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 설법
- 진순분
비 오면 오는 대로 비를 맞는 섭리인 듯
눈 오면 오는 대로 눈을 맞는 순리인 듯
장독대 보살들 모여
가부좌 틀고 있다
염천에 숨 헐떡여 고비 넘는 뙤약볕에
국화 향기 숨결로 스며드는 갈바람에
오로지 익어가는 일
화두 참선 깊어진다
길고 긴 엄동설한 맵고 짠 결이 삭듯
배불뚝 헤벌쭉이 도반들 수행하는
동안거 무언의 설법
별빛 총총 귀 연다
- 『수원 詩人』 10집 (문학과 사람,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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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모여사는 곳이면 문학동인들이 글을 써서 책으로 펴냅니다
전문작가들, 그냥 문학동호인들, 늦깎이문학도들...각양각색입니다
웬만한 집이면 장독대를 두고 살았던 나이드신 분들이라면
이 시조에 무릎을 칠 것입니다
부처의 설법을 기억하면서 가부좌 틀고 계절을 견디며 참선에 들어 있다니
대문간 위에 혹은 마당 뒤란에 그도 아니면 부억 한 켠에 장독이 몇 개 놓여 있다면..
오늘은 어떤 설법에 귀를 열려나?^*^
첫댓글 장이 익어가는 (숙성되는 과정) 현장을 관찰하여 그것을 삶의 정진이란 화두로 수행정진하는 스님들의 일대기에 잘 빛대어 읊은 시입니다. 좋은 시는 독자들에게 사유를 권합니다. 그런 시에는 정답이란 없으며 비 오면 오는 대로 눈 오면 오는대로 오로지 익어가는 일일밖에요. 별빛 총총 귀 연다니 그 아니 즐거울손가