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2심도 무죄…파국 향하는 ‘윤석열 하명수사’

[Succegator]

김학의 수사 뒤집으려는 프레임 전환 목적 수사
윤석열 총장이 직접 수사 지시, ‘반윤’ 잘라내기
1심 이어 2심도 전면 무죄 선고, 3심도 '난망'
“김건희 특검 맡는 기적, 결코 피하지 않을 것”

소위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를 막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서승렬 부장판사)는 2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연구위원에게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동일하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를 받은 후 1년 만에 2심도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다. 1심 선고 당시에는 관련 혐의로 기소됐던 차규근 전 출입국본부장,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이규원 검사도 같은 날 선고가 나왔는데, 차 전 본부장과 이 전 비서관은 전면 무죄, 이규원 검사도 단 1개 혐의 유죄에 선고유예 선고가 내려졌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무마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2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연구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4.1.25. 연합뉴스

이 연구위원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시절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으로 이규원 검사를 수사하는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외압을 가해 수사를 막았다는 혐의, 그리고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전 출입국본부장 등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혐의 등을 받았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판결에서 당시 반부패강력부장이 안양지청장에 대한 승인 등의 권한이 없었고, 또한 수사 중단 지시 혐의에 대해서는 법무부의 요청으로 위법 혐의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1, 2심에서 반복해 이성윤 연구위원에 대한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반윤 검사’ 이성윤을 찍어내려던 ‘윤석열 검찰’의 노력에 급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상고한다고 해도 대법원에서 1, 2심의 판단을 뒤집을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선고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내놓은 일성에서 “정치 검찰이 김학의 출금 사건을 일으켜 시선을 돌리고 프레임을 전환하면서 이성윤과 김학의를 뒤섞어놨어도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라며 “부디 이 사건 판결이 검찰권을 남용한 정치검사들의 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의 전개

그러면 이 연구위원이 “정치 검찰이 김학의 출금 사건을 일으켜 시선을 돌리고 프레임을 전환했다”는 이 사건의 본질은 어떤 것이었을까.

김학의에 대한 2013년과 2014년의 1, 2차 수사가 검찰의 불기소로 불발된 후, 2019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이 김학의 사건을 재조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3월 15일 소환조사에 김학의가 불응한 후, 언론들에서 도피 가능성, 출국 가능성을 거론하는 언론 보도들이 쏟아지자 조사단이 대검에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대검은 조사단의 김학의 출금 요청을 거부했다.

김학의 출국 시도 전에 조사단은 출국금지 요청을 했으나 대검이 거부했다. (MBC 뉴스 캡처.)

당시 조사단이 얼마나 급박한 상황이었을지는 실제 김학의가 출국을 시도하기 바로 전날인 21일에 SBS에서 보도한 <출국금지도 안 돼…자취 감춘 김학의, 조사 가능할까?> 기사를 보면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출국금지도 안 돼…자취 감춘 김학의, 조사 가능할까?

심지어 김학의가 해외 도피를 시도하고 있던 3월 22일 밤에도 조사단의 긴급한 요청으로 대검 간부인 정책기획과장이 출국금지 요청을 들어주라고 휘하 검사들에게 지시했으나 그마저도 내부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1, 2차 수사에서 김학의를 무혐의 처분했던 것처럼 김학의 수사를 막으려는 검찰 내부의 반발이 얼마나 넓고 뿌리 깊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조사단 소속이었던 이규원 검사가 소관 직무를 넘어 직접 긴급출국금지를 하게 된 것에는 이런 사정이 있었다. 또 굳이 따지자면 이 검사는 조사단에만 소속된 것이 아니라 당시 서울동부지검 검사직무대리로도 발령이 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출금을 포함한 통상적인 검사로서의 직무도 가능했다고 볼 수도 있었다.

