏)인 안팎을 알아야 실정을 알 수 있는데 조선은 성리학과 당파에 매몰되어 '수박 겉 핥기'로 일관했다. 오늘의 상황도 '서과외지'하면 남남북녀(南男北女)가 합방하려해도 강대국들의 놀음에 대안이 없다. 다산은 이런 상황을 수박 겉 핥기인 '서과외지' 라는 가르침으로 우리에게 깊은 깨우침을 주고 있다.
▶️ 西(서녘 서)는 ❶상형문자로 卥(서)는 고자(古字), 卤(서), 覀(서)는 동자(同字)이다. 옛 자형(字形)은 새의 둥지나 그와 비슷한 꼴을 나타낸다. 그 옛 음(音)이 死(사; 사람이 없어지다)나 遷(천; 옮아가다)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에 西(서)는 해가 지는 것을 나타내는 데 쓰여지고, 해가 지는 방향(方向), 서녘의 뜻을 나타내게 되었다. 나중에 西(서)의 자형(字形)을 새가 둥지에 있는 모양으로 잘못 보아 저녁 때 해가 서쪽에 기울어 새가 둥지에 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西자는 ‘서녘’이나 ‘서쪽’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西자는 襾(덮을 아)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덮다’라는 뜻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西자는 새의 둥지를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갑골문에 나온 西자를 보면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새집이 그려져 있었다. 소전에서는 여기에 새의 형상이 추가되어 지금의 西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西자는 새의 둥지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새집’이나 ‘둥지’라는 뜻으로 쓰였었지만, 후에 ‘서쪽’이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었다. 그래서 여기에 木(나무 목)자를 더한 栖(새 살다 서)자나 巢(새집 소)자가 따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西(서)는 ①서녘, 서쪽 ②서양(西洋), 구미(歐美) ③(서쪽으로)가다 ④깃들이다 ⑤옮기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동녘 동(東)이다. 용례로는 서쪽에 있는 바다를 서해(西海), 동양이라고 불리는 아시아에 대립되는 유럽을 일컫는 말을 서양(西洋), 어떤 곳의 서쪽 부분을 서부(西部), 서쪽에 있는 지방을 서방(西方), 서는 가을이라는 뜻으로 가을 농작물의 수확을 일컬음을 서수(西收), 서쪽에 있는 산을 서산(西山),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서풍(西風), 서쪽 끝을 서단(西端), 서쪽으로 가는 길을 서로(西路), 집안의 서쪽에 있는 마당을 서정(西庭), 동쪽과 서쪽 또는 동양과 서양을 동서(東西), 어느 지점을 기준으로 하여서 그 서쪽을 이서(以西), 서쪽의 맨 끝을 극서(極西), 서시가 가슴을 쓰다듬는다는 뜻으로 함부로 흉내내다가 웃음거리가 됨을 이르는 말을 서시봉심(西施捧心), 수박 겉 핥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어떤 일 또는 물건의 내용도 모르고 겉만 건드린다는 말을 서과피지(西瓜皮舐), 제사의 제물을 진설할 때 생선의 머리는 동쪽을 향하고 꼬리는 서쪽을 향하게 놓는다는 말을 두동미서(頭東尾西), 제사상을 차릴 때에 어찬은 동쪽에 육찬은 서쪽에 놓는다는 말을 어동육서(魚東肉西), 제사 때 제물을 차려 놓는 차례로 붉은 과실은 동쪽에 흰 과실은 서쪽에 차리는 격식을 이르는 말을 홍동백서(紅東白西), 동쪽으로 뛰고 서쪽으로 뛴다는 뜻으로 사방으로 이리저리 바삐 돌아 다닌다는 말을 동분서주(東奔西走), 동쪽을 묻는 데 서쪽을 대답한다는 뜻으로 묻는 말에 대하여 전혀 엉뚱한 대답을 이르는 말을 동문서답(東問西答), 동쪽이라도 좋고 서쪽이라도 좋다는 뜻으로 이러나 저러나 상관없다는 말을 가동가서(可東可西), 때와 지역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옛날과 지금 동양과 서양을 가리키는 말을 고금동서(古今東西), 동쪽을 가리켰다가 또 서쪽을 가리킨다는 뜻으로 말하는 요지도 모르고 엉뚱한 소리를 한다는 말을 지동지서(指東指西), 아침에는 동쪽에 있다가 저녁에는 서쪽에 머문다는 뜻으로 일정한 거처가 없이 여기저기 옮겨다님을 이르는 말을 조동모서(朝東暮西), 해가 서산에 가깝다는 뜻으로 나이가 들어 죽음이 다가옴을 이르는 말을 일박서산(日薄西山) 등에 쓰인다.
