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영업양수가 보도/발표된 날, 글로벌 메모리 업종의 주가는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의 의도가 어떠했든, 인텔의 NAND Flash 사업이 SK하이닉스로 이전하는 것이 메모리 업종의 consolidation을 의미한다는 점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된 셈이다. Western Digital +7.9%, Micron +2.0%, 삼성전자 +1.5%, 인텔 +0.8%를 기록했다.
한편 SK하이닉스의 주가는 -1.7%를 기록했다. 주가는 하나금융투자의 예상 (발간 자료 참고: WSJ 보도는 SK하이닉스 주가에 중립적)과 달리 하락했지만, 영업양수도나 M&A 뉴스가 처음 보도될 때 인수/피인수 기업 중에서 인수 기업의 주가가 일반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고려하면 -1.7%의 하락은 크게 부정적이지 않은 반응이었다. 지난 10월 8일에 WSJ가 AMD -Xilinx의 인수에 대해 발표했었는데, 다음 날 인수 기업 AMD의 주가는 -3.9%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NAND Flash 사업을 인수하고 나서 가장 눈에 띄게 될 변화는 시장 점유율이다. DRAMeXchange의발표자료에 따르면, NAND Flash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2%, Western Digital 15%, Micron 11%, 인텔 11%, SK하이닉스 11%이다. 각 사의 점유율이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인텔과 SK하이닉스의 합산 점유율은 20%를 상회한다.
시장 점유율은 NAND Flash 공급사의 매출 또는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가늠할 수 있다. 먼저 매출을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을 계산해보자. SK하이닉스의 공시에 따르면 인텔의 NAND Flash 사업 매출은 2019년 기준으로 4.7조 원이다. NAND Flash 시장 규모가 50조 원 내외이므로 인텔의 매출 기준 점유율이 DRAMeXchange 발표치 기준 11%라는 점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시장 점유율을 매출이 아니라 생산능력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인텔의 NAND Flash 사업부가 생산능력 대비 큰 매출을 기록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인텔의 NAND Flash 생산능력은 80~85K로 추정된다. 전 세계 NAND Flash 공급사의 생산능력이 1,400K 내외이므로 이를 시장 점유율로 환산하면 6.0~6.7%에 불과하다. 생산능력 기준으로 11%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하려면 적어도 140K 이상의 생산능력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인텔이 80~85K 생산능력으로 매출 기준 점유율을 10.7% 달성했다는 점은 놀랍다.
NAND Flash 산업에서 매출이 생산능력 대비 상대적으로 크려면 집적화가 뛰어나 wafer 1장당 bit 출하량이 상대적으로 크든지, NAND 컨트롤러와 펌웨어 기술이 뛰어나 고부가 제품의 판매 비중이 높아야 한다. SK하이닉스는 과거에 NAND 컨트롤러와 펌웨어 기술을 강화하기 위해 수차례 M&A를 전개해 미국 컨트롤러 기업 LAMD (Link_A_Media Devices), 대만 컨트롤러 기업 이노스터 테크놀로지의 임베디드 멀티미디어카드 (eMMC) 컨트롤러 사업부, 벨라루스 소프텍 펌웨어 사업부를 인수했다.
이번 NAND Flash 사업 인수는 인텔의 컨트롤러와 펌웨어 기술을 포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의 공시에 따르면, 각국 정부의 규제 승인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1년 말까지 (이하 1차 Closing) 중국 Dalian 생산시설과 SSD 사업부문 (SSD 관련 IP 및 인력 포함)이 해외에 신설 예정인 SK하이닉스 자회사를 통해 이전되며, 2025년 3월 (이하 2차 Closing)까지 그 외 NAND IP, R&D 및 생산시설 운영 인력 등 NAND 사업을 맡게 되는 인텔社의 자회사 지분이 상기 신설 자회사를 통해 인수될 예정이다.
NAND Flash 공급사가 컨트롤러와 펌웨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 NAND Flash 완제품을 웨이퍼 또는 단품으로 판매하지 않고 솔루션 제품으로 판매할 수 있다. 컨트롤러는 시스템 (비메모리) 반도체이므로, CPU나 Application Processor 등의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해본 기업들이 NAND Flash용 컨트롤러 기술을 확보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오랫동안 비메모리 사업을 영위했던 인텔과 삼성전자는 NAND Flash 컨트롤러 기술력을 상대적으로 쉽게 확보했고, 이를 기반으로 솔루션 제품이 필수적인 Enterprise SSD (Solid State Drives) 시장에서 빠르게 고지를 선점했다. NAND Flash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인텔의 매출 기준 점유율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각각 32%, 11%로 격차가 크지만, Enterprise SSD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인텔의 생산능력 기준 점유율은 각각 38%, 24%로 격차가 좁다. Enterprise SSD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생산능력 기준 점유율은 15%로 추정되는데, 산술적으로 인텔 (24%)과 SK하이닉스 (15%)의 점유율을 합산하면 39%가 되어 삼성전자의 점유율 38%에 육박한다.
컨트롤러 (데이터를 읽고 쓰고 저장하게 해주는 시스템 반도체이며 정보를 어디에 쓰거나 읽을지 결정하고, 에러 발생이나 불량 섹터를 제어하며, cell과 cell 간의 간섭현상을 줄여주는 신호를 처리), 펌웨어 (컨트롤러에 내장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추가적으로 확보하면, SK하이닉스가 NAND Flash 솔루션 제품의 매출을 확대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인텔이 NAND Flash 집적화를 빠르게 전개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SLC / MLC / TLC / QLC 구조에서 QLC (Quadlevel cell)가 NAND Flash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인데, 인텔의 NAND Flash 사업부에서 QLC 구조의 비중은 30% 내외로 추정되어 상당히 높은 비중을 이미 차지하고 있다. 인텔은 QLC의 다음 단계에 해당되는 PLC (pentalayer-cell)도 개발하고 있다. 비록 QLC나 PLC가 SLC와 달리 cold storage에서 상대적으로 선호되지만, 인텔이 셀 구조의 집적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과 bit 생산량을 늘리는데 기여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한편 인텔은 NAND Flash의 적층 숫자를 96단에서 144단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처럼 집적화와 적층 숫자를 기준으로 SSD 프로젝트명이 달라진다. 96단 QLC PCIe SSD 제품은 Neptune Harbor Refresh이고, 144단 제품은 Keystone Harbor이다.
결론적으로 SK하이닉스의 주가 조정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의 NAND Flash 사업부는 생산능력 대비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크고, 이는 집적화 (QLC, 144단), 펌웨어 및 컨트롤러 기술 때문인데, 이와 같은 점이 인수 효과로 재부각되며 SK하이닉스의 주가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