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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원망하진 않는다"
차두리 해설위원 / 2006-05-30
4년전 나는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을 수 있었다. 마냥 축구가 좋아서 오직 축구공만 따라다니던 내가 드디어 대표선수가 된 것이다. 아직도 대표팀에 처음 들어갔을 때를 기억한다. 모든 게 너무나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TV로만 보던 동국이형,중학교때 볼보이 하면서 토요일마다 울산 공설운동장 골문 뒤에 쭈그리고 앉아서 아웃되는 공들을 열심히 주워다주었던 병지형, 상철이형.
아버지 팀(당시 울산 현대) 선수들인데도 내가 항상 우러러보던 형들과 같이 공차고 훈련할 수 있다는게 너무나 꿈 같았다. 용수형은 항상 나를 어린 아이로만 봤다가 갑자기 대표팀에서 같이 훈련을 하면서 내가 몸싸움을 강하게 하고 덤비면 ‘ 이제 은퇴할 때가 온 것같다’고 웃으며 장난을 쳤다.
히딩크 감독님이 나를 대표팀에 처음 뽑았을 때 많은 사람이 저러다가 말겠지 하면서 크게 신경을 안 썼다. 솔직히 나도 이렇게 몇번 합숙을 쫓아다니면서 훈련 파트너 하다가 말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님은 나를 처음 뽑은 날부터 하루하루 보석을 갈고 닦듯이 나를 보살펴 주셨다.
내가 생각해도 그때는 많이 부족했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만큼. 그러나 열정과 해야겠다는 의지는 그 누구보다도 강했다. 2002년 전지훈련에서 미국과의 평가전 때 나는 처음으로 스타팅 멤버로 출전하게 됐다. 너무나 존경하고 좋아하던 용수형의 투톱 파트너로. 명단을 보는 순간 나는 숨이 멎었다. 엄청난 긴장감이 나의 몸을 스쳐지나갔다.
그러나 몇분 뒤, 나의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건 ‘나도 경기장에서 애국가를 부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었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고 들뜨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집 앞 마당에서 공 차는 것 보다는 애국가 부를 때 어떻게 서있어야 멋있나를 더 많이 고민하고 연습했었다. 근데 이제 연습한 걸 실전에 제대로 써먹을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하하하….
지금 생각 하면 참 어이가 없다. 경기를 잘 할 생각부터 해야되는 순간에 어떻게 폼나게 애국가를 부를지 생각했으니. 그만큼 그때는 부담이 없었던 것같다. 그리고 정말 즐겁고 하고 싶은대로 경기를 했었던 기억이다.
이젠 철부지 막내에서 어느덧 팀의 주축 선수가 돼야 할 나이에 올랐다. 4년의 시간이 흘렀고, 아쉽게 이번 월드컵은 선수로 출전을 할 수 없게 돼버렸다. 어쩜 주축 선수의 몫을 다하지 못했기에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는 그 누구도 원망하거나 미워하고 싶지 않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게 가장 현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장에서 직접 경기를 보면서 같이 훈련하고 땀 흘렸던 선배, 친구, 후배들이 경기장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를 많은 사람에게 전해주면서 잘 될 때는 같이 기뻐하고, 잘 안될 때는 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가 대표선수가 안됐다고 대표팀을 멀리하고 관심을 끄기에는 정말 너무나 내가 좋아하는 선배님이나 친구, 그리고 후배들이 많다.
천수, 원희, 지성이, 기현이형, 정환이형. 정말 모든 선수가 최상의 경기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월드컵, 나로서는 또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월드컵이 될 것같다. 해설을 하면서, 또 칼럼을 쓰면서, 세계의 축구인들을 만나는 즐거움.
유명 축구인들과의 인터뷰가 하나 둘씩 잡히기 시작하면서, 나에게도 서서히 긴장과 흥분이 돌기 시작한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은 욕심이 터져나올 지경이다. 즐거운 월드컵이 기대된다. 파이팅!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글 읽으면서 차두리의 긍정적 마인드가 넘 인상적이네요^^ 요즘 두리 완전 호감... 귀여워 죽겠어요
특히 마지막 줄... 즐거운 월드컵!!! 정말 우리도 월드컵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두리야~ 다음 월드컵에서는 열심히 뛰자 열심히 응원할께!!