▶️ 瓜(오이 과)는 상형문자로 瓜(과)자는 오이와 같은 덩굴식물을 뜻하는 글자이다. 덩굴식물이란 오이나 참외, 수박, 호박 등과 같이 나무가 아닌 줄기를 통해 열매를 맺는 식물을 말한다. 그래서 瓜자는 덩굴과 열매가 매달린 모습으로 그려졌다. 瓜자는 금문에서 처음 등장한 글자이다. 초기의 간략했던 모습이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아 본래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다. 瓜자는 다른 글자와 결합하기보다는 주로 단독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예외적으로 孤(외로울 고)자가 있기는 하지만 子(아들 자)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다. 그래서 瓜(과)는 오이 덩굴에 열매가 달려있는 모양으로 ①오이 ②참외 ③모과(모과나무의 열매) ④달팽이 ⑤(오이가)익다 ⑥성(姓)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기한이 다 됨 또는 여자의 15~16세 되는 해를 과기(瓜期), 여자의 과기에 이른 나이 또는 임기가 다한 해를 과년(瓜年), 벼슬의 임기가 참을 과만(瓜滿), 오이나 참외를 심는 밭을 과전(瓜田), 고기 맛이 오이 맛과 같다는 데서 붙여진 빙어의 다른 이름을 과어(瓜魚), 벼슬의 임기가 차서 돌아옴을 과환(瓜還), 임기를 마치기 전을 과전(瓜前), 조개 관자를 이르는 말을 과유(瓜乳), 오이나 호박이나 참외 따위의 종자를 과종(瓜種), 벼슬의 임기를 과한(瓜限), 오이처럼 생긴 큰 항아리를 과준(瓜樽), 참외를 이르는 말을 감과(甘瓜), 여주를 이르는 말을 고과(苦瓜), 수박을 이르는 말을 서과(西瓜), 참외 비슷이 생긴 흰 빛깔의 오이를 백과(白瓜), 본음은 목과로 모과나무의 열매로 약재로 일컫는 말을 모과(木瓜), 임기가 다 참이나 교대할 시기가 됨을 급과(及瓜), 오이가 익으면 꼭지가 자연히 떨어진다는 뜻으로 때가 오면 무슨 일이든지 자연히 이루어짐을 두고 이르는 말을 과숙체락(瓜熟蒂落), 오이밭과 오얏나무 밑이라는 뜻으로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을 과전이하(瓜田李下), 오이를 심으면 오이가 난다는 뜻으로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그 원인에 따른 결과가 있음을 이르는 말을 종과득과(種瓜得瓜), 물결처럼 밀리고 오이덩굴처럼 갈라진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의 의논이 한결같지 아니하고 여러 갈래로 나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파분과열(波奔瓜裂), 수박 겉 핥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어떤 일 또는 물건의 내용도 모르고 겉만 건드린다는 말을 서과피지(西瓜皮舐), 모과를 선물하고 구슬을 얻는다는 뜻으로 사소한 선물에 대해 훌륭한 답례를 받음을 두고 이르는 말을 투과득경(投瓜得瓊) 등에 쓰인다.