그런데 김학의 출금 이후 검찰이 김학의 3차 수사를 위한 수사단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하고 기소가 이루어지던 와중에도 검찰 내부의 반발 행동은 물밑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수원지검 안양지청 일부 검사들이 이 검사의 출국금지가 불법이라며 이 검사를 피의자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안양지청은 2019년 6월에 대검 반부패강력부 수사지휘과로 관련 보고서를 보냈는데, 당시 반부패강력부 부장이 이성윤 연구위원이었다. 이렇게 해서 이성윤 당시 반부패강력부장이 안양지청의 수사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검찰의 김학의 수사단이 모든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 속에 김학의를 수사해서 기소하고 있던 시점에 ‘출금이 불법’이라는 김학의의 주장을 뒷받침하려는 정반대 방향의 수사가 뒤에서 진행되고 있었으니, 대검 지휘부의 이성윤 부장으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그래서 당시 이 부장은 안양지청에 전화를 걸어 불법 출금 주장은 법무부와 대검에서 다 조정된 내용이다, 라고 설명해준 것인데, 검찰은 그런 전화를 ‘외압’이라며 기소했던 것이다. 특히 해당 전화를 받았던 당시 안양지청 차장검사조차도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성윤의 뜻이 아닌 법무부와 대검의 뜻이라고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어쨌든 이런 과정으로 안양지청의 수사는 보고 이후 중단되었는데, 당시 형사3부장이었던 장준희 검사가 다른 지검으로 이동한 후 이 문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비공개로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에게 제보한 것이다.

2021년 장준희 검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무려 15개월이나 지나 제보한 것을 “그런데 김 전 차관이 2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고 법정 구속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그와 일면식도 없었지만 ‘제대로 실상을 알렸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장 검사는 김학의의 죄과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마치 김학의는 유죄를 받아서는 안됐다는 말로 들리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장 검사의 제보 초점은 ‘불법 출국금지’가 아닌 ‘불법 출금조회’였다. 실제 주 의원이 언론들을 통해 주장한 내용도 ‘사찰 없다던 문재인정부가 김학의를 사찰했다’는 거였다. ‘출금조회=사찰’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 주호영 "사찰 DNA 없다던 文 정부... 김학의 정보 177회 사찰"

그런데 출국금지 조회를 한 것이 사찰이라고 주장한 것도 어불성설일 뿐만 아니라, 2019년 김학의의 출국 시도 직전의 상황은 당연히 그럴 만한 상황이었다.

과거사진상조사단이 신청한 출국금지를 대검이 받아주지 않고 버티고 있어 김학의의 도피를 우려한 조사단의 입장에서는 초조해하며 출금 조회를 해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주호영은 김학의에 대한 ‘사찰’이 177회에 이른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법무부가 확인해본 결과 단순히 로그의 개수를 총합한 것일 뿐 실제 출금 조회 횟수는 그보다 훨씬 적었다.

즉 주호영은 사실관계를 대대적으로 부풀리며 이슈화를 시도한 어거지 주장을 떠벌인 것이다. 이 주호영은 김학의와 사법연수원 14기 동기다.

윤석열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 지시, ‘김학의 무죄’로 귀결

이런 주호영의 ‘동기 구하기’ 노력을 프레임을 다시 전환해 ‘불법 출국금지’로 키워 수사로 빚어낸 것은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현 대통령이었다.

주호영의 부풀리기 폭로로부터 한달 여 후인 2021년 1월 11일, 윤 총장의 대검이 ‘불법 출국금지’로 언론플레이를 하더니, 단 이틀만인 1월 13일에 윤 총장이 직접 ‘재배당’ 지시를 내렸다. ☞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 뭉개자… 윤석열, 직접 나서 사건 재배당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정섭 검사에게 직접 ‘불법출금’ 사건을 배당했다 (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위 조선 기사에서는 ‘이성윤 라인’이라서 ‘재배당’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실 이미 안양지청을 떠나 서울동부지검에 있던 장 검사는 제보를 했을 뿐 해당 수사를 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즉 실제로는 ‘재배당’이 아닌 ‘수사 착수 지시’를 내린 것이다.

게다가 당시 안양지청장이 ‘이성윤 라인’이라서 재배당한다고 내세운 데에서, 이 수사 착수 당시부터 윤 총장이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타깃 중 하나로 삼았을 가능성을 유력하게 짚어볼 수 있다.

그리고 당시 사건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불법 출금’ 사건을 ‘재배당’ 받은 것은, 윤 총장의 ‘막내 수하’ 격이었던 이정섭 수원지검 부장검사였다.

이 이정섭 검사는 처남 마약범죄 무마를 포함한 각종 비위 혐의들이 터져나와 지난해 12월 1일 국회에서 탄핵되어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진행중인, 바로 그 이정섭이다.