글구... 우리처럼 두리를 귀여워라 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서형욱 해설위원 기니까 보실분들만...^^
서형욱 마봉춘 컬럼 中
아침 식사를 식사를 마칠 무렵, 열흘 먼저 유럽으로 건너와 있던 김성주 아나운서가 단출한 차림에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식당 안으로 들어온다. 같은 호텔이지만 우리팀보다 일정이 훨씬 빡빡해 피로도가 더 높을 수 밖에 없다. 스코틀랜드에서 독일까지, 그리고 독일에서도 여러 도시를 돌며 방송 강행군을 한 탓에 벌써 많이 지친 인상. 게다가 오늘은 월드컵 개막식과 개막전을 연이어 중계해야하니 마음이 썩 편치는 않은 모양이다. 더군다나 차범근-차두리 부자 사이에 앉아 방송을 진행해야하는, 조금은 낯설고, 또 조금은 부담스러울 수 있는 중계를 앞두고 있어선지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채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내일부턴 일찍 내려와서 같이 먹어요. 혼자 드시니 보기에 썩 좋지 않네.” 농을 걸어봐도 반응이 시원찮다. 피곤하긴 피곤한 모양. “아, 두리가 안왔느냐고 묻던데 연락해봤어요?” 이번 대회를 통해 해설위원으로 데뷔할 차두리는 아버님(차범근 감독)과 같은 호텔에 묵고 있어 아직 얼굴을 보지 못했다. 몇 개월간 만나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나와 10경기 정도 공동해설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어 그간 종종 전화 연락을 주고 받으며 기대감을 키워왔던 터였다. 해설 참여가 결정된 날, 국제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속삭였드랬다. “형, 이제 직장동룐데 잘 해봅시다~”
하긴, 나도 기대되긴 마찬가지다. 현역 분데스리가 선수와의 월드컵 중계라… 하지만 일단 오늘은 A팀과 개막전 중계를 하기로 되어 있다. 일정상, 아무래도 첫 중계 전까지는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A팀 코디네이터로 참여한 경인씨의 휴대폰을 빌려 버튼을 눌렀다. (경인씨는 두리의 친구다.) 이내 들려오는 유쾌하고 반가운 목소리. “언제 왔어요~ 어제 전화할 줄 알았더니 이제야 하시네~ 하하~” 언제나 활기찬 수화기 저편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갑작스레 앞으로 한달 간의 방송이 더욱 기다려진다. 이 화창한 독일 날씨처럼 유쾌하면서도 유익한 중계를 전하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샘솟는달까... ^^
개막전을 앞두고 뮌헨 알리안츠 스타디움과 IBC의 MBC 부스 안이 점점 바빠진다. 부스 안에서는 경기장 곳곳을 잡아내는 30여개 카메라의 그림이 동시에 멀티비젼으로 펼쳐진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렇게 많은 카메라를 동원하는데 TV시청이 재미없을 리 없다. 그 중 한 화면에는 중계석에 앉은 3인의 진행자들의 모습이 비친다. 차두리, 김성주, 차범근. 내 시선은 아무래도 '데뷔전'을 치를 차두리에게 쏠린다. 아직 방송 전이라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 와중에도 '방송 신인' 차두리는 신기한게 많다. 카메라를 만지작거렸다가 자료를 들춰보다가 옆 사람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몇 번은 마이크에 대고 중얼거린다. "내 얘기 들려요? 아~아~" 아... 귀..엽다. -_-
개막식과 개막전을 들려주는 데 이 두 사람만한 적역은 없다. 독일 1부리그 분데스리가에서 무려 10년간 최고 선수로 뛴 차범근, 독일에서 태어났고 이제는 분데스리가에서 4번째 시즌을 마친 차두리. 화면에 독일의 어떤 인사가 나오든, 유럽의 어떤 레전드가 나오든 이들의 입에 귀기울이기만 하면 궁금증은 술술 풀릴 것이다. 그것도 "그들과 함께 뛴" 생생한 정보를 통해서 말이다.
첫댓글 엔트리 탈락후 두리선수 인터뷰 거절하는거 보고 가슴아팠는데. 감정 정리하고 다시 돌아와줘서 너무 기뻐요 ㅠㅠ
차두리 넘흐조아~ 4년후엔 꼭~!
멋져요 차두리 선수~ 2010년 월드컵에선 꼭 태극전사로 남아공월드컵 경기장에서 보자구요^^
차두리 요새 급호감!!!!!!!!!1
해설은 마봉춘이 쵝오라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