▶️ 皮(가죽 피)는 ❶회의문자로 又(우; 손)으로 가죽(又를 제외한 부분)을 벗기는 것을 나타내어, 벗긴 가죽을 뜻한다. 革(혁)과 자형(字形)이 비슷한데, 나중에는 皮(피)는 짐승으로부터 벗긴 채로의 가죽, 革(혁)은 털을 뽑아 만든 가죽, 韋(위)는 다시 가공(加工)한 무두질한 가죽으로 구별(區別)하고 있다. ❷상형문자로 皮자는 '가죽'이나 '껍질', '표면'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皮자는 동물의 가죽을 손으로 벗겨내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皮자가 가죽을 뜻하는 革(가죽 혁)자와 다른 점은 갓 잡은 동물의 '생가죽'을 벗겨내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皮자와 결합하는 글자들은 대부분이 '껍질'이나 '표면', '가죽'과 같은 '겉면'을 뜻하게 된다. 상용한자에서는 부수로 쓰인 글자는 없지만 波(물결 파)자나 被(입을 피)자 처럼 부수가 아닌 글자에서는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皮(피)는 (1)물건을 담거나 싸는 가마니, 마대, 상자(箱子)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가죽 ②껍질, 거죽(물체의 겉 부분) ③겉, 표면 ④갖옷(짐승의 털가죽으로 안을 댄 옷), 모피옷 ⑤얇은 물건 ⑥과녁 ⑦(껍질을)벗기다 ⑧떨어지다, 떼다 ⑨뻔뻔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뼈 골(骨)이다. 용례로는 척추동물의 몸의 겉은 싼 외피를 피부(皮膚), 날가죽과 무두질한 가죽의 총칭을 피혁(皮革), 가죽과 살을 피육(皮肉), 살가죽과 뼈를 피골(皮骨), 피부속이나 살가죽의 밑을 피하(皮下), 가죽으로 물건을 만드는 사람을 피공(皮工), 파충류나 곤충류 등이 성장함에 따라 낡은 허물을 벗는 일을 탈피(脫皮), 털가죽으로 털이 붙어 있는 짐승의 가죽을 모피(毛皮), 식물체 각 부의 표면을 덮은 조각을 표피(表皮), 털이 붙은 범의 가죽을 호피(虎皮), 탄환이나 처란의 껍질을 탄피(彈皮), 땀이 나고 허한을 거두는 데 필요한 한약재로 쓰이는 계수나무 껍질을 계피(桂皮), 껍질 또는 거죽을 벗김을 박피(剝皮), 가죽과 비슷하게 만든 것으로 인조 피혁을 의피(擬皮), 게나 소라나 거북 따위의 몸을 싸고 있는 뼈처럼 단단한 물질로 된 껍데기를 경피(硬皮), 겉으로만 알고 속을 모르는 것 진상까지를 추구하지 아니하고 표면만을 취급하는 모양을 이르는 말을 피상적(皮相的), 쇠처럼 두꺼운 낯가죽이라는 뜻으로 뻔뻔스럽고 염치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철면피(鐵面皮), 깨달은 바가 천박함을 이르는 말을 피육지견(皮肉之見), 살가죽과 뼈가 맞붙을 정도로 몹시 마름을 일컫는 말을 피골상접(皮骨相接), 옛 모습에서 벗어남을 이르는 말을 구태탈피(舊態脫皮), 범이 죽으면 가죽을 남긴다는 뜻으로 사람도 죽은 뒤에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말을 호사유피(虎死留皮), 속은 양이고 거죽은 호랑이라는 뜻으로 거죽은 훌륭하나 실속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양질호피(羊質虎皮), 얼굴에 쇠가죽을 발랐다는 뜻으로 몹시 뻔뻔스러움을 두고 하는 말을 면장우피(面張牛皮), 호랑이에게 가죽을 내어 놓으라고 꾀다라는 뜻으로 근본적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을 이르는 말을 여호모피(與虎謀皮), 살갗은 닭의 가죽처럼 야위고 머리칼은 학의 털처럼 희다는 뜻으로 늙은 사람을 이르는 말을 계피학발(鷄皮鶴髮), 수박 겉 핥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어떤 일 또는 물건의 내용도 모르고 겉만 건드린다는 말을 서과피지(西瓜皮舐), 주견이 없이 남의 말을 좇아 이리저리 함을 이르는 말을 녹비왈자(鹿皮曰字), 염치가 없고 뻔뻔스러운 남자를 일컫는 말을 철면피한(鐵面皮漢), 풀뿌리와 나무 껍질이란 뜻으로 곡식이 없어 산나물 따위로 만든 험한 음식을 이르는 말을 초근목피(草根木皮) 등에 쓰인다.
▶️ 舐(핥을 지)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혀 설(舌; 혀)部와 음(音)을 나타내는氏(씨, 지)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舐(지)는 ①핥다 ②빨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미소가 송아지를 사랑하여 혀로 핥는 일을 지독(舐犢), 사랑스러운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지독지비(舐犢之悲),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아 주는 사랑이라는 뜻으로 부모의 자식 사랑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지독지애(舐犢之愛),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아 주며 귀여워한다는 뜻에서 어버이가 자녀를 사랑하는 지극한 정의 비유를 지독지정(舐犢之情), 남의 치질을 핥아 주고 수레를 얻는다는 뜻으로 비열한 수단으로 권력이나 부귀를 얻음을 이르는 말을 지치득거(舐痔得車), 수박 겉 핥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어떤 일 또는 물건의 내용도 모르고 겉만 건드린다는 말을 서과피지(西瓜皮舐), 종기의 고름을 빨고 치질 앓는 밑을 핥는다는 뜻으로 남에게 너무 지나치게 아첨함을 이르는 말을 연옹지치(吮癰舐痔)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