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을려고 왔던가
이종진
어느 날부터 잠자리가 바뀌었는데
그, 그러니까 난 늘 왼쪽에서
아내는 오른쪽에서 잠을 자고
그것도 한두 해가 아닌
무려 이십여 년을 그렇게 지냈는데
말이 그렇지. 그 어느 날 아내와 내가 바뀌고 있었는데
아, 아니 정확히 말해서 잠자리가 묘하게 바뀐 뒤로
난 날이 새기 전에 일어나 밥을 하고
술에 취해 늦잠을 자는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무엇인가 한쪽이 텅 빈 것 같으면
새벽부터 아내에게 시위라도 하듯
애꿎은 애에게, 그만 처자빠져 자고 학교 가라고 소리치는데
개수대에 수돗물을 최대한 크게 틀어놓는데
전날 먹고 담가놓은 밥그릇을 함부로 달그락달그락거리는데
그래도 아내는 들은 척 만 척하는데
늘 비비고 일어난 아들놈은 문을 화들짝 열어젖히며
엄마는 꼭두새벽부터 소란을 피운다고 신경질을 벌컥벌컥 내는데
술이 덜 깬 아내는
나의 행동을 눈치 챘는지
해장부터 무슨 놈의 소란을 떨어쌓는겨 이놈의 여편네
이놈의 여편네 하며 되레 소리를 더 지르는데
앗!
나는 바뀌고 있다. 아 아니 난 바뀌었다. 난 이미
이 집의 여자다. 아니아니 이 집의 아내다
그때 아내가 이불을 걷어차며
여보, 물 한컵 가져와 소리를 지르는데
난 그만
‘예’ 마지못해 대답하고는
얼른 물을 떠다 머리맡에 내미는데
아아니, 벌써
가을이 저, 저기 나의 모퉁이를 돌아가고 있잖아
카페 게시글
좋은 추천시
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을려고 왔던가~이종진
호호아줌마
추천 0
조회 36
07.07.13 00:05
댓글 2
다음검색
첫댓글 미래의 지 모습 아입니꺼 살림하는 남자가 순간 여자로 바뀌었다는 뜻 아입니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