탄핵 심판중인 이정섭 검사. (MBC 뉴스 캡처)

그런데 윤 총장이 이정섭 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한 것이 더 심각한 것은, 이 검사가 당시 김학의 사건의 항소심을 공소유지하던 유일한 검사였다는 것이다. 즉 김학의 3차 수사팀의 일원이자 법정에서 김학의를 처벌하라고 주장하고 있던 이 검사에게, 김학의에 대한 출국금지가 불법이라는, 정반대 방향의 수사를 한꺼번에 맡긴 것이다.

이렇게 기형적으로 사건을 배당한 윤석열 총장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원래의 사건인 김학의 사건이 어떻게 종결되었는지, 그리고 그 종결 이후 윤 총장이 이 검사를 어떻게 대했는지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이정섭 검사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감찰무마’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하고 공소유지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 전 장관에게 적용한 이 혐의 관련으로 증인으로 출석하는 전 특감반원이자 현직 검찰 수사관을 증언 전에 이정섭 검사가 사전 면담한 사실이 문제가 됐었다.

조국 재판의 재판장이던 김미리 부장판사는 이 ‘증인 사전 면담’을 강력하게 문제 삼았는데, 그런데도 이해할 수 없게 그 직후 이 검사는 자신의 다른 재판인 김학의 항소심 재판에서 똑같이 ‘증인 사전 면담’을 했다. 그리고 이 사실이 대법원 상고심에서 문제가 되면서, 핵심 증인의 증언의 증거능력이 사라져 김학의가 최종 무죄 판결을 받게 된 것이다.

즉 이정섭 검사는 조국 재판부로부터 강력하게 제지당한 행위를 그 직후 김학의 재판에서 그대로 반복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위를 함으로써 김학의를 최종 무죄 방면해준 결과가 됐다.

이렇게 공소유지 검사가 고의에 가까운 치명적인 실수로 담당하던 중요 사건에서 무죄로 패소했다는 결과에 대해, 상식적인 검찰의 평가는 징계나 혹은 적어도 근무평정 감점이어야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윤석열 총장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직후 첫 검찰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으로 영전시킨 데 이어, 이듬해인 지난 9월에는 차장검사로 승진까지 시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첫 검찰 인사에서 이정섭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으로 영전하고 이후 차장검사 승진까지 했다. (MBC 뉴스 캡처)

무죄로 뒤집어진 김학의 재판 결과에 대해 징계와 정반대의 영전과 승진을 거듭한 것으로 볼 때,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의도가 김학의 선처였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를 같은 이정섭 검사에게 배당시킨 의도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정반대 성격의 수사를 같은 이 검사에게 맡긴 것도 같은 의도였던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성윤 검사, 향후 행보는

한편, 검찰은 이성윤 연구위원에 대한 수사와 징계 절차도 진행 중이다. 당장 이번에 재차 무죄가 선고된 직권남용 혐의도 기소 외에 징계가 진행되다 1심 무죄 후 ‘심의정지’ 상태에 있고,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에 도움을 준 혐의로 수사와 감찰도 진행되고 있으며, 여기에 며칠 전인 1월 17일에는 조국 전 장관의 북토크 행사에서 “윤석열 사단은 하나회”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또다시 중징계가 청구된 상태다.

이런 일련의 징계가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해 이성윤 연구위원은 2심 선고 후 기자의 질문에 “당당히 임하겠다”라며 각오를 내비쳤다.

한편, 이 연구위원은 1월 8일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징계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검찰이 아직 수리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 연구위원은 그와 무관하게 4월 총선에 출마할 의지를 내보이고 있는데, 황운하 의원의 대법원 판례로 사표가 수리되지 않아도 당선에 문제가 없는 상태다.

이 연구위원은 소위 ‘김건희 특검’에도 수차 공개적으로 특별한 관심을 내보인 바 있다.

“(김건희 특검) 제가 특별검사로 지명되는 기적이 생긴다면, 소명으로 알고 결코 피하지 않겠습니다.”

'이성윤 특별검사’를 실제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특별검사로 지명되는 기적이 생긴다면, 소명으로 알고 결코 피하지 않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인터뷰 영상 캡처)

출처 : 이성윤, 2심도 무죄…파국 향하는 ‘윤석열 하명수사’ < 법조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